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 (36)녹차의 탕색(湯色)과 향기(香氣): 무미이지(無味而至)의 세계
차는 인체의 감각기관 즉 시각, 후각, 미각, 촉각을 이용하여 그 등급을 대략적으로 판단하고 유추한다. 우선 시각적인 것으로는 건차의 외형과, 탕색, 그리고 엽저(葉底)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탕색(湯色)은 수색(水色)이라고도 하며 찻잎 속에 함유된 성분이 끓는 물 속에 용해되어 보이는 빛깔이다. 이 빛깔은 찻잎의 크기와 발효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첫 번째 찻잎을 따기 시작하는 이른 봄부터 마지막 채엽이 이루어지는 늦여름에 이를수록 일조량이 증가하고, 이는 찻잎에서의 광합성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옅은 황녹색(黃綠色)에서 짙은 묵녹색(墨綠色)으로 변한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탕색이 맑아지는 것은 대부분 차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이치이다.
반대로 우려낸 녹차의 탕색에서 진한 녹색이 감돈다면 이는 낮은 등급의 차로 봐도 무방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른 차의 모습을 비교함으로써 서로 다른 등급의 높낮이에 따른 추측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맛과 향기까지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탕색은 차탕 속의 화학성분이 공기와 접촉한 후 그 빛깔이 짙어지거나, 탁해지는 등의 변화가 발생한다. 특히 녹차는 그 변화가 더욱 빠른 편이라 차의 등급을 판단할 때는 그 향기를 맡기 전에 탕색을 보는 것을 우선으로 관찰해야만 한다.
녹차의 탕색을 표현하는 최고의 술어 가운데 하나가 ‘청철(淸澈)’이다. ‘맑을 청(淸)자’에 더해 ‘물 맑을 철(澈)’이 더해지니 맑고도 맑은 경지를 가리킨다. 최고의 술어에는 최고의 차가 등장해야만 한다.
녹차는 어릴수록 그 등급이 높아지고, 등급이 높은 차의 탕색은 점점 물의 빛깔에 가까워지며, 향기는 풋풋하기만 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입안에서 느끼는 맛은 혀로 차를 굴려보면 몽글몽글한 감각이 나오고, 시원한 느낌(선상 鮮爽) 속에 은은하게 다가오는 단맛(회감 回甘)이 동시에 나와야만 한다.
필자에게 이와 같은 느낌이 드는 녹차를 한마디로 정리하라면 ‘무미이지(無味而至)’라고 말한다.
‘무미이지’는 고급차에 가까워질수록, 즉 어린잎에 가까울수록 없음에 가까운 탕색과 향기와 맛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좋은 차의 향기를 설명할 적에는 “살랑이는 봄바람에 실려 와 코끝을 스치는 난꽃향”을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다른 예로는 여성들이 애용하는 향수를 들 수 있다. 향수는 고급품일수록 그 향기는 조용하고, 저급품일수록 코끝을 찌른다. 차향 역시도 고급 향수처럼 있음과 없음의 사이(有無之間)에서 느끼는 오묘함이 본모습이다.
녹차의 향기를 형성하는 요소로는 차나무의 품종과 성장 환경 및 채엽시기와 그 등급 및 살청 방식에 의해서 달라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오는 향기의 형태로는 서호용정의 두향(豆香), 황산모봉의 율향(栗香), 벽라춘의 과향(果香), 여타 차류와 비교되는 녹차 특유의 청향(淸香), 증청녹차의 해조향(海藻香) 등을 들 수가 있다.
다시 말해 향기에서는 어떤 지역, 어떤 품종의 찻잎을 사용했는가, 어느 방식으로 제다를 했느냐에 따라 그 향기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수많은 향기를 구분하기에 앞서 사진 55에서 설명했듯이 높은 등급의 찻잎에서 나오는 유형인 눈향(嫩香)과 호향(毫香)이 나오는 차라야 비로소 마시는 사람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어 다향을 내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