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39)] 상하이, 코로나 이후의 기억들
마시는 차를 카메라로 어떻게 보여준단 말인가?

본방채(本幇菜)에 올라 온 쏘가리요리. 본방채는 각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을 말한다. 상하이에서는 상하이요리, 베이징에서는 베이징요리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손님 대접에는 반드시 물고기 요리가 올라오고, 물고기의 머리는 손님을 향하게 하는 것도 중국식 예의이다.
본방채(本幇菜)에 올라 온 쏘가리요리. 본방채는 각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을 말한다. 상하이에서는 상하이요리, 베이징에서는 베이징요리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손님 대접에는 반드시 물고기 요리가 올라오고, 물고기의 머리는 손님을 향하게 하는 것도 중국식 예의이다.

 2019년 가을에 방문한 이후로 50개월 만에 다시 상하이를 찾았다. 시내로 들어가는 공항버스 안에서 둘러본 시가지는 간혹 새로 짓다가 멈춘 건축물이 더러 있을 뿐 5년 전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십수 년 전 상하이로 건너와서 공부하던 시절에 만났던 상하이시 공무원이 "상하이는 주민등록상 등록된 사람은 2300만 명이고, 그에 더해 외지에서 건너와 경제 활동에 참가하는 인원은 700만 명을 더해서 모두 3000만 명이 살아가는 도시"라고 했다.

 다시 세월은 무심히 흘러갔고, 그 사이에 경제는 더욱 발전하여 주민등록 인구만 약 200만 명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2014년 초에 귀국하면서 이 도시는 포화상태라 더 이상 발전의 여지가 없을 거라고 했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그리고 현재 상하이의 모든 부가 집중된 푸동(浦東) 일대만 하더라도 우리가 양자강(揚子江)이라고 부르는 장강(長江)의 퇴적물이 쌓여 조성된 땅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천하 삼분지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손권(孫權)의 오(吳)나라 땅이었고, 그 시절의 푸동은 바다였으니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아니라 벽해상전(碧海桑田)이 된 것이다.

 중국의 역사를 구분할 적에 크게는 역대 왕조를 창건한 황제들로 대표되는 강북의 권력과, 온화한 기후환경으로 인해 의식주가 해결되어 자연스레 태동한 강남의 문화로 나눌 수가 있다. 북방의 거친 환경은 싸움에 능하게 만들어 역대 왕조를 탄생시키는 힘이 되었고, 남방의 농업에 유리한 기후환경은 과거급제를 통해 입신양명을 꿈꾸며 책을 읽는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강남지역에서는 수많은 문인아사(文人雅士)를 배출하였고, 따라서 우리가 말하는 소위 ‘중국문화’의 대부분은 강남의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면 하늘의 이치도 바뀌는 것인지 현대에 이르러서는 북방 민족의 투사적 기질보다는 남방 민족이 가진 비즈니스적인 사고가 더 위력을 발휘하여 상하이방(上海幇)이 정권까지 쟁취하였으니, 하늘의 때(天時)보다도 땅이 주는 이로움(地利)이 낫고,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사람 간의 화목(人和)이 제일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상하이 차 도매시장 가운데 하나인 천산차성의 내부. 손님보다 점원들이 더 많다.

 예해무애(藝海無涯), 학무지경(學無止境)

 ‘예술의 바다는 끝이 없이 넓고, 학문을 닦음은 무한경계와 같음이니 쉬지 않고 정진하라’는 뜻이다. 당대의 학자 한유(韓愈)의 증광현문(增廣賢文)에 나오는 학해무애(學海無涯)가 원문이다. 사람은 살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공부해야만 한다.

 천산차성(天山茶城)은 상하이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차 도매시장이다. 필요한 차가 있어 구매하러 들러보니 손님보다도 종사자들이 더 많다. 아는 친구를 만나 물어봤더니 코로나 기간에는 사람들이 밖에 나오지 못하니 다들 온라인 방송을 통해 영업하였고 그 수입이 괜찮았었는데, 이제 봉쇄가 풀리고 나니 다들 밖으로 쏟아져나와 놀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렇단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온라인 방송을 통해 차를 구매하는 것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무자격자들이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매체에 등장하여 차를 설명하고 광고하는 한국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기도 하다.

 첫째로는 마시는 차를 무슨 수로 카메라를 통해서 보여줄 수가 있단 말인가?

 모양이 비슷할 뿐 서로 다른 모습의 차는 부지기수이다. 오직 얼굴 잘생기고, 언변이 좋은 사람들만이 득세할 것이고, 세 치 혀에 의존해서 구매한 차가 기대에 못 미치면 이 마당을 떠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둘째로 그렇게 온라인 방송을 통해 만난 차들은 대부분 진품에 비해서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을 주고 샀을 것인데, 과연 그 상인들이 자선사업가일까?

 본인이 산 가격보다도 더 낮은 가격에 매입해서 판매한 것이 정상이다. 온라인에서 물품 구매의 가장 큰 요소는 가격이다. 앞서도 수 없이 언급하였듯이 가격만 보고 차를 구매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기에 더 부연설명을 하지는 않겠다.

 셋째로 그 차를 들고서 진품으로 여기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품을 제값 받고 파는 상인들을 욕하지 않을까?

 공정거래는 소비자에게도 요구되는 항목이다. 당신이 엉뚱한 차를 들고 의기양양, 득의만면하는 순간 어디선가는 양심적인 농가와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을 것이다. 좋은 차는 제값을 내야만 한다.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 내가 키운 비양심적인 상인들이 득세하는 그날 당신은 영원히 좋은 차를 만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결론은 언제나 자강불식(自强不息)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의 분별력이 생기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가 어느 분야에 종사하건 예해무애(藝海無涯), 학무지경(學無止境)의 뜻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어 다향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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