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로부터 장수(將帥)는 용장(勇將), 지장(智將), 맹장(猛將), 덕장(德將) 그리고 운장(運將) 등으로 분류됐다.
용장은 힘이 세고 용감하며, 지장은 지혜로 적과 싸운다. 맹장은 힘도 세고 지혜도 갖추고 있는 장수를 말하며, 덕장은 무예가 출중하고 지혜도 있는데다 부하를 통솔하는 힘이 뛰어난 장수를 말한다.
그러나 용장이나 지장 맹장 덕장보다 더 막강한 장수가 있으니 바로 운장(運將)이다. 운장의 개념은 병서에선 언급되지 않으나 유럽이나 일본에선 실제로 주요 전쟁에 운이 따르는 장군을 선발했다고 한다.
개인적 느낌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용장,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지장, 노무현 대통령은 맹장,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은 덕장에 가까운 캐릭터가 아닌가 여겨진다.
그럼 운장(運將)은? 문재인 대통령과 클린스만 감독이 떠오르는데 특히 클 감독의 멘탈은 가히 경지에 올라 있는 것 같아 감탄사가 나올 정도다.
#‘10년 주기설’을 깨고 5년 만에 정권을 내 줬음에도, 그간 이렇다할 분석과 반성없이 지나갔던 민주당이 뜬금없는 ‘대선패배 책임론’으로 소란하다.
임혁백 당 공관위원장은 지난 6일 ‘선배 정치인’들과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정권 탄생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의 자발적 용퇴를 요구했다.
친명계 중진 정성호 의원도 “임종석, 노영민 전 비서실장 관련해선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데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책임있는 역할을 했던 분들이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간 친문 책임론은 주로 친명계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나왔으나, 당 핵심 인사들까지 공개적으로 유사한 인식을 표출하자 친문 진영은 아연 위기감에 휩싸였다.
만약 임, 노 전 비서실장 등 문 정권 인사들에 대한 조치가 현실화 되면 그간 내연하던 친명·친문 갈등은 전면전으로 비화된다.
당장 임 전 실장은 SNS에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누가 누구를 탓하는 것은 (대선 배패의) 아픔을 반복할 수 있다”고 썼다. 일부 친문계 인사들은 아예 “이재명 대표는 대선 패배에 책임이 없느냐”고 맞대응했다.
친명-친문 갈등은 사실 뿌리가 깊다. 2017년 대선 당시 이 대표 지지층 일각에선 경선 불복을 외치며 문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고, 2022년 대선에서도 일부 이 대표 지지자들이 ‘문재인 정부가 이 대표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 당 지도부는 힘이 세다. 공천이 아무리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해도 이를 운용하는 건 사람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특정 선거구를 2인 혹은 3인 경선으로 정하면서 특정인을 간접 지원하는 등 방법도 많다. 그래서 서로 당권을 쥐려는 것인데, 역시 문제는 스킬이다.
한동훈의 국민의힘은 수도권에 빈 선거구가 많고 영남도 야당 우세인 이른바 험지가 많아 민주당에 비해 다양한 행마를 구사할 여유가 있다. 그런 때문인지 내용이야 어쨌든 ‘386 자객 공천’, ‘중진 험지 출마’ 등 최소한 뭔가 애를 쓴다는 느낌은 주고 있다.
이에 비해 이재명의 민주당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반명을 몰아내더니 이젠 친문을 친다’는 뉘앙스를 광고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부랴부랴 진화를 시도하고 나섰으나 경선 결과에 따라 갈등 재현 가능성은 농후하며 이번에 그 빌미를 제대로 제공한 셈이다.
계파 갈등이야 어느 당이나 있는 것이고, 왕왕 세력 교체도 일어나는 것이지만 좀 더 매끈하게 진행할 순 없는지 오히려 지지자들이 더 걱정하는 눈치다.
가뜩이나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던 중도층 상당수를 이낙연-이준석의 ‘개혁신당’이 가져가는 흐름에서 선거전 초반 구도는 이래저래 민주당에 불리한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
서울본부장 겸 선임기자 kdw34000@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