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2연승에, 정관장 상대 창단 첫 승리
현대건설-페퍼 최종전 결과에 리그 1위 달려
여자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창단 3년 만에 처음으로 2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정관장을 상대로 드디어 승리를 거뒀다. 덧붙여 최종전 결과에 따라 리그 1위 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칼자루까지 쥐게 됐다.
지난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이 정관장을 세트스코어 3-1(25-17, 25-21, 25-14, 19-25)로 꺾었다.
직전까지 정관장을 상대로 모든 경기에서 패배를 기록하며 상대 전적 17연패를 기록하고 있던 페퍼는, 창단 3년 만에 처음으로 정관장을 꺾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8일 흥국생명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한 것까지 더하여 처음으로 연승에 성공했다.
물론 정관장은 7일 GS칼텍스전에서 승리하면서 플레이오프에 직행, 여유 있는 선수 운용을 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상대가 주전선수들을 휴식을 취하게 하고 후보들만으로 경기를 펼친 덕을 본 것이다. 그럼에도 창단 후 처음으로 정관장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하며 상대 전적 17연패, KOVO컵 포함 20연패를 끊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서 페퍼는 직전 경기였던 8일 흥국생명전에서 ‘고춧가루’를 뿌리며 드디어 ‘페퍼’라는 이름값을 했다. 흥국생명은 현대건설과 1위를 다투고 있어 한시가 급한 상황, 페퍼와의 경기에서 이겨 리그 1위를 확정짓고 포스트시즌 준비에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페퍼는 1세트를 내준 뒤 내리 2, 3, 4세트를 가져가며 역전승했다. 흥국생명은 정규시즌 우승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이후 전개되는 경기에서도 페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15일 열리는 흥국생명과 GS칼텍스전에서 흥국생명이 이기며 승점 3점을 가져오는 경우, 승수에서 뒤지는 현대건설은 페퍼저축은행에 반드시 승점 3점을 따내야 리그 1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국의 상대 GS의 경우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 승부에 크게 집착할 필요도 없어, 현대건설은 더욱 불안한 상황이다.
1위 현대건설은 승점 77점으로 1위를, 2위 흥국생명은 승점 76점으로 단 1점 차 승부를 펼치고 있다. 흥미롭게도 페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가 1위 현대건설과의 싸움이다. 현대건설이 페퍼를 상대로 승점 2점 이상을 휙득해야 자력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다.
물론 전력상으론 현대건설이 우위에 있지만, 흥국생명의 발목을 붙잡았던 이력에 창단 첫 2연승이라는 기세가 더해지면 경기 양상이 어떻게 흐를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구단들에겐 정규리그 우승 못지 않게 포스트시즌이 중요하다. 이미 정관장은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며 포스트시즌 준비에 들어갔지만, 1위를 확정지어야 선수들이 쉴 여유가 생긴다. 2위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필두로 삼각편대가 건재한 상황. 선수들의 휴식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주전을 모두 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꼴찌 페퍼에게 칼자루가 쥐어졌다. 정규시즌 1위와 포스트시즌의 구도가 페퍼와 승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기탁영 기자 young@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