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지금까지 해준 게 뭐 있나요?”
전남도 내부 청사에는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며칠째 분위기가 무겁다. 만나는 도 간부마다 광주시에 대해 서운함, 때로는 분개의 어조를 띤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주 무안 초당대에서 열린 군공항 소음대책 토론회에 참석해 군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발언한 직후다.
이른바 ‘플랜B’ 발언으로 광주시와 전남도의 관계가 일순 악화했다.
애초 전남도에서는 강 시장이 토론회에 오지 않기를 바랐다는 후문이다. 혹시 무안 군민을 자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탓이다.
강 시장은 그러나 행사에 참석해 “무안이 군공항 이전을 결사 반대하면 하지 않을 수 있다”, “광주시로선 플랜B를 가동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발언하자 전남도 측의 한숨과 고민이 깊어졌다.
“왜 이 시기에 그런 발언을 하는가. 무안 군민의 군공항 이전 수용성이 좋아지는 시기가 아닌가. 그런 발언을 해서 얻을 게 무엇이 있는가”라며 전남도 한 간부공무원은 기자에게 ‘열변’을 토했다.
물론 플랜B 발언에 대해 전남도는 즉각 유감을 표명하는 공식 입장문을 냈다.
강 시장이 무안 내 군공항 이전 입장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말이다.
또 지난 29일 전남도는 일부 언론에 보도자료를 통해 광주시민을 포함한 호남 지역민이 인천공항을 이용하며 소요되는 연간 경제적 비용이 2000억 원에 달한다며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하루라도 빨리 군공항 이전 문제가 해결되고 민간공항이 무안으로 넘어가 지역발전, 지역민의 이동 불편함을 덜어주자는 의미다.
이를 반대하는 지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플랜B’ 발언에 전남도 큰 한숨
그런데 무안과 군공항 이전만을 놓고 생각하면 꽉 막힌다.
광주시 입장에서는 무안 군민이 군공항 이전 결사 반대는 물론, 무안군수가 3자(광주시·전남도·무안군) 협상테이블에 나와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그래서 강 시장은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어 플랜B를 가동하지 않을 수 없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간극이 생긴다.
전남도에서는 광주시가 마음을 열고 무안 군민에게 접근해봤느냐고 따진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만나자”, “안 만나면 플랜B 가동할 수 있다”는 말만 툭툭 던지고 있지 실질적으로, 몸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말을 들으면 광주시도 서운해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강 시장과 김영록 지사가 회동했을 당시 무안으로 민간공항을 2025년 KTX 무안 개통에 맞춰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3자 회의, 소음대책 토론회, 그리고 군공항 이전 관련 원탁회의 등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양보할 것은 거의 다 했는데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는 항변이 나올 수 있다.
플랜B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강 시장이 함구하고 있어 알 수 없지만 함평을 잠재적으로 이전후보지로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군공항을 함평으로 이전시키고 민간공항은 무안으로 이전하는 방안, 또는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동시에 함평으로 이전, 또는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광주 존치 등의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는 불가능한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 취재 결과, 정부 국토종합개발계획에 무안으로 민간공항이 가도록 돼있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해당 지자체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해당 지자체가 다른 계획을 세우면 애초 계획이 무산되고 새 게획 수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국방부가 이를 확인해준다. 플랜B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진정 광주와 전남 발전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는 다른 문제다.
마음 열고 무안으로 발걸음하시라
무안으로 군공항과 민간공항이 이전하는 것이 최적, 최상이라면 그렇게 우선 추진하는 것이 맞다. 이를 강 시장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광주시, 강 시장에게 통 크게 한번 더 나서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이왕 강 시장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발걸음이기에 3자 회의뿐 아니라 2자 회의, 즉 무안군수와 1대1 회동도 추진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강 시장이 어느 날 무안군을 방문해 군수를 한 번 보자고 하면 김 군수가 문전박대 하겠는가.
또 무안 현지주민과 접촉해 악수를 나누고 인사를 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말이다.
김영록 지사가 강 시장의 플랜B 발언의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좀 더 진정성을 갖고 다가와 주기를 바란다” (30일 출입기자 간담회)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시장의 무안 방문은 공개적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있어 비공개적인 행보가 낫겠다는 생각이다.
한번 해서 안 되면 몇 번이라도 도전해서 말이다. 이후 ‘잠행’ 결과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자리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광역지자체장과 기초지자체장의 만남에 ‘급’을 맞추고 안 맞추고의 문제가 아니다.
광주와 전남의 미래를 여는 일이니 만큼 그야말로 통 큰 행보가 필요하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