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만에 전남 지역구 여성 의원 탄생
광주서 호남 유일 ‘청년’ 1명 당선
헌정사상 ‘최고령’ 지역구 당선인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된 가운데 광주와 전남에서 46년 만에 탄생한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 호남 유일 청년 국회의원, 81세의 헌정사상 지역구 최고령까지 갖가지 이력이 주목받고 있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당선이 확정된 광주 8명, 전남 10명의 국회의원이 여의도에 입성한다. 이 가운데 관심을 끌었던 전남지역 ‘여성’ 국회의원도 이변 없이 탄생했다.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서는 46년 만에 전남지역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보수정당 불모지에서 지지 기반을 확보한 ‘4선’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를 꺾은 권향엽 민주당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0만 4493표(70.09%)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국회에 입성했다. 이정현 후보는 3만 5283표(23.66%)에 그쳤으며, 같은 선거구의 여성 후보였던 유현주 진보당 후보는 9288표(6.23%)로 집계됐다.
전남지역에서 여성 국회의원이 당선된 것은 1978년 10대 국회의원 선거 김윤덕 의원 당선 이후 46년 만이다.
전남에서는 당선인인 권 후보를 제외한 국민의힘 박정숙 후보, 진보당 유현주 후보가 도전했지만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이번 선거에서 권 당선인이 국회에 입성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민주당은 해당 선거구를 ‘여성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해 권 당선인을 단수공천했다. 하지만 권 후보가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를 보좌한 것을 두고 ‘사천(私薦)’ 논란이 불거지면서 잡음이 일었다. 이에 권 후보는 전략공천을 반납하고 경선에 참여해 현역 서동용 의원을 누르고 공천권을 따냈고, 여의도 입성까지 성공했다.
권 당선인은 1968년생으로 전남 광양이 고향이다. 금도초, 태금중, 순천여고,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과정 수료 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46년 만에 전남지역 여성 국회의원이 된 권 당선인은 “순천, 광양, 곡성, 구례 지역민은 46년 만에 전남 여성 정치인을 탄생시켰다”며 “지역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발휘해 성실히 일하겠다”고 전했다.
광주에서는 북구을 민주당 전진숙 후보가 광주 유일 여성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진보당 김미화 후보, 녹색정의당 강은미 후보, 진보당 김해정 후보, 국민의힘 양종아 후보, 진보당 전주연 후보 등 다수 여성 후보가 광주에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전 당선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선했다.
전 당선자는 9만 9993표(72.11%)를 받았다. 그는 여성운동가에서 구의원, 시의원을 거쳐 지역 여성 최초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정치인으로,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양종아, 새로운미래 박병석, 진보당 윤민호, 개혁신당 김원갑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전 당선인은 광주 동신여고, 전남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 대학원 사회학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졸업 후에는 광주여성회 회장, 한국여성단체연합, 광주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등을 지낸 바 있다. 그는 “북구에서 풀뿌리 정치부터 경험하며 성장한 북구가 키워 준 정치인”이라면서 “민생, 먹고사는 문제를 국회의 중심에 두고 절박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전남에서 다수의 청년 후보들도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단 1명만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전남에서는 1995년 출생(만 28세)으로 여수시을 선거구에 출마한 진보당의 여찬 후보가 여의도 입성을 노렸으나 4.32%(3291표)의 득표율로 낙선했다.
여 후보는 전남지역 유일한 20대였으며, 전남에서 청년 국회의원은 탄생하지 않았다.
광주에서도 여러 청년 후보자가 도전했지만, 당선은 1명에 그쳤다.
만 43세의 북구갑 민주당 정준호 당선자로, 83.45%(8만 6713표)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했다. 그는 광주 각화초, 각화중, 동신고를 졸업해 2001년 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2016년에는 민주당 영입 인재로 정계에 입문해 2번의 총선 도전과 1번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3번의 도전 끝에 현역인 조오섭 의원을 ‘청년’의 힘으로 누르고 경선에서 승리 후 본선까지 올라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정 당선인은 “청년의 패기로 윤석열 정권에 당당히 맞서 싸워 민생을 재건하고 정권교체의 기수가 되겠다”며 “호남 유일의 청년 당선인으로서 쇠락한 상권을 되살려 청년들로 북적이는 활력 넘치는 북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주지역 최연소인 1990년생(33세) 개혁신당 장도국 후보는 동구남구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1.66%(1531표)의 득표율로 낙선했다. 배우인 장 후보는 이색 직업을 가진 후보자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39세의 청년 의사 국민의힘 박은식 후보도 같은 선거구에서 도전했지만 8.62%(7936표)의 득표율에 그쳤다.
광산갑에 젊은 청년의 열정과 도전 의식을 내세운 만 40세의 소방공무원출신 무소속 양윤열 후보도 1.48%(1351표)의 득표율로 낙선했다.
이에 반해 주목받는 ‘최고령’ 당선자도 있다. ‘5선’에 성공한 정치 9단 민주당 박지원(81세) 당선자로, 22대 총선에서 헌정사상 지역구 최고령 당선인이 됐다.
박 후보는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목포에서 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만 81세의 박 당선인은 임기가 종료되는 2028년엔 85세가 된다.
해남·완도·진도군 지역구에서 승리한 박 당선자는 역시 고령 인곽봉근(79세) 후보와 2파전을 벌였다. 이 결과 박 당선자는 92.35%(7만 8324표)를 얻어 전국 지역구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남의 최고령 박지원 당선인과 최연소 여찬 후보의 나이차는 53년이다.
박 당선인은 “정치 선배로서 22대 국회가 국민을 위한 생산적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는데 경험과 경륜을 쏟겠다”면서 “지역 발전, 정치복원,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에서도 서구을 기독당 김천식(82세) 후보가 전국 두 번째 최고령으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0.26%(218표)의 득표율에 그쳤다. 그는 올해 82세다.
광주지역 최고령 김천식 후보와 최연소 장도국 후보의 나이차는 49년이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