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23일 서천 화재 현장에 도착, 약 15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을 기다렸다. 이 시간 서천은 영하 6.3도에 눈바람도 거세 한자리에 서 있기도 어려운 날씨였다는 전언이다.

 윤 대통령은 어깨를 툭 치며 친근감을 표했고 한 위원장은 허리를 90도 가깝게 깊이 숙여 인사했다.

 이렇게 두 사람의 갈등은 봉합 수순으로 들어갔으나 미증유의 이번 파동에서 튕겨져 나온 정치적 부담과 법적 시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약속대련’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이유다.

 유승민 이준석 나경원 김기현... 이번엔 윤 대통령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라는 한동훈이었다.

 소위 ‘친윤 그룹’이 그의 등판이 시기상조라는 동료 의원들에게 소리까지 질러가며 만든 비대위원장이었으나 한 달도 안 돼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서 사퇴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쯤 되면 윤 대통령에겐 여당 대표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당이 검찰 조직이냐’는 지적이 보수층에서조차 나온다.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데뷔가 ‘사천’이라는 것인데,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인천 계양을 출마 발표도 똑같은 사례였다. 그땐 왜 조용했을까.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온 김 위원만 타깃으로 찍혔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한 위원장이 김 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을 지적하기는 커녕 오히려 거드는 듯한 것이 대통령실의 불만을 샀다는 관측이나 그 내용도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 언행이 총선을 앞둔 당정 수뇌부가 충돌한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배경이라니,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 말대로 ‘기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여당의 비대위원장은 행정부의 장관처럼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다. 3권 분립의 원칙에 따른 대법원장과 국회의장처럼 고도의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선거철에 대통령이 여당의 당무에 개입하면 사법처리 될 수도 있다는 선례를 남긴 장본인은 바로 윤 대통령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지난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 모든 논란의 진원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건 역시 더 복잡해졌다. ‘사과 불가론’과 ‘수사 불가피’ 주장에 더해 ‘대통령 선물’ 시비까지 불거진 것이다.

 대통령실은 최근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을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된 선물’로 규정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보관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여사에게 백을 선물한 최재영 목사가 미국 시민권자라 해도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한 ‘외교 관례상 어쩔 수 없이 수수한 선물’로 간주할 ‘동료 시민’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P.S 1 :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가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의 명령을 무시하자 교황은 황제를 파문했고 황제는 알프스를 넘어 카노사로 달려갔다. 하인리히는 죄를 뉘우치는 자를 뜻하는 흰옷을 입고, 맨발로 성문 앞에 3일을 서 있었다. 황제는 교황 앞에 서서 애원했고 교황은 황제의 서약을 받아들여 사면했다. 1077년 1월의 일이다.

 P.S 2 : 이젠 그 누명이 많이 벗겨졌으나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일종의 희생양이었다. 프랑스 혁명 지도부는 당시 적국이었던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녀에게 누명을 씌웠다. 전임 루이 15세의 잇단 참전에 따른 재정 적자가 혁명의 문을 열었으며 그의 애첩 중 한 명인 뒤바리 부인이 막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뒤바리는 혁명 와중에 단두대에 목을 내놓았다.

 서울본부장 겸 선임기자 kdw34000@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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