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40)꽃향기인 듯 과일 향기인 듯 벽라춘(碧螺春)

2011년 3월 25일과 26일 양일간에 걸쳐 촬영한 벽라춘과 서호용정의 새싹 사진 비교. 크기를 고려해서 보더라도 차 싹에 붙어있는 백호(白毫)의 많고 적음과 함께, 외형상으로도 큰 차이를 보인다.
2011년 3월 25일과 26일 양일간에 걸쳐 촬영한 벽라춘과 서호용정의 새싹 사진 비교. 크기를 고려해서 보더라도 차 싹에 붙어있는 백호(白毫)의 많고 적음과 함께, 외형상으로도 큰 차이를 보인다.

楓橋夜泊(풍교야박) 풍교에서 배를 정박하고 밤을 지새우며/ 장계(張繼)

月落烏啼霜滿天(월락오제상만천)

달 지고 까마귀 우는 서리 내린 밤

江楓漁火對愁眠 (강풍어화대수면)

강가의 단풍과 고기잡이 등불은 시름을 더해 잠 못 이루고

姑蘇城外寒山寺 (고소성외한산사)

고소성 밖의 한산사에서는

夜半鐘聲到客船(야반종성도객선)

깊은 밤 종소리는 나그네의 뱃전에 이르네.

 벽라춘의 고장 소주(蘇州)의 이름이 들리면 곧장 연상되는 인구에 회자하는 시이다. 당대(唐代)의 시인 장계가 과거시험에 낙방하고 쓸쓸히 귀가하면서 머무르던 풍교(楓橋)와 함께 지근 거리에 있는 한산사(寒山寺)의 정경을 담아내었다. 장계는 오직 이 한 수의 시로 유명해졌으니, 낙방의 아픔도 어느 정도는 달래지지 않았을까….

 벽라춘은 소주 오흥현 동정호반(洞庭湖畔)의 동산과 서산에서 나며, 그 가운데서 서산에서 나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원래 현지에서는 그 향기가 사람을 깜짝 놀라 쓰러지게 한다는 뜻의 혁살인향(○煞人香)이라 불렀으나, 후일 청대의 강희제(康熙帝)가 어린 찻잎이 옅은 녹색과 비췻빛을 띠고, 잎의 모양은 소라처럼 구부러져 있어서 벽라춘이라고 이름 지었다 한다.

 또한 벽라춘은 고동처럼 둘둘 말려있고, 차의 전신에 백호(白毫)가 붙어있는 상태이다. 초제차(初製茶)가 완성된 다음에는 여타의 차처럼 그 등급에 따른 분류가 불가능한지라 선엽 상태에서의 분류가 곧바로 제품의 등급과 직결된다.

 벽라춘 1근(중국에서의 1근은 500g)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6~7만 개의 차 싹이 필요하다. 채엽 시기는 춘분에서 곡우 때까지이며, 찻잎의 외형을 보면 용정차는 굵고 짧으며 백호가 없어야 좋은 차이지만, 벽라춘은 그 반대로 가늘고 길며 백호가 많아야 하고 찻잎이 노랗게 변한 황편이 없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특급에서 낮은 등급으로 갈수록 잎이 커지고 백호가 적어진다.

 벽라춘의 원료로 가장 좋은 것은 일아일엽(一芽一葉) 인데, 그 제조 과정은 찻잎을 따서 먼저 잎을 선별하여 큰 잎은 제거하고, 젖은 헝겊을 덮어 수분을 유지하고, 살청과 유념 및 초건(炒乾 초청건조)을 모두 한 솥 안에서 한다. 이 과정에서 제일 독특한 것은 차단현호(○團顯毫)의 과정이며, 이는 55~60℃에서 12~15분간 비비고 문질러 선엽에 있는 백호를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이다.

차단현호를 마치고 초건 단계의 벽라춘 제다. 미세한 온도의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으로 하고 있다.
차단현호를 마치고 초건 단계의 벽라춘 제다. 미세한 온도의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으로 하고 있다.

 탕색은 선명한 벽녹색이고, 화과간종(花果間種 꽃나무와 과일나무 사이에서 차나무를 재배하는 것을 말함)의 환경 속에서 자라나야 녹차가 갖고 있는 입 안 가득 퍼지는 신선한 새봄의 청향 속에서 화과향이 같이 우러나온다. 약간의 쓴맛이 나지만 부드러우면서도 맑고 시원한 목 넘김 등은 벽라춘이 갖고 있는 고유한 개성으로 원래의 이름처럼 마시는 사람이 깜짝 놀라 쓰러질 정도의 농밀한 향과 구감이 나오는 것이다. 엽저는 1아1엽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맑고 연한 황녹색을 띠고 있다.

 이러한 벽라춘의 개성은 보통의 벽라춘이 그 모양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그 독특한 화향만은 모방할 수는 없다. 따라서 최고급 벽라춘의 가격 역시도 상상할 수 없는 고가이며 녹차 가운데서 가장 비싼 차이기도 하다.

 벽라춘을 우리는 방법으로는 끓는 물을 75~85℃로 식혀서 물속에 찻잎을 떨어뜨리는 상투법(上投法)이다. 상투법은 백호가 많은 찻잎을 우릴 때 쓰는 방식이고, 유리잔을 사용하면 찻잎이 찻물을 빨아들이며 천천히 가라앉는 차의 춤(茶舞)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어 다향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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