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총선 이후 광주·전남의 이슈는 다시 군공항 이전 문제일 것으로 보고, 기자는 이슈 중심에 선 김산 무안군수에게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다.
그때마다 차단당하다시피 했다. 김 군수의 휴대폰 번호를 모르는 기자가 그와 연락을 하려면 어느 부서를 거쳐야 하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물론 김 군수의 휴대폰 번호를 알거나, 또 어떻게 해서 그와 통화가 가능하더라도 군공항 이전 문제를 거론하면 통화가 중단될 수도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든다.
김 군수와 통화가 무위에 그치면서 군공항 이전 문제 관련 무안군 입장을 듣기 위해 관계자와 통화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다시 말해 군공항 이전에 대한 김 군수의 속내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5일 오후 김 군수가 김영록 전남지사와 비공개로 만찬 회동을 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다음날 전남도에서 관련 보도자료를 짤막하게 냈다.
김 군수는 여전히 군공항 이전 관련 협상을 위한 무안군, 전남도, 광주시 등 ‘3자 대화’에 거부한다는 것이고, 11일 예정된 강기정 시장의 무안군 일로읍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것(김 지사에게 그렇게 전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한다.)이 주 내용이다.
그리고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에 속도를 내자고 김 지사와 뜻을 같이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김 지사를 비공개로 만났을 때도 김 군수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에 대해 합의했다.
흥미 있는 것은 무안국제공항을 어떻게 활성화할까 하는 점이다.
광주 민간공항과 군공항을 이전하지 않고서는 극히 어렵다는 게 저간의 사정인데 말이다.
광주시는 무안으로 두 공항을 통합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민간공항만 별도로 보낼 생각이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거다. 이점은 전남도도 인식을 같이한다.
그러면 무안군은 무안국제공항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강구하고 있을까.
그저 해보는 얘기가 아니라면 민간공항만 보내라는 것인지, 군공항도 함께 이전하는 데 동의하지만 충분한 시간과 새로운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공항 통합이전을 하지 않고서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가 요원한데 이를 바라는 것은 모순된 인식과 논리를 표출하는 셈이다.
기자는 이같이 비공개 회동 후 엇갈린 내용의 보도자료를 볼 때 언론과 지역민을 우매화하는 것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 2차 회동에서 김 군수는 강 시장이 무안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에 어떤 중압감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오는 11일 예정된 무안 일로읍 홍보 캠페인에 강기정 광주시장이 방문하는 것은 우발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캠페인을 자제시켜 달라고 전남도에 강력히 요청했다.”
전남도가 회동 뒤 내놓은 보도자료 중 일부인데, 웬만해선 “강력히 요청했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김 군수의 ‘톤’이 꽤 높았던 것 같다.
강 시장의 방문에 앞서 광주시 간부공무원들이 무안 장터를 방문하고 농번기 일손 부족을 우려해 양파 농가를 찾아가 수확에 힘을 보태고 있으니 김 군수도 심적 압박감이 없진 않을 것이다.
모두 과거에 없던 광주시 모습이 아닌가.
공항 이전 문제가 풀려야 무안을 포함한 서남권 미래 지역발전 방안이 그려질 것은 팩트에 해당한다.
또 귀가 따갑게 거론되고 있지 않은가. 전북 새만금국제공항, 대구경북 신공항, 부산 가덕신공항이 5년 후 개항하기 전에 무안국제공항이 온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골든타임을 넘기면 효과가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공항 통합이전을 수용할 것인지 결론을 내긴 내야 한다.
광주시는 이를 올해 안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플랜B를 가동하겠다고 공표했다. (광주시의 ‘올해 안’ 시한 설정이 옳은지 아닌지는 별개 문제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을 것이란 점만 일단 받아들이자.)
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무안군과 주민 입장에선 종국적으로 플랜B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것일지 모르지만 정말이지 잘 생각해야 한다.
광주·전남의 미래가 달린 일이란 점을 공유하고 있을 거다. 무안군이 반전을 보이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호남 명운이 바뀐다.
어떻든 대화는 해가야 한다. 공적인 장으로 나와야 한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