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는 없었다, 사람이 죽었다

올해 창간 20주년 특집 중 하나로 광주드림은 역대 취재기·뒷얘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그때’ 광주드림에 실려 지역사회 큰 파장을 일으켰던 기사들이 어떻게 작성됐는지 이면을 알려주는 읽을 거리입니다. 독자들에게 제공된 정제된 기록으로서 기사가 아닌 ‘비사’라 할 수 있는 정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한 편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해당 기자들이 감당한 수고의 일단도 느껴볼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 관점에서 정리한 기록은 2018년 본보가 출간한 ‘호랑이똥은 멧돼지를 쫓았을까-광주드림 취재기’ 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송정역 근처 광산구 송정동 한 유흥주점 화재현장.  광주드림 자료사진.
송정역 근처 광산구 송정동 한 유흥주점 화재현장. 광주드림 자료사진.

 2005년 11월 어느 날 아침, 송정역 근처 광산구 송정동 한 유흥주점에서 불이 났다. 2층 방에 있던 여성 2명이 탈출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돼 뇌사 상태에 빠졌다.

 최초 경찰은 단순 화재사건으로 인식했고, 그렇게 사건 처리 절차를 밟아가고 있었다.

 경찰 발 화재사건 보도자료를 접했던 이지은 기자도 경찰과 다르지 않은 인식하에서 현장을 둘러보고 기사를 작성했다.

 당시 이 기자는 블로그 활동에 열심이었다. 자신이 작성한 기사와 취재 뒷얘기 등을 블로그에 올리곤 했는데, 이 기사 역시 포스팅됐다.

 “블로그에 댓글이 붙었는데, 내막을 잘 아는 이해 당사자였던 거예요. 불난 곳이 성매매업소이고, 자신이 그곳에서 일했다고 했고, 해당 업소를 운영한 업주에 대해서도 잘 안다는 내용이었어요.”

 이를 계기로 이 기자의 심층 취재가 시작됐다.

 화재가 난 곳은 비상구 없는 집창촌이었다. 화재를 진압한 소방당국에 따르면, 외부와 통하는 문은 1층 출입구가 전부였다. 2층에서 1층으로 이어지는 문은 강화유리-보온덮개-스티로폼-보온덮개-강화유리 등 5겹으로 막혀 있었다. 창문이 있었으나 장롱으로 막아져 있어 탈출구 구실을 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것도 드러났다.

 무엇보다 이곳이 성매매 업소라는 의심이 짙었다. 사고 직후 구성된 ‘송정리 성매매업소 화재사건 대책위원회’와 피해자 가족들이 화재현장에서 찾아낸 콘돔과 영업장부, 여종업원의 일기장 등이 결정적 근거였다.

 ‘감금 생활’을 추측케 하는 일기장도 발견됐다.

 이 기자는 대책위와 한 몸으로 움직이며 사건의 내막을 추적했다.

 안타까운 시간을 함께 했다. 화재 당시 질식됐던 여종업원 2명이 사고 10여 일만에 사망했다.

 이 기자는 국립수사과학연구원의 부검에도 직접 참관하는 등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결과

 “광산경찰- 유흥업소 유착”

 “화재 현장에 사람 더 있었다”

 “구청 수차례 단속, 뭘 봤나?”

 “피해자 끝내 숨져”

 “업주, 성매매 알선 혐의 긴급 체포” 등의 기사가 숨가쁘게 이어졌다.

 집요한 추적과 기사가 이어지면서 사고의 윤곽도 명확해졌다. 결론은 최초 수사기관의 발표와는 달리 단순 화재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현장에선 성매매도 이뤄지고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

 당시 경찰의 발표 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씨는 ㅍ주점을 비롯해 인근 ㅊ·ㄷ주점의 실질적 업주로서, 지난 2002년 9월 경남 진주에서 일하던 여종업원 1명을 선불금 3000만 원에 고용하기로 하고 근로계약서와 함께 현금보관증을 강제로 작성하게 했으며, 일을 그만둔다고 하면 ‘너 빚이 얼마인데 어디 가냐’고 협박,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피해사실을 확보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비상구 없는 집창촌…예고된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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