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결별에 후배 괴롭힘 의혹까지
트린지 감독 계약 해지·오지영 선수 1년 자격 정지
여자배구 최다연패 기록의 불명예를 썼던 페퍼저축은행이, 연패에서 탈출했지만 악재가 잇따라 다시 휘청이고 있다. 조 트린지 감독과 계약 해지에 이어 베테랑 리베로인 오지영이 후배 괴롭힘 의혹으로 자격정지 1년 징계까지 겹친 것이다.
앞서 페퍼스를 이끌던 조 트린지 감독이 팀을 떠났다. 구단 관계자는 27일 본보와 통화에서 “행정적인 절차만 몇 개 남아있다. 그것만 정리되는 데로 공식 발표를 할 예정”이라며 사퇴를 공식화했다.
조 트린지 감독은 지난해 6월, 아헨 킴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로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다. 급하게 선임된 상황이라 우려가 많았으나, 그래도 최선을 다한 선임이라고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트린지 감독은 미국 내 권위 있는 스포츠 과학 분석학회인 슬론 스포츠 애널리틱스 컨퍼런스의 멤버로 전술 및 전략에 강점이 있어 데이터 기반의 경기력 분석을 기반으로 페퍼스를 이끌 적임자로 기대됐다.
미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분석 및 코치, 감독직을 역임하고 캐나다 여자, 남자국가대표팀의 코치로서 좋은 성적을 낸 이력도 이같은 기대를 키웠다. 코치와 감독직을 수행하며 미국대표팀의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과 2015년 월드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금메달, 2016년 리우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던 것.
하지만 국내에서 급하게 팀을 맡은 탓인지 페퍼스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급기야 여자프로배구 최다 23연패라는 불명예를 떠안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팀내 괴롭힘 문제까지 불거지며, 트린지 감독의 장악력까지 의심받기에 이르렀고 결국 사퇴 수순에 들어갔다.
이로써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세 시즌 만에 벌써 세 명의 감독을 떠나보냈다. 이번 시즌 아직 잔여 5경기 남았지만, 당분간 이경수 수석코치가 팀을 지휘한다. 페퍼에서만 두 번째 감독대행이다.
감독 부재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팀 내 괴롭힘 의혹까지 터졌다. 베테랑 오지영 선수가 후배 선수들을 괴롭혔다는 의혹이다. 페퍼스는 내부조사를 통해 오지영 선수의 인권 침해 행위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 선수단에서 배제하고 배구연맹에 이를 신고했다.
앞선 23일 한국배구연맹(KOVO)은 상벌위원회를 개최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좀 더 신중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회의를 종료하고 재개최키로 한 것. 그리고 27일 재개된 2차 상벌위원회는 오지영 선수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 침해를 인정, 자격 정지 1년의 징계를 결정했다.
상벌위원회는 “이 같은 행위들은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이며 앞으로 프로스포츠에서 척결돼야 할 악습이므로, 다시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재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구단은 오지영 선수와의 계약해지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 오지영 선수 측은 “우리의 소명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추가로 제출할 수 있는 자료도 있다”며 “재심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지영 선수는 2006년 1라운드 전체 4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했다. 이후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와 GS칼텍스를 거쳐 지난 시즌부터 페퍼저축은행에서 뛰고 있다. 16시즌 446경기에 출전한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리베로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1년에 열렸던 도쿄올림픽에서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면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4강 신화’에 함께하기도 했다.
기탁영 기자 young@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