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 만난 사람] 예술치유 전문기업 (주)예술약방 오주현 대표
“예술 통한 치유로 자기 돌봄과 공동체 회복을”
환자들 “좋은 시간 보내고 싶다” 심경 변화

예술치유 전문기업 (주)예술약방 오주현 대표.
예술치유 전문기업 (주)예술약방 오주현 대표.

 어떠한 병이 생기면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그에 맞는 약을 처방받곤 한다. 그렇다면 ‘치료’가 아닌 ‘치유’를 위해선 어떤 약이 필요할까? 색색깔의 물감, 연필과 붓, 그리고 종이 한 장 등…치유를 목적으로 ‘예술’을 처방하고 있는 특별한 약방이 있다.

 예술치유 전문기업 (주)예술약방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 고립된 노인들 등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예술 작업을 통해 일상 속 자기돌봄과 공동체 회복을 추구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예술약방의 오주현 대표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보다 치유를 통한 예방 작업을 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통해 이같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전남대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이화여대에서 음악치료학과 석사 학위를 수료했다. 또한 전남대 문화학과 박사 학위를 수료했으며, 전주대 표현예술치료 박사 수료를 앞두고 있는 음악치료사이자 표현예술치료 전문가다.

예술약방이 지난해 여름부터 진행한 광주 동구 대인동 쪽방촌 어르신들과의 예술 치유 작업. 예술약방 제공.
예술약방이 지난해 여름부터 진행한 광주 동구 대인동 쪽방촌 어르신들과의 예술 치유 작업. 예술약방 제공.

 아주 특별한 약 “치료 아닌 치유”

 그는 소년원과 성폭력 피해 여성 쉼터 등에서 예술 치료 작업을 하며 치료보다 예방을 위한 예술 치유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렇게 지난 2022년 3월 예술 치유를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경제기업 (주)예술약방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치료라는 건 이미 어떤 사람이 병을 진단 받고 그 병을 완화시키기 위해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거라면, 치유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환경이나 감정을 스스로 발견하고 조절해 자기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예술약방’의 이름도 이같은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 약국에서 비타민과 같은 여러 영양제를 구할 수 있는 것처럼 ‘예술’이라는 약을 통해 일상 속 치유를 스스로 이어갈 수 있게 함이다.

 오 대표는 “예술약방에서는 스트레스가 많거나 감정노동이 심한 사람들과 함께 예술 작업을 하면서 자기를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했다”고 말했다.

 예술약방은 설립 이후 소방관,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지난해에는 광주 슬기로운병원, 광주전남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등과 협력해 질병을 가진 환자들과 작업한 예술 치유 작품을 광주 남구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 전시하기도 했다.

광주 남구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 전시됐던 환자들의 예술 치유 작업 결과물들.
광주 남구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 전시됐던 환자들의 예술 치유 작업 결과물들. 

 오 대표는 “병을 가진 사람들은 한 순간에 일상이 뒤바껴 사회와 동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그저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의 나를 건강하게 발현시킬 수 있기를 바라며 예술 치유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은 처음에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 이런 생각뿐이었는데 예술 작업을 시작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식으로 변했다”라며 “그들이 치유되는 과정이 치료사인 제게도 에너지를 전해줬고 그들이 ‘상처입은 치유자’로서 우리에게도 에너지를 환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광주 동구의 ‘별별동구 사회혁신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해 대인동 쪽방촌 독거 어르신들과 자화상·습식수채화·자기성찰 글쓰기 등 예술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9~12월 4개월간 작업한 결과물은 1월 9일부터 12일까지 <아웃사이더 아트 페스타 제1회, 빛이 드는 ‘쪽’>이라는 주제로 동구청 1층 로비에 전시됐다.

 오 대표는 “노인들의 삶이 고립되고 우울할 것 같지만 오랜 인생을 살아오며 체득한 그들만의 지혜도 있다”며 “그런 지혜들을 어떻게 꺼내서 우리 공동체의 중요한 자원으로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같은 시니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부터 13명의 쪽방촌 어르신과의 예술 치유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혼자 생활해온 어르신들은 더운 여름에도 마스크를 쓰고 있을 정도로 높은 경계심을 보였다.

 단절된 경험과 오랜 트라우마를 완화시키고 그들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선택한 매개체는 ‘물감’이었다.

 오 대표는 “습식 수채화는 갇혀있던 마음을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종이에 칠한 물감은 마르면 마를 수록 형태가 변하게 되는데 한 어르신이 그림을 그리며 ‘이 그림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되고 설렌다’는 말씀을 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뿌듯해했다.

 그림을 그리고 난 후엔 항상 글을 썼다. 어렸을 적 고향의 추억, 학교를 다닐 때의 기억, 대인동 쪽방촌으로 오게 된 이유 등. 오 대표는 이같은 구술 작업을 통해 “꿋꿋하게 살아남으려 애쓴 이들의 삶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 대인동 쪽방촌에 거주하던 어르신들과 함께 자화상 그리기 작업을 하며 사진 촬영을 했다. 예술약방 제공.

 예술이 그들 얼굴의 마스크를 벗기길 

 또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경험을 물감으로 겹겹이 칠하는 작업에서 고연령대 어르신들이 발현한 색은 놀라움을 안겨줬다.

 그는 “이분들이 쏟아내고 싶은 빛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색깔이었구나. 그 시대를 살아오며 벼텼던 에너지들이 그림을 통해 드러나니 엄청나게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와 함께 그룹으로 악기를 연주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작업도 했다. 서로의 소리를 맞춰가기 위해 눈을 맞추는 과정에서부터 그들의 마음이 천천히 열려갔다.

 자화상 작업을 하던 때에는 모델처럼 메이크업과 이발을 하고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으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자기 자신의 멋진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러한 특별한 시간이 가져온 변화였을까.

 예술 작업이 계속되며 어르신들은 하나 둘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갔고 그들끼리 서로 상호작용하며 타인과의 관계에 다시금 발을 내딛었다.

 오 대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동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으로도 여러 대상과 함께 공동체 예술 치유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환자들과 시니어들의 치유 작업은 계속할 예정이고, 앞으로는 약물중독 환자나 후천적 신체손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도 예술을 통해 자기를 발현해나가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는 난독증과 수학장애 등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예술을 통해 글자와 수를 아름답게 만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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