[임유진 무대읽기] 연극 ‘섬 옆의 섬’
‘제2회 창작희곡공모’ 당선작 연극화 한계

연극 '섬 옆의 섬'
연극 '섬 옆의 섬'

 2023년 11월 24일부터 25일, 이틀간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는 ‘섬 옆의 섬’이라는 작품이 무대에 올라갔다. ‘섬 옆의 섬’은 광주시립극단의 ‘제2회 창작희곡공모’ 당선작이다. 광주시립극단의 창작희곡공모전에서 당선한 작품이라는 사실과, ‘섬 옆의 섬’이라는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섬 옆의 섬’에 섬 이야기가 나오긴 한다. 일단 배경이 전남 신안의 한 섬에 있는 펜션이다. 무대 장치도 바다를 연상하게 했다. 바닷물이 끊임없이 밀려갔다가 나오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 장치가 아름다웠다. 광주시립극단이 야심차게 준비한 무대라는 인상이 강했다. 이제 이 무대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자못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무대 중앙에 자리 잡은 헐벗은 나무는 무엇을 상징하려고 했던 건지 끝내 알 수 없었다.

 고백하자면, ‘섬’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프랑스 철학자 장 그르니에의 에세이, 『섬』을 떠올렸다. 그중에서도 ‘어차피 인간은 섬일 뿐이다. 바다로 둘러쌓여 있어서 결코 만날 수 없는’이라는 글귀를 떠올렸다. 섬 옆의 섬이니까, 연극은 인간을 섬에 비유하면서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섬) 이야기 하는 게 아닐까 지레 추측했다.

 연극 ‘섬 옆의 섬’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마치 무대 중앙에 있다가 극이 진행되면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그 나무처럼 말이다. ‘섬 옆의 섬’에는 이야기가 많다. 늘 죽음을 목도하고 사는 섬사람 이야기도 있고, 세월호 이야기도 있고, 1926년에 실종된 윤심덕과 김우진 이야기도 있고, 힘겹게 꿈을 이어나가는 소리꾼과 극작가 이야기도 있고,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도 있고, 유투버 이야기도 있다.

 노래와 음악도 많다. ‘진도 아리랑’도 나오고, ‘목포의 눈물’도 나오고, ‘사의 찬미’도 나오고, 살사 음악과 탱고 음악도 나온다. 너무 많아서, 윤심덕과 김우진의 마지막 행적을 알 수 있는 편지를 찾는 미스테리 극인지, 세월호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사회비판을 하는 극인지, 인간의 삶과 죽음에 천착하려고 했던 극인지, 사람과 사람이 서로 보듬고 살아가야 한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극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주제와 소재가 고깃국에 뜬 기름처럼 둥둥 떠다녔다. 그나마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는 점에 대해 안도해야 했다.

 원작 희곡이 문제였던 건지, 연출이 문제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광주시립의 제2회 희곡창작공모상에서 수상한 작품이었으니 희곡은 별문제가 없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연극계에서 꽤나 신망이 있고 알려진 연출가가 희곡을 마음대로 각색해서 그렇게 이해하기 어렵고 힘든 작업을 했다는 말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섬 주민 역으로 나오는, 광주 연극계에서는 관록 있는 세 배우가 탱고를 출 때, 나이로는 할머니지만, 마음만은 젊고, 삶에 지친 이웃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모성 가득한 인정 있는 역할의 그들이 오랜 시간 연습했을 것 같은 탱고를 출 때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젊은 유투버와 경찰이 살사를 출 때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 남자 노동자 두 명이 ‘목포의 눈물’을 부를 때도 역시 왜 이런 장면이 필요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연극은 화려하고 정교한 무대로만 모든 것을 전달할 수는 없다. ‘목포의 눈물’도 얘기하고 싶고, ‘진도 아리랑’도 얘기하고 싶고, ‘사의 찬미’도 얘기하고 싶을 수 있다. 그것들을 잘 구성해서 핍진성 있게 전달해야만 관객을 설득하고 감동을 줄 수 있다. 이번 광주시립의 ‘섬 옆의 섬’은 적어도 나는 설득하지 못했고, 어떤 감동도 주지 못했다.

 임유진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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