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 청소노동자들의 점거 투쟁

올해 창간 20주년 특집 중 하나로 광주드림은 역대 취재기·뒷얘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그때’ 광주드림에 실려 지역사회 큰 파장을 일으켰던 기사들이 어떻게 작성됐는지 이면을 알려주는 읽을 거리입니다. 독자들에게 제공된 정제된 기록으로서 기사가 아닌 ‘비사’라 할 수 있는 정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한 편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해당 기자들이 감당한 수고의 일단도 느껴볼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 관점에서 정리한 기록은 2018년 본보가 출간한 ‘호랑이똥은 멧돼지를 쫓았을까-광주드림 취재기’ 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광주시청서 들려나온 노동자들.  광주드림 자료사진.
광주시청서 들려나온 노동자들. 광주드림 자료사진.

 2007년 3월 7일 오후 2시, 상무지구 광주시청사 시장실 앞. 상무지구 광주시청사를 청소하는 50·60대 노동자들이 “일하고 싶다”를 외치며 박광태 광주시장실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청소 위탁업체 변경으로 고용 승계가 불투명해지자, 사실상 사용주인 광주시가 고용을 보장해달라고 호소하는 집회였다. 하지만 광주시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다”는 입장이 확고했고, 농성도 강제 해산시킬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여성 청소 노동자들은 속옷 바람으로 시청을 지키고 있었다. 손대지 말라는 절박함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청사 방호”를 명분으로 투입된 공무원들 입에선 비아냥이 쏟아져 나왔다.

 “요즘 일자리가 없어서 난리인데, 저러니까 광주에 기업하러 온다는 사람이 없지. 내가 사장이라도 저런 사람들 뽑고 싶겠어?”

 “이만큼 일하게 해준 것도 감사해야지, 많이 컸구만.”

 이날 20여명의 노동자들을 내몰기 위해 광주시청 전 공무원들에게 대기령이 내려졌다. 결국 다음날 새벽 1시 무렵, 농성 노동자와 지지 시의원, 취재하는 기자들까지 모두 내쫓겼다. 200여명의 공무원들이 들어낸 것이다. 그 현장에 있던 조선 기자도 함께 쫓겨나왔다.

 당시 광주시는 2004년부터 3년간 청사 관리 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했지만,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기존 50여명의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가 불투명해졌다. 노동자들은 직무의 숙련도와 경험 등을 들어 고용 승계를 요구했지만, 시는 새로운 업체와 노동자간 일이라며 외면으로 일관했다.

 여성 노동자 20여명의 시장실 점거 농성 5시간만인 7일 밤에야 시는 ‘발등에 불 떨어진 듯’ 협상에 나섰다. 새 용역업체 사장을 불러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여 업체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해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이때가 밤 9시. 그러나 오겠다던 업체 사장은 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날이 바뀌어 ‘국제 여성의 날’인 8일이 됐다. 새벽 1시 무렵, 시청 공무원들은 노동자들과 노동단체 관계자 30여명을 해산시켰다. 이때 시청 여직원들은 준비해온 담요를 여성노동자들에게 뒤집어씌웠고, 남직원들 대여섯 명이 담요를 들어내는 방식으로 농성 여성 노동자 18명을 2층 세미나실로 몰아넣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은 실신하거나 다쳐서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함께 있던 강은미, 이승희, 최경미 시의원과 조선 기자를 비롯한 언론 취재진들도 강제로 들려 바깥으로 내쫓겼다.

 “당시에 공무원들이 다 웃고 있었어요. 노동자들을 끌어내기 위해 접근하던 공무원들이 심각하지도 않고,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다 웃고 있었다니까요. 그게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카메라 빼앗아, 찍지 마.”

 당시 공무원들은 취재진의 촬영도 막았다. “나가라, 집에 가서 잠이나 자지, 왜 시청사에 있느냐?” 기자들에게도 이 같은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날 조 기자는 현장을 생생히 담아낸 사진 두 장과 속보를 송고했고, 같은 날 사건이 종료된 이후 기사를 써냈다. 다음 날에는 현장 상황을 생생히 담은 스케치 기사와 함께 현장을 지켜보던 기자로서의 참담한 마음을 담은 칼럼을 썼다.

 “공무원들이 누굴 위해 일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가 짠해 보이는가. 하나도 안 짠해. 비정규직을 없애자고 하는 우리들 당당하지.’ 청사 밖으로 쫓겨 나와서도 아주머니들은 이렇게 말했다. 광주시와 공무원들은 이번 청소 노동자들의 사태와 관련해 어떤 것이 정당한 것이고 부당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시민들을 위해 일하려는 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당시 투쟁을 해오던 청소노동자들은 2015년 2월에야 광주시에 직고용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8년 만이다.

 조 기자는 “너무 오래 걸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노동자들이 지금껏 견뎌왔을 생계의 압박과 고통스러운 시간이 8년이나 방치하다니. 광주, 인권과 평화의 도시라는 게 허울뿐이라는 걸 보여준 상징같은 사건이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시청 청소용역직 농성 2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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