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 (51) 오룡차 제다
복잡다단한 방식 통해 청차 특수 풍미 도달

1아 3엽~5엽까지의 청차 표준 채엽. 청차는 성숙한 찻잎을 사용한다. 이를 그대로 녹차로 만들면 쓰고 떫어서 먹지 못한다. 그래서 청차는 찻잎의 쓰고 떫음을, 우리가 좋아하는 단맛으로 바꿔주기 위해 모든 차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도 긴 시간의 제다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다시 말해 청차는 다 자란 찻잎에서 나온 고삽미(苦澁味)를 길고 복잡한 제조 기술이 서로 잘 배합되어 나온 맛과 향이라는 것이다.

 청차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시중에서 틀리게 쓰고 있는 용어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청차(靑茶)’는 차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두 가지의 뜻으로 쓰인다는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나는 이번 장에서 이야기할 반발효차의 정식 명칭이고, 다른 하나는 ‘보이생차(普○生茶)’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공교롭게도 두 종류의 차 모두가 한문까지도 같아 차를 공부한 사람들마저도 혼란스럽게 만든다. 따라서 보이생차를 가리키는 말은 그 이름 그대로 ‘보이생차’ 혹은 ‘생차’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만일 생차를 긴압해 놓은 병차라면 ‘청병(靑餠)’이라고 하는 것도 괜찮다.

 청차의 채엽은 ‘너무 어리거나, 과도하게 쇤 것은 제외한’ 일정한 성숙도를 가져야 한다. 보통 차의 싹이 성장을 멈춘 3~4번째의 부드러운 찻잎이 적당하며, 속칭하여 개면채(開面采)라고도 한다. 이는 녹차와 홍차의 선엽에서 요구되는 어린 정도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녹차와 홍차는 사용하는 찻잎이 어릴수록 그 맛과 향이 좋아지지만, 청차의 경우는 성숙한 찻잎을 사용해야 차 맛이 좋아진다.

 청차에서 다 자란 찻잎을 사용하는 원인을 살펴보자면,

 주청(做靑) 과정에서 요구되는 선엽이 너무 어리면 △찻잎의 섬유소가 적고 △각질층이 미성숙 상태인지라 서로 부딪치는 과정에서 쉽게 부러지고 △찻잎 내부의 세포가 손상되거나 심지어는 전부 홍색으로 변하여 △향은 낮고 맛은 묽으며 풀 비린내가 나는 현상이 발생하여 청차의 품질 요구에 미치지 못하기도 한다. 반대로 너무 쇤 찻잎으로 주청을 하는 것도 품질 요구에 도달하기 어렵다.

수공 요청(○靑): 과거에는 모두 사진과 같이 수공으로 요청을 진행하였다. 이는 지루한 반복 작업이라 작업자의 팔과 손목에 적지 않은 피로도가 쌓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천장에 줄을 달고, 그 줄을 바구니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막대에 묶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손목의 스냅만으로도 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였다.

 ☞주청(做靑): 주청은 시들리기 과정인 위조(萎凋)와 서로 연계돼 있다. 또한 차의 발효를 멈추게 하는 초청(炒靑) 작업과도 연계돼 있기도 하다. 이는 주청 작업이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며, 청차의 품질 우열은 위조와 초청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주청은 오룡차의 초벌 제다공예 가운데서 특수공예이며, 다른 말로는 요청(○靑)이라고도 한다. 요청은 납작하고 둥근 죽사(竹篩) 위에 찻잎을 넣고 양손의 스냅을 이용하여 찻잎들끼리 서로 부딪치고 마찰을 일으켜 그 조직에 손상을 입힌다. 동시에 폴리페놀 화합물이 산화, 취합(聚合)을 거쳐 방향 화학물질이 형성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찻잎의 테두리가 산화되어 붉은 테두리가 보이는 ‘녹엽홍양변(綠葉紅○邊)’ 현상이 일어나며, 차의 향기와 맛이 증강된다. 과거에는 모두 수공으로 하였으나, 현대에는 주청기(做靑機)라는 대형 기계를 사용한다. 주청의 목적을 좀 더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수분 증발을 조절하여 찻잎의 내함물질이 자체적으로 분해를 일으키며, △찻잎의 발효 정도를 적당하게 맞춰주고, △찻잎의 향기와 맛을 높여주는 데 있다. 이 과정은 오룡차의 풍미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다시 말해 주청 과정을 거치지 않은 차는 청차가 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청차의 제다를 간단히 줄여서 설명하자면, 위조-주청-초청-유념-홍건(烘乾)으로 나눌 수가 있다.

 위조에서 홍건에 이르는 과정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위조는 주청 과정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며, △초청은 주청 과정에서의 화학반응을 때맞춰 멈추기 위함이자, 동시에 열화학반응을 완성 시키기 위함이며, 유념으로 가기 위한 준비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유념은 조형(造形)과 함께 습열작용으로 차의 품질에 불리한 영향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홍건은 수분을 없애고 화후(火候: 불의 세기)를 통해 향기와 맛을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이와 같은 제다 기술의 핵심은 각각의 차나무 품종과 찻잎의 특성 및 화후 상황에 맞춰 그 설비를 운용해야 한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방식을 통하여 각종 청차의 특수한 풍미에 도달하는 것이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고 다향을 내뿜고 있다.

 

 

 

 

본문 한자 속 ‘○’표시는 신문제작시스템에 없는 글자임을 표시합니다.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