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메달 94개…“이젠 은퇴” 기자회견
“양궁, 반짝 관심 이난 일상서도 사랑받길”

한국양궁의 레전드 기보배 선수가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후 가족끼리 모여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양궁의 레전드 기보배 선수가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후 가족끼리 모여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양궁의 레전드 기보배(36·광주시청)가 활을 내려놓고 27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기 선수는 “1997년 처음 활을 잡고 27년 동안 이어온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기보배는 “지난해 힘들게 태극마크를 달았고 파리올림픽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과연 리우나 런던올림픽 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며 “후배들이 잘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을 믿고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은퇴 결심 계기를 설명했다.

 처음에는 담담하게 이야기하던 기 선수는 점점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런던 올림픽 개인전 결승을 꼽았다. “힘든 과정이고 힘든 순간이었지만, 금메달로 성과가 잘 이어졌다. 제 양궁 인생의 큰 반환점이 된 화살이었다”고 말했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는 2016년 리우 올림픽 4강전을 언급했다. “저도 2연패에 대한 꿈이 컸던 만큼 그 문턱에서 자신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기보배 선수의 딸 성제인이 직접 엄마에게 꽃다발과 금메달을 건네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보배 선수의 딸 성제인이 직접 엄마에게 꽃다발과 금메달을 건네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 대표라는 중압감도 힘들었음을 토로했다.

 그는 “사실 한국양궁의 내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다시 태어나면 절대 양궁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울컥하기도 했지만, 그러면서도 “양궁을 하지 않는 대신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응원만 하겠다“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또 “그동안 우리 양궁이 올림픽 시즌에만 반짝 관심을 받는 게 아쉬웠다”며 “양궁이 올림픽에서만 사랑받는 운동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할 것”이라며 대중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한양궁협회는 기보배의 은퇴를 축하하며 꽃다발을 선물했다.

 기보배의 가족들 역시 기보배의 27년간의 선수 생활을 기념해 순금 27돈짜리 금메달을 선물했다. 금메달은 딸이 직접 기보배의 목에 걸어줬고, 이에 기보배는 “올림픽 금메달보다 훨씬 무겁다”며 기뻐했다.

 세계양궁협회도 홈페이지 메인에 기보배 선수의 사진을 올리며 은퇴를 기념했다.

세계양궁협회 홈페이지 메인에 올라온 기보배 선수의 은퇴 기념. 캡쳐=세계양궁협회.
세계양궁협회 홈페이지 메인에 올라온 기보배 선수의 은퇴 기념. 캡쳐=세계양궁협회.

 한국 양궁의 전설인 기보배는 2012 런던올림픽과 2016 리우올림픽에서만 금메달 세 개를 따내며 2관왕을 차지한 한국 신궁 계보를 잇는 선수다. 양궁연맹 리커브 랭킹 1위 수성 일수 676일로 역대 4위를 차지했으며, 아시안 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내외 무대에서 따낸 금메달 개수만 해도 무려 94개에 달한다. 2017년에는 대한민국체육훈장 최고등급인 청룡장(1등급)을 받았다.

 기보배-최미선-안산으로 이어지는 광주여자대학교 양궁부 출신 금메달리스트 계보의 맏언니로, 줄곧 광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했다. 아름다운 미모로 주목을 받았었지만 이보다 더 뛰어난 양궁 실력을 보여주며 세계를 제패했다.

 광주시는 기보배의 뛰어난 업적을 기념하여 2015년 남구 주월동에 광주국제양궁장을 설립하면서 ‘기보배런던올림픽제패기념양궁장’이라 칭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열린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양궁 경기에서는 기보배가 세계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2022년 양궁월드컵과 2023년 전국체전이 열리기도 했으며, 다가오는 2025년에는 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제 기보배는 양궁의 대중화와 후학을 위해서 힘쓸 전망이다. 2022년 박사학위를 취득해 작년에는 서울대학교 체육 교양 양궁 과목의 강사를 맡기도 했다. 다가오는 2024 파리올림픽에는 해설위원으로 우리의 곁에 돌아올 예정이다.

 기탁영 기자 young@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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