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곰순의 귀촌일기] (89) ‘선율’의 ‘별스런 동아리-시장편’ 이야기
곰돌곰순은 한재골로 바람을 쐬러 가다 대치 마을에 매료되었다. 어머님이 다니실 성당이랑 농협, 우체국, 파출소, 마트 등을 발견하고는 2018년 여름 이사했다.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마당에 작물도 키우고 동네 5일장(3, 8일)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막걸리에 국수 한 그릇으로 웃음꽃을 피우면서 살고 있다. 지나 보내기 아까운 것들을 조금씩 메모하고 사진 찍으며 서로 이야기하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 싶어 연재를 하게 되었다. 우리쌀 100% 담양 막걸리, 비교 불가 대치국수가 생각나시면 대치장으로 놀러 오세요 ~ 편집자주.
아침부터 빗방울이 한 방울씩 내리더니 10시가 넘어가니 땅이 젖어갑니다. 담양 시장 천변 주차장에 도착할 때는 빗방울이 빗줄기가 되어 내리고 있습니다.
비가 올 경우 천변 데크 야외무대 건너편 담양 상설시장 로비에서 공연을 하기로 한 바 있는데, (재)담양군문화재단의 ‘별스런동아리-시장편’ 첫 공연 성사 의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미리 도착했는데도 선율 회장님이 먼저 도착해 있네요. 역시 솔선수범하시는 분.
리허설 후, 동아리별로 공연을 진행하니 어느새 네 번째 선율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준비한 다섯 곡 중 오프닝 곡은 ‘연가’. 원곡은 뉴질랜드 민요인데, 오래전에 해바라기가 부르기도 했었지요. 쉬운 멜로디라 기타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칼립소 리듬을 배울 때 배우고는 하는 노래. 장날 모인 사람들과 함께 부른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아 선택한 곡입니다.
화음 없이 몇 가지 변화만 주고 담백하게 연주하면서 노래하고, 엔딩은 무반주로 진행하다 끝날 때만 한 번 연주하는 걸로. 마치고 보니 호응도 좋아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연습한 그대로 모두가 잘한 것 같아 회원들의 표정들도 좋습니다. 이어서 준비한 네 곡을 차례대로 부르는데, 마이크를 좀더 가까이 대고 부르자고 했는데도 여전히 마이크 멀리 떨어져서 불렀던 아쉬움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주 잘 소화한 듯.
하기야 동아리 출범 이후 여러 무대에 서 본 데다, 작년 봄 첫 버스킹, 가을 담양 문화회관 대강당 공연까지 했으니, 회원들 모두 실전성도 길러진 듯합니다. 정모 외에도 공연을 위해 특별히 연습도 더 하다 보니, 말할 게 더 없겠지요. 회원들의 후기를 들어 보니 모든 분이 너무 좋았다고.
담양장·창평장·대치장날 만나요
‘별스런동아리-시장편’은 (재)담양군문화재단에서 지역내 생활문화예술동아리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속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전통시장 활성화도 꾀할 목적으로 추진하였답니다. 30개 이상의 동아리들이 지원하였는데, 이 중 공연 9팀, 체험 6팀 하여 모두 15개 동아리가 선정되었습니다. 2:1의 경쟁률이었던 셈이지요.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심사. 선율에서는 회장님이 준비, 참석하였는데, 최종적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회원들 모두 회장님이 면접 심사를 잘 봐서 된 거라고 덕담들을 했답니다. 심사와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회장님을 통해 군내 다양하면서도 많은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는 줄 새롭게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통기타동아리도 여럿이고, 우쿨렐레, 색소폰, 밴드, 중창단, 대금, 아코디언, 팝페라, 필라테스 체조, 난타, 사물놀이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동아리들이 활동하고 있답니다. 6월부터 11월까지 15개의 동아리가 4~5번씩 공연과 체험활동을 준비하여 담양장, 창평장, 대치장에서 장날에 지역주민들과 만나게 됩니다.
이전과는 달라진 게 또 있는데 동아리별 공연시간이 20~25분 주어졌습니다. 미니콘서트라고 해도 좋을 시간. 아마 각 동아리별로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달라는, 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 거라고 보여집니다.
담양에는 1개 읍과 11개의 면이 있으니 평균적으로 따지면 각각의 읍/면에 최소 3개 이상의 동아리들이 활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면마다 차이가 있기에 대전면처럼 동아리들이 활성화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 신청하지 않은 동아리들과 배드민턴, 탁구, 배구, 축구 등 스포츠 동아리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100개가 훌쩍, 넘을 거 같습니다. 전국적으로 주민들/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다더니 담양도 그렇습니다.
2024년 선율, 3기를 받다
실은, 2024년에 선율에 신입회원들이 들어왔습니다. 올해 정기총회에서 해마다 신입회원을 받아들이되 봄에 한 번 받는 걸로 했습니다. 회원들과 센터를 통해 들어오고 싶다는 의사를 보인 분들이 다수 계셨기에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고, 1, 2기에 이어 3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곰돌이 정모 프로그램을 다시 연구해야 되었겠지요. 각 기수별로 레슨도 해야 하고, 정기발표회와 외부 공연도 해야 하니. 그래서 정모를 1, 2교시로 나누어 1교시는 ‘기수별/개인별 레슨시간’으로, 2교시는 ‘발표회/공연 준비시간’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1교시는 “두 시간 같은 한 시간”을 모토로 각 기수별/개인별로, 복습하고, 새롭게 배울 주법을 익히고, 계속 돌면서 점검하고, 새 곡을 연주하고, 중요한 포인트를 세심하게 살피고, 연주 합 맞추기를 하는데, 1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곤 합니다. 다행히 이제 기타를 배우는 3기 분들도, 1, 2년을 함께 활동해 온 1, 2기 분들도 좋다고 격려를 해 주고 있습니다.
3기는 처음에 동요를 통해 코드를 배우고, 기본 스트로크와 4, 8비트 리듬과 고고리듬을 배우는데, 그 중 기타를 좀 쳐보신 분이 있었습니다. 일정상 3기 분들이 6월 담양장 공연에 함께 하는 건 무리였는데, 그분은 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보이기도 하셔서 함께 연습하고 무대에 서기까지 했답니다.
“지금 여기에 있으니 이 일을 하고 책임을 진다.”
별스런동아리-시장편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기쁨도 잠시, 기획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회원들은 그동안 공연했던 곡들로 충분하지 않느냐는 의견들을 제시했지만, 곰돌이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그동안은 5~10분에 2~3곡을 하는 거였다면 이번 공연은 20분 이상 해야 하니, 최소 5곡을 해야 합니다. 미니콘서트라 해도 좋을 시간. 곰돌이는 이 기회를 좀더 의미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다섯 곡을 배치할 때 어떤 흐름을 가진, 스토리텔링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연구 끝에 곰돌이 대략적인 개요를 잡았고 정모 때 회원들에게 브리핑을 했습니다.
크게는, 오프닝곡과 엔딩곡, 그리고 그 사이에 세 곡을 넣는 걸로. 전체적인 흐름은 소설의 5단 구성처럼 산등성이를 올라 절정에 오른 후 대단원으로 마무리하기.
오프닝곡은 장터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노래로 하되 따라하기 쉽고, 박수치면서 노래할 수 있는 호응이 좋은 곡으로. 엔딩곡은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곡으로 선곡하되 선율의 실력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박수와 노래, 환호성까지 이끌어낼 수 있도록.
엔딩곡은 김수희의 ‘남행열차’로 쉽게 결정되었습니다. 호남 사람들이 워낙 좋아하는 노래인데다, 기아타이거즈 응원곡이기도 하고, 몇 번의 공연 때 경험도 있었으니. 그런데 오프닝곡은 쉽지 않았습니다. 공연곡들과 여러 곡들을 뒤적이며 이런저런 연구를 하는데, 진척은 없던 어느 날 갑자기 5월 어느 정모 날에, 회장님 집에 초대받아 야외수업(!)을 했더랬는데, 그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연가’를 불렀던 게 떠올랐습니다. 공연곡으로 하기에는 너무 간단한 기초 곡이었는데, 마당의 흥겨웠던 그 날을 떠올려보니 몇 가지 변화를 가미하면 오프닝곡으로 좋을 거 같았습니다.
가운데 세 곡은 공연했던 곡 중에서 골랐습니다. 모두가 따라부르기 쉽고 호응도 좋지만 담백해서 무언가 기대하고 싶게 만든 오프닝곡이 지나자마자, 신나는 고고리듬에 멜로디와 화음이 어우러진 ‘사랑은 이제 그만’. 그리고 그보다 좀더 고급진 소울리듬의 ‘고래사냥’을 지나 엔딩곡으로 갈 수 있는 힘을 더 내게 만드는, 화음과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는 ‘나의 20년’까지.
공연에 참여한 후 곰순이는 이 나이에, 하고 있는 직업 이외의 일에서 이렇게까지 가슴이 북받치고, 흥분되는 경험을 하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성취감, 보람, 열정 등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들과 생각들이 공연 이후에도 계속 맴돌고 있다네요. 공연장에 섰던 걸 떠올리기만 해도 무언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 거 같아서 흥분되기도 한다고. 다른 회원들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곰돌이도 왜 그렇지 않겠어요. 여기에, 구상하고, 기획하고, 준비하고, 연습하고, 정모를 하고, 공연을 하고, 정모와 공연이 끝나면 다시 과제를 한 아름 안고,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도 자리하게 되었답니다. 아마, 인생을 살아가는 모두가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지금 여기에 있으니 이 일을 하고 책임을 진다.”
곰돌 백청일(논술학원장)·곰순 오숙희(전북과학대학교 간호학과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