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박사의 남도 풀꽃나무](43)옥녀야 너를 바라봄, 옥녀꽃대
꽃대 하나 외롭게 핀 모습 홀아비꽃대도
초봄이 지나고 녹음이 짙어질 무렵에 숲속 땅바닥에 무리 지어 피어난 옥녀꽃대, 꽃이라고 부르기엔 매우 특이하다. 꽃잎도 보이지 않고 흰색 수술이 길게 뻗어서 나와 있다. 게다가 수술은 세 갈래로 보이지만 아랫부분에서 합쳐지고 그 끝에는 노란색 꽃밥이 묻어 있다. 꽃밥은 안쪽에 숨어 있어 겉으로는 하얀 수술만 보인다.
최대한 자세를 낮춰서 정서적 유대감이 가능한 눈빛 교환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옥녀야 너를 바라봄!!”하면서 속삭이는 봄을 맞이한다. 역시 봄은 바라봄이다. 모든 생명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게 한다. 꽃눈도 잎눈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봄은 사랑이다. 사랑은 눈높이를 맞추는 ‘바라봄’에서 시작하나 보다.
옥녀꽃대는 1930년대 일본인 학자 나카이에 의해 거제도 옥녀봉에서 발견하였다고 하여 지명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남부지방에서는 옥녀꽃대를 홀아비꽃대, 과부꽃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홀아비꽃대과에 속하며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Ⅰ등급으로 3개의 아구에 걸쳐 분포하는 식물이다. 이 식물은 해외로 잎 한 장 반출 못하는 국외반출 승인대상이다.
생태적 특징은 숲속 반그늘이나 양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추서며 가지가 갈라지지 않고 높이 15~40cm가량 자란다. 잎은 줄기 끝에 4장이 모여 나며 넓은 타원형 또는 도란형으로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끝이 뾰족하다. 꽃은 4~5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4장의 잎 사이에서 올라오며 털이 없다. 수술은 3개이며 가늘고 관상용으로 심는다. 분포지역은 제주도를 비롯해서 남부지방과 서해안의 일부 섬 지역에서 자란다.
옥녀꽃대와 비슷한 홀아비꽃대도 있다. 홀아비꽃대는 꽃대 하나가 외롭게 핀다고 하여 그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모두 홀아비꽃대과에 속하는 식물로 꽃잎이 없고 암술은 암술머리와 씨방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얼핏 보면 두 식물은 너무나도 닮아 꽃이 피지 않으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옥녀꽃대는 수술의 길이가 길고 가는 편이고 홀아비꽃대는 절반 정도 짧고 두툼하다. 옥녀꽃대가 긴 머리라면 홀아비꽃대는 짧은 머리로 이름과 관련지어 기억해도 좋을 듯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또한 옥녀꽃대는 주로 저지대와 남도지역에서 홀아비꽃대는 해발 400m 이상 고지대와 전국에서 자란다. 옥녀꽃대는 홀아비꽃대가 피고 나면 꽃이 핀다. 같은 운명이지만 서로 만날 수 없는 둘도 없는 생명이다.
최근 옥녀꽃대가 사는 무등산국립공원내 너와나목장도 사유지를 매수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한 훼손지 복원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너와나목장은 폐목장으로 외래식물의 확산과 생태계 훼손이 심각한 곳이지만 일부 지역은 자연천이가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주변 일대는 묵논습지가 위치하며 계곡의 수량이 곧 람사르습지로 등록될 평두메습지보다 약 2배가 많다.
이곳에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습지와 탄소흡수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은 건강한 생태계 회복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중요한 일로서 기대효과가 높다.
사실 현재의 급격한 기후변화는 인간이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 기체를 방출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인간이 방출한 온실 기체의 절대다수는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워서 만들어졌다. 인간 활동에 의한 지속적인 택지개발, 철도 및 도로 건설 등 국토개발과 자연 재해 등은 훼손된 지역의 생태적 건강성이 저하되고 인접 생태계와의 단절, 자연경관 저해 등의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기후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자 결국 인간의 생존마저 위협받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단순히 자연을 보호하고자 했던 과거의 생각에서 더 나아가 자연을 가꾸고 부족할 때는 복원을 통하여 보완하려는 생각에 다다르며 결국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으로 이어졌다.
이제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은 국제적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는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인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채택하였다.
본 계획은 2020년 전략계획인 아이치 목표를 대체하는 전략으로 2030년까지 실천할 23개의 목표 중 훼손된 육상·담수 및 연안·해양 생태계의 30% 이상의 복원 목표를 명시하고 있다.
훼손된 생태계 복원은 저하, 훼손, 파괴된 생태계의 회복을 도와주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주요한 특징은 자연생태계가 관리대상이 되는 지역의 훼손 정도가 대규모 또는 극단적으로 심화 되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추어 이 지역에서도 더 이상 훼손된 생태계가 심화되지 않도록 전문가의 도움과 지역주민, 시민들의 협조를 통해 복원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옥녀꽃대가 사는 무등산국립공원내 너와나목장 훼손지를 복원하는 일은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작은 실천으로 이는 자연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광주전남녹색연합은 3월 16일(토) 오전 10시 너와나목장과 용추계곡으로 봄꽃마중을 떠난다. 자세한 사항은 사무실로 문의(062-233-6501) 바라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참고문헌
https://species.nibr.go.kr/index.do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http://www.nature.go.kr/kpni/index.do/ 국가표준식물목록
글·사진= 김영선
환경생태학 박사
광주전남녹색연합 상임대표
한국환경생태학회 부회장
부산대학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