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증가에 대한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사교육비 규모가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학생수는 줄고 있지만 사교육비는 전년대비 4.5%가 증가한, 27조 1144억 원이다. 우리나라 교육비가 학생수와 상관이 없음을 증명해주는 통계이다.
지난해 초등학교 사교육비는 전년도보다 4.3% 늘어난 12조 4000억 원이다. 규모만 보면 7조 2000억 원인 중학교, 7조 5000억 원인 고등학교 사교육비보다 각각 72%와 65% 높다.
초등학교의 사교육 참여율이 86%로 중학교보다 10%, 고등학교보다 20%가량 높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초등 늘봄 정책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점차 학원생이 줄어들고,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런 교육부의 입장에 대해 현장은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왜 그럴까?
학교·학원, 생태환경 달라 ‘경쟁’ 무의미
첫째, 교육부 정책 입안자들은 학교와 학원의 생태 환경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 안일한 것 같다. 학원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사적 영리의 영역이고, 학교는 국가의 책무성이 실현되는 모든 학생을 위한 보편적 교육의 공간이다.
보호자들이 학원을 보내는 이유는 실력을 더 쌓고 싶은 수월성의 욕망에 기인하고 있고, 학교는 방과후의 교육케어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면서, 소외없이 모두가 보편적 교육을 받을 수 있게하자는 취지이다.
따라서, 운영의 목적과 배경이 다른 축을 경쟁 상대로 설정하고 사교육비를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역설적으로 그 돈을 아껴서 방학때 크게 투자하겠다는 생각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사교육의 근본 욕망이 작동하는 한국 교육의 생태계를 낭만적으로 인식하고 있거나, 알면서도 답이 없는 정치적 효과만 노리기 때문에, 불신이 깊어지는 것이다.
둘째, 그렇다고 오랫동안 운영되어온 방과후 프로그램을 방치할 수도 없다. 늘봄교실의 방과후 프로그램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관리 지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리체계의 고도화와 질 관리가 되어야 한다.
최근 발표한 늘봄 지원 행정실 구축안은, 국가교육과정에서 분리하겠다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력과 공간, 예산 대책이 없어, 유명무실할 가능성이 크다. 프로그램의 질에 있어서도, 방과후 강사도 학생 참여 규모를 확보하지 않는한 영세성을 면하기 힘들다. 농산어촌은 더 그렇다.
그럼 대안은 무엇일까. 정말 교육부는 영어학원, 미술학원, 아동센터, 태권도 학원, 수학 학원, 피아노 학원이 늘봄 정책의 성공으로 다 문닫기를 바라는 것일까. 최소한 사교육시장 위축(?)의 효과라도 기대하는 걸까.
학교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수행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방과후 정책을 분리시켜서, 국민기본교육과정은 기존 시스템에서 충실하게 운영하고, 방과후 정책은 과감하게 분리하여 운영주체를 따로 해야한다.
현실적으로 어쩔수 없이 학교 공간을 활용하더라도, 그 운영을 분리하여,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전문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운영주체를 교육감, 단체장, 지역민, 보호자, 지역기업 등이 참여하는 공익체(법인등)를 조직, 완전하게 독립하고 전문화해야 한다.
학교 방과후 운영주체 분리, 전문화해야
공적 영역이 먼저 과감하게 투자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면,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사교육 시장이 장기적으로 학교안에서 살길을 찾을 수 있다. 일부에선 학교의 학원화를 우려하겠지만, 적어도 초등학교 단계의 방과후 프로그램은 높은 수준의 질을 확보할 수 있다.
당연히 학부모의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고, 선순환 효과를 만들 것이고, 단체장들의 관심에 따라서는 완전히 무상화할 수 있다. 처음 방과후교육이 도입될 때 학교 주변 컴퓨터 학원이 일제히 문을 닫고, 낮은 수강료를 받고도, 학교로 들어왔던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어느 정부나 초등학교 방과후 문제를 접근하면서,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지만, 인력도, 공간도, 예산 대책도 없이, 효과만 만들어내겠다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정책만 남발되었다.
결국, 방과후 운영 주체를 과감하게 분리하고, 전문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