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현장 악용…건강권·안전 도외시” 반발

고용노동부. 사진=뉴스1
고용노동부. 사진=뉴스1

고용노동부가(장관 이정식) 대법원 판결에 따라 연장근로 한도 위반 기준에 대한 행성해석을 변경한다고 22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1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 이내이더라도 1일 법정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했거나, 1주 12시간을 초과하면 모두 법 위반으로 보았지만 앞으로는 1일 법정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했더라도 주 52시간을 넘긴 연장근로에 대해서만 법 위반으로 보겠다는 내용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일주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주 2일 하루 21.5시간씩 몰아 일을 하게 하는 것도 가능해지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담기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장 노사,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법의 최종 판단 및 해석 권한을 갖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행정해석을 변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판결로 현행 근로시간 제도의 경직성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지만 건강권 우려도 있는 만큼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현장에서의 악용 가능성과 노동자의 건강권, 안전을 도외시 한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2일 논평을 통해 “노동시간의 최대를 규제하는 것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지난 대법원 판결에 이은 고용노동부의 기준 변경은 노동자의 안전과 삶은 배제한 채 기업의 이윤을 위해 더 집중적으로 일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2022년, 정부 의뢰를 받아 노동시간 제도 개편을 논의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 11시간 이상의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하루에 연장할 수 있는 노동시간에 상한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면서 “고용노동부는 이번 기준 변경이 자신들이 의뢰한 연구결과에도 반하고,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도외시하는 퇴행의 행정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전문가 단체인 ‘직장갑질119’도 보도자료를 통해 “예외를 정상의 지위로 만들어 야근지옥을 일상으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은 제50조 제1항에서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제52조 제1항에서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즉, 근로기준법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유는 근로기준법이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나 합계에 대해 정하고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면서 “따라서 상식적인 정부라면 대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 연장근로시간 상한 단축과 1일 연장근로 상한 설정 등을 제도화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갑질119 의 박성우 노무사는 “고용노동부가 행정해석 변경의 근거로 삼은 대법원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52조 제1항이 정한 ‘연장근로 상한 초과여부 산정 방식’을 해석하면서 처벌대상을 밝힌 형사사건 판결로, 당해 사건의 1심과 2심 재판부는 하루하루의 연장근로시간을 합산한 결과 1주의 연장근로시간이 총 12시간을 초과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1주의 총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면서 “이 판결대로라면 주 소정근로시간이 12시간인 노동자에게 주 40시간의 연장근로를 시켜도 적법해진다. 그야말로 부당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박 노무사는 “그나마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국가가 형벌권을 발동하는 기준을 다룬 형사 사건 판결이기라도 하다”면서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이 판결 기준을 근거로 앞으로 연장근로 한도 위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노무사는 “고용노동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주 12시간의 연장근로 상한을 주 8시간으로 단축하고, 1일 연장근로 상한을 설정해 근로일간 최소 휴식시간을 보장하며, 공짜 야근의 주범인 포괄임금계약을 전면 금지하는 것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해석 변경은 현재 조사 또는 감독 중인 사건에 곧바로 적용된다. 단 이번 행정해석 변경은 연장근로수당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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