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박사의 남도 풀꽃나무](42) 물 따라 바람 따라 겸허하게, 석창포
돌 틈에 뿌리 내리고 살아 붙여진 이름
평두메습지 람사르 습지 곧 등록될 듯

석창포.
석창포.

 폭설이 내리는 날, 계곡에서 푸른 잎의 석창포를 만났다.

 물흐름이 조금만 강해도 떠내려갈 듯 위태롭게 보인다. 그러나 씨앗을 퍼뜨리기엔 이만한 환경이 없다는 것을 석창포는 이미 알고 있다. 물 따라 바람 따라 종자가 싹을 틔울 수 있는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는 환경조건이라면 상류에서 하류까지 원 없이 떠내려간다. 그리고 씨앗 하나 싹틔울 수 있는 틈을 만난다면 그곳이 어디든 겸허한 마음으로 희망을 틔운다. 물 흐름에 최대한 방해받지 않도록 로제트식물처럼 납작 자세를 낮춘다. 때론 여름날 장맛비가 쏟아져 식물체가 흔들리면서도 돌이나 바위틈새에 더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이렇듯 월출산국립공원, 무등산국립공원, 내장산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등 국립공원의 깨끗한 계곡습지에서 만난 석창포의 강인한 생명력 앞에 고개가 절로 숙연해진다. 수천 번 계곡 물살에 흔들리며 피는 꽃, 결국 자기에게 온 행운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석창포이다.

 석창포는 계곡이나 시냇가의 돌 틈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돌창포 또는 수창포라고 부른다. 석창포보다 휠씬 큰 창포는 오월 단오에 머리를 감던 식물이다. 창포의 꽃이삭은 굵고 짧지만 석창포의 꽃이삭은 가늘고 좀 더 긴 것이 다른 점이다.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Ⅱ등급으로 모든 식물 아구에 분포하지만, 일부 산지에 나타나는 특성을 가진다. 천남성과에 속하며 해외로 잎 한 장 반출 못하는 국외반출 승인대상이다.

 생태적 특징은 산골짜기의 바위틈이나 냇가의 습한 곳에 자라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줄기는 옆으로 뻗으며, 마디가 많고 밑에서 수염뿌리를 낸다. 잎은 모여 나며, 끝은 뾰족하고, 가운데 잎맥은 뚜렷하지 않다. 꽃은 6~7월에 피는데 녹색이 도는 노란색, 꽃줄기 끝에 달린다. 열매는 장과, 녹색이며, 7~8월에 익는다. 우리나라 경기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제주도 등지에 분포한다.

 사실 석창포의 자생지는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기후가 따뜻해져서 경기도까지 분포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워낙 추위에 약해서 우리나라 중부지방까지 봄∼가을은 견딜 수 있지만 혹독한 겨울, 계곡물이 얼어버린 곳에서 살아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수질이 양호하고 깨끗한 계곡에서만 사는 석창포는 예부터 약용식물로 인기가 많은 식물이다. 이러한 까닭에 불법채취에 취약하고 인위적인 간섭이 심하여 국립공원이라는 보호지역을 제외하고는 자생지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특히 이들이 사는 계곡습지는 콘크리트 호안과 직강화로 훼손 우려가 높아서 습지보전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석창포.
석창포.

 평두메습지가 람사르습지로 조만간 등록될 듯 싶다. 람사르습지는 람사르협약에 따라 지정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지역을 말한다. 이란의 람사르에서 1971년 2월 2일에 채택하여 물새가 서식하는 습지대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중요 습지지역의 생태학적 특성을 유지하고 도모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1번째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25개의 람사르습지를 등록하여 보전하고 있다. 람사르 습지 등록기준은 그룹 A와 그룹 B 등 2개 그룹 9개 기준 중 1개 기준 이상 충족시 신청이 가능하다.

 평두메습지는 그룹 B의 다양성 보전을 위해 국제적으로 중요한 장소로 종·생태적 군집기준에서 기준2의 취약종, 위기종, 위급종, 생물종 또는 위협을 받는 생태적 군집과 기준 3의 생물지리적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식물 또는 동물 개체군의 서식처 제공이라는 2개의 항목을 충족하고 있다. 그래서 환경부가 스위스글랑에 위치한 람사르사무국에 등록요청을 보낸 상태이다. 만약 이대로 별무리 없다면 최소 3개월 내지 6개월안에 우리나라에서 26번째 도심형 국립공원 최초, 광주 최초인 람사르습지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광주광역시를 떠나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환영할 일이고 게다가 지역에서는 축제 분위기로 홍보해도 좋다.

 사실 광주장록습지가 국가습지로 지정하기까지 13년이 걸렸다면 평두메습지가 람사르습지로 지정하기까지는 약 9년이 걸렸다. 그 시작에는 광주시민과 녹색연합 등 광주시민단체, 한국환경생태학회 보호지역분과위원회 등이 습지보전활동과 학술조사 등을 매년 실시하여 정책제안을 한 덕분이다.

 그리고 민관학(북구청,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한국환경생태학회 등)이 머리를 맞대고 특별보호구역 지정에서 람사르습지 등록까지 힘을 합쳐서 이루어낸 성과이다.

 이제 광주지역에서 평두메습지는 도심내 훼손된 습지 중 복원한 국제습지로서 우리의 보전 활동이 중요하다.

석창포.
석창포.

 향후 우리지역에서 습지보전활동으로 4가지를 제안하자면 첫째 매년 2월 2일이 세계습지의 날로 시민습지탐방을 권유한다.

 둘째 시민과학자를 양성하여 생물다양성 대탐사를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습지생물다양성 보전 및 복원 활동에 적극적으로 시민참여를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사유지 매수와 복원사업을 실시한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품격있는 국제습지로서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이제 평두메습지에서 살고 있는 큰산개구리, 세계에서 가장 작은 멸종위기 2급인 꼬마잠자리, 희귀식물인 낙지다리, 영역 표시가 확실한 멸종위기 2급인 수달과 삵 등이 웃으면서 우리에게 안부를 전해 줄 것이다.

 더불어 평두메습지의 생물다양성이 빠르게 회복되면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해제된 제4수원지로 이어지는 계곡습지에 석창포도 다시 출현할 것이다.

 따라서 제4수원지까지도 습지보호지역으로 확대지정하는 방안도 제안해본다. 생물다양성 차원에서 종다양성과 함께 생태계 다양성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향후 석창포가 사는 맑은 평두메 계곡습지의 자생지 보전 및 지속적인 관리는 생태계 다양성을 증진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참고 문헌

 https://species.nibr.go.kr/index.do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http://www.nature.go.kr/kpni/index.do/ 국가표준식물목록 

 글·사진= 김영선

 환경생태학 박사

 광주전남녹색연합 상임대표

 한국환경생태학회 부회장

 한백생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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