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곰순의 귀촌일기] (90) 귀촌인들의 수다 3

곰돌곰순은 한재골로 바람을 쐬러 가다 대치 마을에 매료되었다. 어머님이 다니실 성당이랑 농협, 우체국, 파출소, 마트 등을 발견하고는 2018년 여름 이사했다.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마당에 작물도 키우고 동네 5일장(3, 8일)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막걸리에 국수 한 그릇으로 웃음꽃을 피우면서 살고 있다. 지나 보내기 아까운 것들을 조금씩 메모하고 사진 찍으며 서로 이야기하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 싶어 연재를 하게 되었다. 우리쌀 100% 담양 막걸리, 비교 불가 대치국수가 생각나시면 대치장으로 놀러 오세요 ~ 편집자주.

어느 해 냥이들의 아침 식사 풍경.
어느 해 냥이들의 아침 식사 풍경.

 # 귀촌한 지 햇수로 벌써 7년째가 됩니다. 배우는 걸 좋아하고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하는 곰돌곰순인지라 이런저런 모임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사귀고 있겠지요. 이곳은 대도시 근교지역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귀촌인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현지인들의 말로는, 이제는 아마 절반이 넘을 거라고 합니다. 모임을 하다 보면, 현지인들보다 귀촌인들이 더 많기도 합니다. 모임이 끝나고 술자리를 갖기도 하고, 따로 만나서 차 한 잔을 하기도 하지요. 술집에 들렀는데, 이미 자리하고 있어 합류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몇 차례의 만남에서 나온 여러 이야기를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배워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A(3년차) : 모임을 하면서 시간 되시는 분들끼리 잠깐씩 카페에서 차도 한 잔 하잖아요. 그런데 그때마다 빠지지 않는 게, 꼭, 같은 모임의 다른 회원을 그렇게 흉을 봐요. 저희만 그런가요.

 B(5년차) : 우리도 그래요. 같은 모임을 하는 회원인데도 앞에서는 함께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면서도, 뒤돌아서면 꼭 둘씩, 셋씩 짝지어서 그렇게 흉을 보더라구요.

 C(7년차) : 그런 거 많아요. 저는 어떤 모습까지 봤냐면요, 다른 모임에서 온 사람들이 있는 자리인데도 같은 모임 회원을 그렇게 흉을 보는 거에요. 마침 그 사람이 없다고.

 A(3년차) : 맞아요, 맞아. 저는 그게 적응이 잘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일을 자꾸 경험하다 보니 그런 자리에 가기가 싫은 거에요. 아, 그런 일도 있으셨어요 하거나, 예, 그랬군요 하면서, 맞춰주기도 참 힘들고. 잘 모르겠다고 하면, 왜 몰라 하면서 서운해 하고. 제가 아직 귀촌한 지 몇 년 안 돼서 적응을 잘못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요. 괜히 자리에 없는 사람 흉보는 게 도리에 맞지 않는 거 같기도 하고.

 B(5년차) : “나랏님도 없는 데서는 욕도 한다”고 하잖아요. 보통 뒷담화라고도 하고, 새살깐다고도 하고. 저도 가끔 그렇게 흉을 보기도 하는데, 그래도 어떤 때는 이건 좀 심하다, 나가고 싶을 때도 있긴 해요.

 C(7년차) : 저도 비슷해요. 그래서 어떨 때는 바쁘다고 안 만나기도 하는데, 그러면 또, 먼, 뒷소리들이 그리 많은지. 근데 ○○모임은, 제가 볼 때 좀 도가 너무 지나치는 거 같더라구요. 머, 다른 일도 있긴 했는데요, 그 일이 좀 크게 다가와서, 그래서 이렇게까지 하면서 내가 이 모임에 있을 필요가 있나 싶어서, 결국 그 모임을 나왔어요. ○○활동은 하고 싶은데, 그렇게 인간관계를 이어가고 싶지 않으니까.

어느 해 석양빛을 쬐며 쉬고 있던 둘째.
어느 해 석양빛을 쬐며 쉬고 있던 둘째.

 말 한 마디에도 상처받는 게 사람이라

 D(6년차) : 저도 그런 경험이 많아요. 그래서 어느 때부터인지 그냥 정기모임에만 가게 되고, 사적으로 만나거나 카페로 몰려가서 차 마시거나 하고 싶지 않게 되었어요. 실제로 바쁘기도 하구요.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회원 중에 아파서 쉬고 계신 분이 있는데, 그래도 큰 행사 때 참여도 하시고, 또 함께 식사할 때도 있고 해서 그때마다 잘 지내시는지, 건강은 좀 어떠신지 묻기도 하고, 건강 관리 잘 하시라고 덕담도 해 드렸고. 가까이 사니까 이것저것 챙겨드리기도 하고. 근데 어느 날 모임에서 그분과 친하게 지내는 분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물었더니, 얼마 전에 만났는데, 잘 지내고 있더라고. 그런데 저보고는 그랬다네요. 가까이 사는데 찾아와 보지도 않는다고. 그런 말을 들으니 괜히 마음이 편치가 않더라구요.

 E(현지인) : 들려오는 말마다 다 신경쓰고 살면 어떻게 살어? 일단 내가 너무 피곤하제. 그냥 흘려듣기도 하고 묻어가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야제. 그런 거 신경쓰면 귀촌해서 못살어.

 D(6년차) : 언니도 그런 일을 많이 겪으셨겠어요?

 E(현지인) : 나도 똑같제. 얼마 전에는 ○○모임을 한다고 해서 몇 번 나갔잖아. 근디 집에서 살림만 한다고 해도 내가 워낙 바빠야제, 마을에 벌여 논 일에다, ○○에다 ○○도 있고. 그래서 지각도 하고 결석도 좀 하고, 내가 좀 들쑥날쑥 했잖아. 근디 언제 나갔더니 회장이 그러더라고. 그럴라면 나오지 말라고. 아따, 웃으면서 농담으로 한 말이란 걸 내가, 모르겄능가. 근디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 봐도 너무 서운하더라고.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내가 머시 되겄어. 그라고 내가 이 나이에 그런 말이나 들어야 쓰겄어. 그래서 안 나가. 내가 머 하러 나가.

 D(6년차) : 아이고, 아까는 어떻게 다 신경쓰고 사냐고 하셨잖아요?

 E(현지인) : 아따, 나도 그게 어렵제(웃음). 그래도 D가 나한테 몇 번 전화해줬잖아. 그래서 나도 좀 나가볼까, 했제. 근디, 또 이런저런 일도 생기고. 글고, 나가믄 자꾸 그 사람을 보게 되니까, 아예 그 사람 안 볼라고. 그래서 그냥 마음 접어부렀제.

어느 눈 내리던 겨울 꼭 붙어 있던 냥이들.
어느 눈 내리던 겨울 꼭 붙어 있던 냥이들.

 “그렇게 사는 거제.”

 F(8년차) : 저는 무슨 일을 겪었냐면요, ○○회원 한 분이 전화하셔서 편의점에서 맥주 한 잔 하자고. 나갔더니 몇 사람이 있는 거에요. 챙겨주셔서 고맙죠. 그래서 캔 맥주를 함께 마시는데, 갑자기 그분이 그러는 거에요. 저보고 ○○이 찾아가서 사과하라고. 같이 온 사람들이 모두 그 말을 거드는 거에요. 몇 개월 전에 모임을 나간 사람인데. 처음에는 갑자기 이게 먼 말이다냐, 내가 멀 잘못했나, 무슨 인민재판 같아서 제가 좀 당황했겠잖아요. 멀 사과해요, 하고 물었겠지요. 근데, 그 사람이 나가기 전에 저희 모임에서 무슨 회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사람이 자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제가, 저는 하고 싶어요, 했다고. 왜 자기가 하기 싫다고 하자마자 그렇게 말하냐고. 좀 이따 말해도 되는데, 왜 내가 말하자마자 그랬냐고, 그때 기분 나빴다고. 그걸 지금에라도 사과받고 싶다고.

 여러 사람 : 아니, 그런 게 어딨어요? 그게 먼 말이여? 아니, 그때 말해야제? 아따, 아니제. 그게 먼 사과할 일이여?

 F(8년차) : 그렇죠, 맞죠. 근데 그때 그 말을 듣는데, 진짜, 길 가다 모르는 사람한테 한 대 얻어맞은 거 같더라구요. 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그 사람은 이제 ○○모임을 안 하고 있는데. 나한테 찾아와서 술 한 잔 하자는 게 나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한테 데려가려고 했구나, 내가 그렇게 크게 잘못했나. 생각할수록 속에서 얼마나 열불이 나는지 앞에 있는 테이블을 잡고 엎어버리려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라구요. 내가 귀촌해서 별 이상한 경험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만 들고.

 G(25년차) : 잘 했네, 잘 했어. 더 심한 말도 많이 듣고 사는 세상이잖아. 그냥 참고 살아야제.

 H(4년차) : 근디 찾아왔다던 그 사람들이 이상하네.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그렇게까지 그 사람 편을 들어서, 우루루 몰려와서, 사과하라고? 허, 참. 사람을 무슨 병신 만드는 것도 아니고.

 G(25년차) : 마을일 하다 보면, 별 일이 다 있어. 전화해서 집 앞에 있는 거 치워주라, 마을 앞에 풀이 많이 자랐는데, 왜 안 자르고 있냐, 쓰레기가 많더라, 심지어는 집안일도 해 달라기도 해. 어르신들이 많으니까 이해하고 해 주기는 하는데, 이게 참, 너무 심한 거시 한두 가지가 아니여. 그래도 우리가 사는 것이 아무래도 도시하고는 다르잖아. 도시에서는 이렇게까지 이웃들이랑 만나고 또 사람들하고 만나서 먼 모임을 이렇게 자주 하기가 쉽지는 않제. 좋은 점도 분명히 많고. 근디 그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니까 또, 일도 그만큼 많아지고, 안 좋은 일도 겪고, 그러드라고. 그래도,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고 살아야제. 하나하나 다 먼 의미를 부여하고 살믄, 못 살어.

 K(현지인) : 그래, 너무 마음 쓰지 말어. 나도 여러 일을 겪고 살어. ○○에서 회장을 한 번씩 하거든. 근디 무슨 행사를 준비한다고, 수백명이나 되니까, 준비팀을 꾸려서 회의하는디, 한 분이 단단히 화가 나서 막 욕하고 나가불더라고. 두 사람이 목소리가 좀 높았거든. 어찌겄어. 그때 내가 회장을 하고 있을 때라 선물을 들고 찾아갔제. 사실, 별 것도 아니었어. 그냥 행사 준비로 다들 긴장하고 스트레스가 좀 심한 상황이니까, 그냥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믄 되는디. 그 사람 집에 찾아가서 초인종을 누르는디 안 나오드라고. 밖에서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안 나와. 분명히 안에 있는 거 아는디. 10분인가, 그쯤 되니까 나오드라고. 회장으로서 내가 사과할 테니, 그만 푸시라고 했는디, 세상에 그 문 앞에서 나를 세워놓고, 큰 소리로, 30분을 머라고 하더라고.

 모두 : 아이구야, 세상에. 아니, 너무 심하네. 그건 아니제. 그렁께.

 F(8년차) : 아니, 그래서 형님은 머라고 하셨어요?

 K(현지인) : 내가 머라고 하겄능가. 그냥 죄송하다고, 계속해서 머리 조아리고, 사과하면서 듣고만 있었제. 그러다 이해한다고 그만 화 풀고 ○○ 나오시라 말하고. 그래도 계속 안 나온다, 하더라고. 그렇게 그 사람이랑, 그 집에도 못 들어가 보고, 문 앞에서 한 시간 이상 그러고 있었네. (모두 숙연). 계속 듣고만 있었는디, 나도 속에서 얼마나 올라왔겄어, 머리에서 열이 나제. 그래도, 나오시라고, 안 나간다고. 그렇게 시간이 또 얼마나 지났을까, 한 시간 반, 두 시간, 그쯤 되니까, 알겠다고, 나가겠다고 하더라고. (또 모두 숙연). 나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겄는디, 나도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고, 또 아예 안 만나고 사는 사람도 있어. 근디, 살다 봉께 그냥 그렇게 넘어가면서 살아가게 되드라고. 글고, 우리 모임이 재밌잖아. 그렇게 맘 맞는 사람들하고 모임하면서 재미있게 살믄 되제. 그렇게 살게.

 곰돌 백청일(논술학원장), 곰순 오숙희(전북과학대학교 간호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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