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박사의 남도 풀꽃나무](38)나무의 황금시대, 돈나무
열매 끈적 똥처럼 파리 꼬인다고 해 유래
대한민국의 최남단에 있는 섬, 마라도에 가면 돈나무가 군락으로 자라고 있다. 원래 마라도는 숲이 울창했는데 개척으로 모조리 사라져버려서 지금의 탁 트인 섬으로 변했다. 뱀이 많아서 불을 질러 개척했다는데 밀림이 모두 타는 데 사흘, 혹은 석달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까닭은 돈나무를 포함한 상록활엽수림의 정유성분이 오랜 시간이 걸린 원인일 수도 있다. 정유성분은 식물에서 추출하는 특유의 향을 가진 천연 식물성 오일이다. 식물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번식과 생존을 위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2차대사 산물로 생화학적 성분으로 이루어진 유기화합물이다. 그래서일까? 돈나무의 꽃향기를 맡아보면 향긋한 내음새가 좋아도 너무 좋다. 마치 편백숲에서 금목서 향이 난 듯 나무의 황금시대, 돈나무 세상이다.
돈나무는 열매의 끈적끈적한 물질이 있어 똥처럼 파리가 꼬인다고 하여 생긴 제주도 방언 ‘똥낭’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노란 열매는 붉은 점액이 나오는데 이는 곤충들에게 좋은 먹거리이다. 주로 한겨울에 열매가 맺기 때문에 벌과 나비보다는 파리들이 주로 전문매개자로 찾아온다.
사람들은 파리가 모여들자 이 나무를 똥나무라고 불렀다. 이후 일본인들이 이 나무를 가져가서 품종개량하여 관상수로 키웠다. 똥나무 이름에 익숙지 않는 그들은 돈나무라고 했고 이것이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안타깝지만 국가표준식물 목록에서 제안하는 정식 이름이 돈나무이다.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Ⅰ등급으로 3개의 아구에 걸쳐 분포하는 식물이며 해외로 잎 한 장 반출 못하는 국외반출 승인대상이다.
생태적 특징은 장미목 돈나무과에 속하고 교목이나 조경수로는 작은키나무이다.
남도지역의 바닷가 산기슭에 나는 상록활엽나무로 높이 2~3m까지 자란다. 잎은 두꺼우며 표면은 짙은 녹색으로 윤채가 있고 가지 끝에 어긋나게 모여 달린다. 잎은 긴 도란형으로 가장자리는 뒤로 말린다. 백색 또는 황색으로 피는 꽃은 5~6월에 가지 끝에 달린다. 열매는 삭과로 짧은 털이 밀생하고 연한 녹색이다. 10월에 누렇게 익으면 3개 갈라지며 종자는 실리콘처럼 끈끈한 점액질에 싸여 있다.
전라남도·경상남도·제주도 등 남도지역에서 잘 자라는 돈나무는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상록성 나무 가운데 자연수형이 마치 조형해놓은 듯 가장 아름다운 나무로 손꼽힌다. 5월의 향긋한 꽃향기와 함께 촘촘한 푸른 잎들이 빛이 난다. 특히 한 겨울에도 해안가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다른 나무들의 바람막이 역할을 자처한다.
난온대지역 상록활엽수림의 후박나무나 구실잣밤나무군락의 주연부(추이대)에 잘 자라며 다른 나무들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조경수로도 가치가 높다. 염분에도 강하고 잎이 두꺼워서 공해에도 강하다. 싹을 틔우는 맹아력도 왕성하고 전정에도 잘 견딘다. 비록 똥나무라고 부르긴 했지만 돈나무라고도 불러도 손색이 없을 우리 토종나무이다.
돈나무는 주연부 식생이다. 주연부는 추이대(ecotone)라고도 하며, 두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환경이 만나는 경계부를 말한다. 주연부에서 가장 많이 출현하는 종, 또는 그곳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종 및 주연부 특유의 종을 흔히 주연부 식생이라고 한다.
숲과 초원, 해양과 육상, 도로와 초지 등 두가지 이상의 생태계가 만나는 주연부는 종다양성과 종풍부도가 높다. 이를 가장자리 또는 주연부 효과라고 하는데 경쟁적인 두 군집 사이에서 내성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완충지대는 다양한 서식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숲의 완충지대는 개발압력으로부터 우선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남도지역 숲과 바다 사이에서 자라는 돈나무가 넓게 생장할 수 있도록 숲과 바다 사이 완충지대를 함께 보전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제 2023년이 저물고 새해가 밝아온다.
남도풀꽃의 대표적인 식물인 돈나무를 생각하면서 모두 대박을 꿈꾸는 새해이길 기대해본다. 비록 똥나무가 돈나무로 바뀌어 부르고 있지만 우리나라 토종나무 중에 ‘돈’이 이름 자체에 아예 대놓고 들어간 경우는 이 나무밖에 없다.
또한 ‘똥꿈을 꾸면 돈이 들어온다’는 설도 있듯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도 좋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돈나무하면 금전수라고도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일찍이 중국에서 금전수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있고 원예시장에서 지지플랜트라고 부르는 금전수도 별도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토종나무인 돈나무를 사랑하고 잘 보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함께 새해에는 우리 모두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지금까지 돈나무를 포함하여 남도풀꽃 이야기를 하면서 글재주도 없는 데다 정서적으로 메마른 글을 쓰다 보니 팍팍하고 읽는 재미가 없었을 때가 많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럼에도 기후위기시대, 굿바이 남도풀꽃이 오랫동안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랑과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새해에는 돈나무의 늘 푸른 기운을 받아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뵙기를 청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참고 문헌
https://species.nibr.go.kr/index.do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http://www.nature.go.kr/kpni/index.do/ 국가표준식물목록
글·사진= 김영선
환경생태학 박사
광주전남녹색연합 상임대표
한국환경생태학회 부회장
한백생태연구소 부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