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청일의 독서일기] (45)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 주세요/사계절

필자는 그 동안 책을 읽고 조금씩 메모해 온 내용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토론’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내용은 책 소개와 정리, 간단한 소감, 또는 깊이 있는 분석과 평가 등 책에 따라 달라진다. 읽기 편한 대화체 형식으로 서술하고 1차 목표는 100권이다. 100권을 쓸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독자들과의 건강한 토론이라 믿고 있다. <편집자주>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 주세요’ 표지(미리암 프레슬러, 사계절)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 주세요’ 표지(미리암 프레슬러, 사계절)

 사람은 살아가면서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동서양의 성인들이 행복을 철학적으로 논하기도 했고, 행복을 정의와 연관 짓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인간에게 중요한 주제가 무엇인가 물을 때 ‘행복’은 ‘사랑’과 함께 한 손에 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엔(UN) 산하 자문 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10에서 0까지 삶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캔트릴 사다리 척도 설문조사를 통해 국가 행복 지수를 산출합니다. SDSN은 세계행복보고서에 국가별 행복지수를 보고하는데, 국가 행복지수와 연관이 있는 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선택의 자유, 아량, 부정부패 등을 함께 산출하고 있습니다(세계행복보고서, 나무위키).

 보고서에 의하면 2018-2021년 3년 평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중 한국은 34위이고, 2020-2022년 3년 평균 순위는 57위입니다.

 인간은 또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어린 아기들에게도 귀엽다, 예쁘다는 말을 하고, 커서도 예뻐졌다. 아름답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요. 또는 ‘멋’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멋있다, 멋있어졌다, 멋이 있어야지, 말하기도 하고, 누구를 가리켜 멋있는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사춘기 시절 유난히 외모에 신경쓴다고, 내면을 가꾸라고 말을 해도, 살면서 멋과 아름다움을 신경 쓰지 않고 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공공요금을 비롯한 소비자물가지수가 오르고, 금리는 내릴 줄 모르고, 대출이자 갚기도 팍팍한 현실을 고려하면, 행복이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도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전쟁과 폭력, 테러, 혐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국내 정세 또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 정국에 각자도생의 팍팍한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행복하고 싶고, 아름다움과 멋을 포기하지 못하지요. 그렇다면 행복과 아름다움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행복의 조건 중 하나가 아름다움일까요, 아니면 아름다움의 조건 중 하나가 행복일까요? 또는 둘 다 서로의 조건이 되는 걸까요? 어찌 보면 행복과 아름다움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또 다르게 보면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행복’과 ‘아름다움’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한 편을 다루려고 합니다. ‘청소년문학’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1990년대 출판사의 용기 있는 선택과 결단으로 출판되어 나온 이후, 이제는 청소년 문고의 대표작품으로 손꼽는 작품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 주세요’입니다.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초판 표지(사계절)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초판 표지(사계절)

 이야기의 배경과 특이성

 작품의 배경은 1950년대 전후의 독일.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은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에 의해 공동 관리되었습니다. 1949년 미국, 영국, 프랑스가 관리하고 있던 지역에서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이, 소련이 관리하고 있던 곳에서는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이 수립되었습니다(독일, 위키백과).

 1949년 서독에서는 테어도어 호이스가 독일연방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는데(테어도어 호이스, 나무위키), 작품에는 영부인인 ‘호이스 크납’ 여사가 세운 ‘어머니 쉼터’가 등장합니다. 보육원의 우어반 사감은 ‘어머니 쉼터’ 건립을 위해 기금 모금할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호이스 크납 여사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할링카는 열네 살로 엄마와 로우 이모와 함께 폴란드에서 독일로 이주해 온 유태인입니다. 로우 이모의 회고에 의하면 외할아버지는 “살해당했다”고 하는데, 로우 이모는 더 이상의 설명을 해 주지는 않습니다. 이 외에도 작품 속에는 미군 기지 구내 식당에서 일하면서 그곳에서 근무 중인 샘 실버 아저씨를 만나 사랑하지만, 결국 미국으로 돌아가야 해서 헤어진 로우 이모 이야기, 구호물품으로 전달된 바나나와 초콜릿 등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에서 유태인 학살과 독일의 패전, 초콜릿과 땅콩 버터가 들어 있는 미국에서 온 구호품 소포 등을 슬쩍 내비치면서 이를 아주 먼 원경으로 배치해 두고, 보육원에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할링카의 엄마는 로우 이모의 말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하는데 할링카의 기억에는 늘 학대하던 엄마의 모습만 남아 있습니다. 할링카는 로우 이모가 데리고 살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아 힐데가르디스 보육원에서 지내다 지금은 학교와 기숙사가 함께 있는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이곳으로 들어온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입니다. 힐데가르디스 보육원에서 같이 지낸 수잔네, 어머니가 없는 수잔네는 힐데가르디스 보육원에 동생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그곳으로 동생을 방문으로 갑니다. 못난이 인형을 갖고 노는 냉소적이면서 아이들에게 함부로 말하는 엘리자벳, 얼마 전에 들어온 잠들기 전에 늘 우는 레나테, 일찍 성에 눈 뜬 로즈마리, 누구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않고 자신만의 비밀 상자를 껴안고 사는 곱사등이 도로테아, 덩치가 크고 힘이 센 폭력적인 듀로와 엘프리데.

 이 작품의 주요한 특징은 ‘목차’의 소제목들입니다. 제목들은 “1. 깨물지 못할 바에는 이빨을 드러내지 마라”, “16. 신은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이자와 함께 값을 지불한다”처럼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치 격언처럼 보입니다. 대부분 로우 이모가 할링카에게 해 주었던 말인데, 그중 몇 개는 할링카가 생각할 때 아마 이 상황에서 로우 이모라면 이렇게 말했을 거야, 하며 로우 이모를 흉내 내어 자신의 비밀 일기장에 적은 문장들입니다.

 목차를 통해 독자들은 할링카에게 로우 이모의 존재가 어떠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격언이나 좌우명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들 때, 슬플 때, 고통스러울 때 꺼내어 보면서 위로를 받거나 의지를 다지기도 하는 말인데, 로우 이모가 해 주었던 말들이 할링카에게는 그런 의미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의 제목은 할링카가 스스로 만들어 낸 겁니다. “17. 설탕도 충분히 단데 꿀은 왜 필요한가요?” 로우 이모의 말이나 로우 이모가 했을 법한 말이 아니라, 할링카 스스로 생각해서 현재의 자신의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말을 스스로 만들어낸 거지요. 마지막 장의 제목은 두 개의 사건을 통해 할링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의 결말로서 참으로 어울리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코,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 할링카

 할링카는 반년 동안 요양원에서 지내다 1950년 어린이들만 있는 힐데가르디스 보육원으로 들어왔고, 그곳에서 작년 부활절이 끝난 뒤 학교와 기숙사가 함께 있는 지금의 보육원으로 이전에 같이 지냈던 몇 명의 아이들과 함께 옮겨왔습니다. 이곳에서는 얼마나 오래 지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로우 이모가 남자를 만나 결혼하면 함께 살 수 있지만.

 할링카는 여동생도 친구도 필요하지 않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살고 있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들을 보기만 해도 “화가 나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속상한 건 “어머니와 아버지의 양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할링카는 남몰래 블라우스 위를 쓰다듬는데, 그러면 품고 다니는 로우 이모가 보내온 편지가 바스락거립니다. 눈을 감고 로우 이모를 그려보는 것만으로 노여움이 가라앉지만, 그러나 그 생각을 오래 할 수가 없습니다. 눈물이 나면 멈출 수 없기에.

 덩치가 크지 않고 힘도 세지 않은 할링카는 힘이 센 아이들에게 맞기도 합니다. 식당에서 마지막 남은 감자 두 개 중 하나를 먹으려고 손을 내밀다 덩치가 크고 열다섯 살이나 된 듀로에게 목덜미를 사정없이 맞습니다. 분노로 눈앞이 아찔할 정도이지만 얼른 손을 거둬들입니다. “깨물지 못할 바에는 이빨을 드러내지 마라.”는 이모의 가르침대로.

 그런 할링카에게 유일한 위안이 있다면, 4주 만에 외출할 수 있는데, 그때 로우 이모에게 가는 겁니다. 로우 이모는 편지를 보낼 때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와 함께 기찻값으로 10마르크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미군 기지 구내식당에서 일하면서 다락방에 세들어 살고 있는 이모는 가끔 몸이 아프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일을 못해 할링카에게 기찻값을 보내지 못하기도 합니다.

 현재 할링카는 9주 동안 로우 이모에게 가지를 못했습니다. 로우 이모가 아파서 일을 못해 기차비를 보내지 못했는데, 대신 로우 이모가 할링카에게 와서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9주째가 되는 이번 주말에는 꼭 로우 이모에게 가고 싶어 기차비가 들어 있는 편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침내 기다리던 로우 이모의 편지가 도착하던 날, 할링카는 편지를 품에 안고 화장실에서 몰래 읽습니다. 돈은 없지만 사랑이 가득 담긴 로우 이모의 편지 내용에 눈물을 흘리면서 감동에 젖어 있다 그만 얼른 나오라는 말에 번뜩 정신이 들어 급하게 나오다 기다리고 있던 엘프리데에게 사정없이 왼쪽 뺨을 얻어 맞습니다. 이때도 눈물을 흘린 걸 들키지 않으려 화장실에서 오랫동안 씻고 또 씻은 후에 기숙사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결국 부어오른 뺨 때문에 방 친구들이 놀라지만.

 상처와 아픔이 많은 할링카는 그래서 더욱 유일한 탈출구이자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 로우 이모와 함께 있는 시간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로우 이모는 할링카에게 엄마이자 유일한 친구였던 거지요. 그런 로우 이모가 작년 생일 선물로 일기장을 선물하면서 친구들에게 글을 써 달라고 하면, 나중에 그 글들을 읽으며 즐거울 거라고 일러줍니다.

 하지만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았던 할링카는 그 일기장을 작업장 옆 창고 안에 자신만의 비밀 장소를 만들어 두고 그곳에 비밀 일기장과 함께 성냥과 양초들과 자신이 아끼는 물건들을 숨겨 놓습니다. 그리고 늦은 밤 모두가 잠든 걸 확인한 후 조용히 비밀 장소로 가서는 양초를 켜고 향기를 음미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데, 어떤 때는 책을 읽기도 하고, 어떤 때는 로우 이모에게 편지를 쓰기도 합니다. 로우 이모가 걱정할까 봐 부치지는 않지만.

 그리고 평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나 중요한 말들을 기록하기도 하는데, 그러니까 비밀 일기장은 할링카의 습작노트이기도 한 셈입니다. 할링카가 써 놓은 말은 가령, 이렇습니다. “실현 불가능한 것을 희망해서는 안 된다. 궁전을 꿈꾸는 자는 오두막집마저 잃게 된다.”

 ‘어머니 쉼터’ 건립 기금 모금

 할링카에게 하나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보육원의 우어반 사감 선생님은 ‘어머니 쉼터’를 건립하기 위한 기금을 모금하는데, 2, 3학년 학생 중 원하는 학생만 이틀 동안 모금 활동을 한 후 토요일 오전에 모금함을 걷는다고 발표합니다. 할링카는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모금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다가, 상을 준다는 말에 혹, 합니다. 혹시 그 상이, 그럴 리는 없지만, 100% 책이겠지만, 그래도 혹시, 만의 하나, 돈을 준다면, 그 돈으로 기차표를 사서 로우 이모에게 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지원을 합니다.

 그런데 모금을 많이 하게 되자 할링카는 갈등을 합니다. 분명 1등을 해서 상을 받을 수는 없을 건데, 설령 1등을 한다고 해도 그 상이 돈이 아니라면, 모금함에 있는 돈을 빼내서 숨겨 놓으면 되지 않을까 하고. 그리고 마침내 실행에 옮긴 후 철사와 촛농을 이용해서 밀봉된 모금함을 감쪽같이 원상복구 해 놓습니다.

 모금상자에서 10마르크를 빼고 다시 봉합한 뒤 할링카가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하는 생각이 참 인상적이기도 합니다. 이를 풀어보면, “도둑질은 별로 나쁜 짓이 아니야. 그리움도 배고픔과 비슷한 건데, 결국 그리움은 영혼이 허기진 거야.”

 토요일 오전 모금함을 낸 후 종일 식욕도 없고 몸이 아프던 할링카는 그날 저녁 한참을 울고 난 후 잠을 청하던 레나테에게 갑니다. 마음으로는 자신은 여동생이 필요없다고 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자기 전 늘 남 모르게 울면서 잠을 청하던 레나테가 그날 유독 마음이 쓰였던 거지요. 그래서 자신이 아껴 둔 로우 이모에게 받은 초콜릿을 억지로 먹여 울면서 잠을 청하던 레나테를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게 합니다. 마침내 할링카는 자신의 비밀창고로 레나테를 데리고 가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지요.

 할링카의 깨달음

 사건 1. 엘리자벳과 싸움을 하다

 일요일 점심을 먹은 후 방에 들어와 있던 할링카와 아이들은 갑자기 엘리자벳으로부터 엉뚱한 말을 듣게 됩니다. “죄수의 딸과 같은 방을 쓰려면, 물건들을 잘 챙겨라”는. 모두가 놀라고 있는데 레나테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경찰이 엄마를 잡으러 왔을 때 무서워 엄마에게 달려가지 못했다고 죄스러워했다는 레나테, 다시 만나면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싶다고 할링카에게 비밀을 털어놓던 레나테. 도대체 엘리자벳은 레나테의 비밀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동안 엘리자벳이 상대를 정해 일단 공격을 시작하면 누구도 막지 못하고 묵묵히 참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엘리자벳이 더 못되게 행동하기 때문에.

 그런데 그 순간 할링카는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모든 것이 싫었고, 방에 대해서, 기숙사에 대해서, 특히 엘리자벳에 대해서 화”가 납니다. 무엇보다 “이제까지 꾹 참아 오기만 했던 나 자신에 대해서” 화가 납니다. 도대체 엘리자벳은 왜 그럴까? “자기는 부모가 있고, 가끔 소포를 받고, 자기보다 조금 크다는 이유 때문에?”

 할링카는 벌떡 일어서 엘리자벳에게 달려가 어깨를 붙잡고 흔들며 “그 더러운 입 좀 다물란 말이야.”라고 소리칩니다. 잠깐 놀란 엘리자벳이 사정없이 할링카의 따귀를 후려칩니다. 더욱 놀라운 건 할링카가 잠시 주춤하다 엘리자벳의 따귀를 후려친 일입니다. 그렇게 둘은 서로 뒤엉켜 싸움을 시작합니다.

 일단 한 방 얻어맞고 나자 하나도 아프지 않은 할링카는 자신보다 힘이 센 엘리자벳이었지만, 놀랍게도 자신 또한 힘이 세다는 걸 알게 되지요. 뒹굴고, 엎치락뒤치락 싸우고, 누구 손인지 모르게 때리고, 맞고, 발로 차고, 할퀴고, 깨물고, 그러다 누군가 비명을 지릅니다. 놀랍게도 엘리자벳입니다. 할링카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계속해서 치고, 또 칩니다. 그동안 당했던 모든 걸 복수하려는 듯.

 우어반 사감이 와서 싸움을 말리고 의사 선생님이 상태를 점검하는데, 엘리자벳은 오른쪽 눈이 부풀어 올랐고, 할링카는 왼쪽 관자놀이가 찢겨졌습니다. 결국 할링카는 병원에서 꿰매는 수술을 받고 반창고를 붙이고 돌아와 양호실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리고 비밀 일기에 쓸 말이 생각나지요. “남을 절대로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더 더욱 그렇다.”

 자기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로우 이모가 해 준 말을 늘 새기면서 꾹 참고 생활하던 할링카. 하루하루의 생활을 견딜 수 없지만 로우 이모만을 생각하면서 한 달에 한 번 로우 이모에게로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곳 보육원이라는 지옥같은 현실에서 도피만을 꿈꾸던’ 할링카. 그랬던 할링카가 동생이자 친구인 레나테와 관계를 맺게 되고, 그와의 관계맺기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마음과 의지를 갖게 되면서 지금까지 쌓아 왔던 자신의 틀을 깨부수면서 자신에 대한 확신과 신념을 갖게 된 거지요.

 사건 2. 슈베칭엔 성으로 소풍을 가다

 할링카는 어머니 쉼터 기금 모금에서 1등을 하게 됩니다. 10마르크를 훔쳐서 신문지에 싸 잘 숨겨놓았던 할링카는 믿을 수 없습니다. 상품은 자동차를 타고 슈베칭엔 성으로 소풍을 가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는 겁니다. 마침내 소풍 날 슈베칭엔 성에 도착하여 공원으로 들어선 할링카는 계속해서 놀라는 일을 경험합니다.

 성은 엄청나게 컸다. 가운데에는 성을 가로질러 성 바로 뒤에 있는 공원으로 향하는 출입구가 있었다. 공원은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컸다. 꽃밭이 있고 잘 손질된 잔디밭 사이로 활처럼 구부러진 자갈길들과 군데군데 분수대와 연못이 있었다. 어느 커다란 분수대 앞에는 돌로 만들어진 사슴과 개들이 있었다. 사방에는 석상들이 주춧돌 위에 서 있었다. 나는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한참 동안 제자리에 서 있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한 번도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아름답고, 그렇게 드넓은 곳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 갑자기 여인의 석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 여인은 벌거벗은 채 어깨 위로 수건을 걸치고 있었다. …. 석상은 실제로 살아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 여인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에 돌이 되어서도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리라.

 할링카는 자신이 얼마나 공원과 동상들의 아름다움에 감동을 받았는지 눈물을 흘리는지도 모릅니다. 우어반 사감이 왜 우느냐고 물었을 때에야 비로소 알게 되지요. 너무 예쁜 동상들의 모습에 할링카는 아이스크림도, 배고픔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200년에서 300년 된 것들이라는 말을 들은 할링카는 동상들이 마치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자신의 동상”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혼자서 공원을 돌아다니고 싶다며 허락을 받고는 산책을 하며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하고, 여러 생각을 합니다. 엄청나게 큰 성, 수많은 하인들이 기거했을 터이니 방도 많았을 거고. 자신은 한 방에 7명이 지내고, 로우 이모도 아주 작은 방 하나만 얻어서 살고 있다고.

 문득 냄비나 가위처럼 유용한 물건들과 비교했을 때 아름다운 것은 뭔가 필요 이상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 언제나 그런 걸 필요로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바로 그 순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느낌이 들자 다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할링카가 경험한 건 ‘세계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인식의 세계이기도 하고 내적 세계이기도 하는. 사람들이 보통 말하는 그릇의 크기일 수도 있습니다. 다르게 보면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 또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심미안이 생겼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할링카는 생활하기에 당장 필요한 실용적인 것들만 생각했다면, 인간의 삶에는 이러한 것 이외에 아름다움과 같은 정신적, 예술적, 심미적, 추상적, 이상적인 가치들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던 거지요.

 그래서 마지막 장의 제목이기도 한 “설탕도 충분히 단데 꿀은 왜 필요한가요?”라는 할링카의 깨달음이 참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필자는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만족하고 그 이상의 걸 굳이 추구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아름다움과 같은 가치 또한 중요하게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어 봅니다. 자신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갖게 된 할링카의 여유와 의지, 새로운 꿈과 신념, 그에 대한 열정 등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제목은 어떤 의미일까요? 제목은 작품 안의 한 단원의 소제목으로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소제목을 작품 전체의 제목으로 사용한 건, 소제목이 쓰인 맥락과 함께 더 큰 의미를 품고 있다는 작가의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작가의 의도가 할링카의 깨달음을 보여주는 마지막 소제목과 서로 공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 줄 수 있을까요?”라고 해 보았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백청일(논술학원장)

 ■ 참고 문헌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미리암 프레슬러, 사계절.

 독일, 위키백과.

 세계행복 보고서, 나무위키.

 테어도어 호이스,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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