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싸움에 설자리 잃어
녹색정의당 0석…심상정 원내대표 정계 은퇴 선언
군소정당 입지 취약 가운데 진보당 원내정당 두각

1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녹색정의당은 "유권자분들께서 보여준 준엄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라고 밝혔다. 녹색정의당 공식 SNS 제공.
1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녹색정의당은 "유권자분들께서 보여준 준엄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라고 밝혔다. 녹색정의당 공식 SNS 제공.

 22대 총선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여당인 국민의힘의 참패로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국회의원 254석 중 161석을 차지했으며 민주당 주도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14석까지 합해 175석의 거대 야당이 됐다.

 또한 국민의힘은 지역구 국회의원 90석과 마찬가지로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18석를 합해 108석을 확보하며 대통령 탄핵·개헌 저지선(200명)만 가까스로 지켜냈을 뿐 정국 주도권을 넘겨주게 됐다.

 이와 같이 두 거대양당이 ‘정권 심판’과 ‘거야 심판’으로 맞붙으며 어느 정당이 몇 석을 더 차지하느냐의 싸움으로 치달았던 이번 총선에서 양당 구도를 탈피하고자 등장했던 제3지대 정치세력들은 어김없이 존재감을 잃고 밀려나게 됐다.

 이번 제22대 총선은 제3지대 정치 세력이 유독 많이 등장했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의 ‘개혁신당’을 비롯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민 의원이 만든 ‘새로운미래’, 정의당과 녹생당의 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 등이다.

 다른 제3지대 정당들과 달리 정권 심판 메시지를 강조했던 ‘조국혁신당’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전략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비례 12석을 확보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군소정당들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전국 비례대표 개표 결과 국민의미래가 36.67%, 더불어민주연합이 26.69%, 조국혁신당이 24.25%를 차지했으며 개혁신당이 3.61%, 녹색정의당 2.14%, 새로운미래 1.7%를 각각 기록했다.

 이에 진보당과 개혁신당이 지역구 1석과 비례대표 2석 총 3석을 확보했으며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1석을 얻었고 지난 21대 총선에서 6석을 확보했던 정의당은 단 한 개의 의석도 얻어내지 못하는 참담한 결과를 맞이했다.

11일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광주 광산구 산월나들목 주변 교차로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낙연 후보 SNS 제공.

 5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집권여당의 당대표까지 지낸 새로운미래 이낙연 후보는 대표적 ‘친명’으로 꼽히는 민주당 현역 의원 민형배 후보에 맞서 광주 광산을에 출마하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거센 정권심판 바람에 득표율 13.84%에 그치며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낙연 대표는 ‘호남의 마지막 민주주의 불씨’를 살려달라며 유권자에 호소했지만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투표에서도 1명 당선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받아들었으며 정당득표율도 1.7%에 불과해 비례의원 의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11일 이 대표는 “광주시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앞으로도 주어진 책임을 다해 대한민국의 정상화, 민주세력의 재건, 광주와 호남의 발전을 위해 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0석’이라는 더욱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든 녹색정의당은 조국혁신당의 등장 전까지 ‘지민비정’(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정의당)이라는 흐름 속에 진보 유권자들의 표를 받아오며 역대 총선에서 국회 입법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오기도 했으나 창당 이후 12년 만에 원외정당이 됐다.

 이에 책임을 통감한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온 진보정치의 소임을 내려 놓으려 한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며 녹색정의당은 “준엄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해단식을 진행했다.

 야권 군소정당인 진보당은 3석이라는 눈에 띄게 큰 성적표를 받은 건 아니지만 원내진입에 실패한 녹색정의당과 달리 원내 진보정당의 명맥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 21대 총선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한 것과 대비되는 성적이다.

 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지역구 단일화를 통해 윤종오 후보를 울산 북구에 내보낸 결과 55.12%의 득표율로 지역구 국회의원 1석을 확보했다. 또한 민주당 주도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정혜경, 전종덕 후보의 의석도 챙길 수 있게 됐다.

 광주·전남지역에 출마한 진보당 후보들도 당선은 안됐지만 2위를 차지하며 일부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진보당이 전략 선거구로 지정했던 광주 북구을에서는 윤민호 후보가 16.34%로 2위였으며 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갑으로 출마했던 이성수 후보는 18.04%, 전남 나주시화순군에서는 안주용 후보가 19.72%를 득표하며 나름 선전한 모습이다.

 이날 윤민호 후보는 “새벽 4시부터 자정까지 활동하는 진보당원들 모습에서 광주 정치의 새로운 희망을 봤다고 격려해주셨다”며 “국민들은 윤석열 정권 심판과 진보당 3석 당선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으로 인정해주셨다. 작은 승리 더 큰 진보로 든든한 주민 편인 진보당 윤민호가 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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