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했다. 3년을 기다렸던 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우와 강압적 통제에 폭발했다. 올해 1월과 3월에 기업노조 2개를 만들더니, 4월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결정했다. 덩달아 휴대전화도 불났다. 기자들의 전화로 숨 돌릴 틈이 없었다. 30년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한 사건 때문이다. 기사가 쏟아졌다. 대다수 기사 제목은 이랬다. “무노조, 무파업 합의(원칙) 파기한 광주글로벌모터스 민주노총 가입”
“무노조 합의 없었다. 민주노총 가입 사유 본질”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이 사회적 관심과 논란을 촉발한 것은 GGM이 국내 1호 상생형 지역일자리이자 광주형일자리 모델로 만든 기업이기 때문이다. GGM은 “사회적 대화 기반의 노사민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상생형 일자리 모델의 완성차 생산공장 신설 법인”으로 캐스퍼를 생산한다. GGM은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간의 완성차 사업 투자협약 결과 2019년 9월 설립됐다. 자본금 2300억 원으로 광주시가 21% 출자해 1대 주주이고 현대차가 19%로 2대 주주이다. 2021년 4월에 공장을 완공하여 9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고용인원은 현재 690여 명이다.
지난 1월에 GGM에서 제1기업노조, 3월에 제2기업노조가 결성되었을 때, 대다수 보수언론은 기업노조 설립 사실만 보도했다. ‘무노조’ 합의 파기를 주장하는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조선일보조차 “‘열악한 처우’ 광주형 일자리, 결국 노조가 생겼다”(2024.2.16.)는 기사를 냈다. 그런데 4월23일 기업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사실을 공개하자 보수언론의 민주노총 공격이 활개 쳤다. 조선일보의 사설, “‘무노조’ 약속 깨고 민노총 접수, ‘광주형 일자리’ 예정된 실패”가 대표적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노사 상생 일자리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이다. 그 이유는 조선일보가 보도한 대로 “열악한 처우” 때문이고, 기업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회사의 태도에 있다. 상생협정서 합의를 깬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GGM, 현대차, 광주시다. 평균 초임 연봉 3500만 원과 주거·교육·복지 등 사회적 임금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생산직 초임은 주44시간 기준 3000만 원 미만이었고, 입사 4년차가 3300만 원~3500만 원이다.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운영되는 충남 서산의 동희오토도 평균 연봉이 6000만 원이다. 휴대전화를 강제로 수거해서 수시로 점검할 정도로 현장통제도 심했다. 주거, 교육, 의료 등 광주시의 사회적 임금 지급 약속도 일부만 이행되고 있다. 사택 제공은 2027년에서 2030년으로 넘어갔다. 주거비는 월 27만 2000원에서 올 7월부터 30만 원으로 인상하지만, 원룸 월세에 미치지 못한다. 5년간 35만 대 생산 목표도 지난해까지 11만 대 생산에 그쳤다. 결국 저임금, 무권리 상태를 ‘상생’이라고 포장했을 뿐이다.
GGM 기업노조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은 ‘무노조 합의’를 파기한 것일까? 일단 광주시와 현대차가 맺은 투자협약서, 노-사-민-정이 합의한 ‘노사상생발전협정서(상생협정서)’ 등 어디에도 ‘무노조, 무파업 합의’ 문구는 없다. 헌법에 반하고 실정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니, 애초 담을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상생협정서에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누적 생산목표 대수 35만 대 달성시까지로 한다”는 문구가 있다. 회사나 많은 언론은 이를 두고 ‘무노조, 무파업’ 합의 파기로 보고 있다. 노조가 없을 때는 개별 근로계약이나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등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가 결성되면 법에 따라 GGM 할아비라도 노조와 단체교섭에서 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무노조 합의 파기’라고 주장한다면 GGM이 노동자의 무권리(무노조, 무교섭, 무파업)를 전제로 만든 기업임을 인정하는 꼴이다. 광주형일자리가 ‘상생 없는’ 일자리란 사실을 고백한 것이다.
광주형일자리는 독일의 아우토반 5000모텔을 밴치마킹한 것이다. 폭스바겐사와 금속노조 합의로 추진한 이 모델은 기존 폭스바겐 노동자보다 임금은 20% 적게 받으면서 그들보다 더 많은 주당 35시간 근무하는 조건이었다. 이마저도 7년만인 2009년 폭스바겐으로 통합해 동일한 단체협약을 적용했다.
노조할 권리 보장이 함께 사는 길.
보수언론과 사측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으로 GGM 곧 망할 것처럼 악선동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강성노조가 있는 현대차, 기아차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광주지역의 부품업체인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금호에이치티, 디에스시, 우영산업, 호원, 기광산업 등에서 금속노조에 가입했지만 망하지 않았다. 당연히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은 오르고 권리는 향상되고 있다.
노사 상생 광주형일자리인 GGM이 처음 기획한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동반성장과 상생협력, 소통, 투명경영의 원칙은 중간에 노조를 배제하며 유실됐다. 애초 기획을 실현하려면 노조할 권리부터보장해야 한다. GGM, 현대차, 광주시가 책임 주체로 금속노조를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5·18 민중항쟁의 도시이자 민주, 인권의 도시 광주다. 광주가 투자유치 명목으로 노동자의 시민권을 박탈하며 퇴행할지, 반독재 민주주의를 넘어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며 경제민주주의를 선도하는 도시로 성장할지, GGM은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권오산(광주·전남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