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나주 동신대학교 혁신융합캠퍼스에서 ‘전남 국립의대 설립방식선정을 위한 1차 도민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7일 나주 동신대학교 혁신융합캠퍼스에서 ‘전남 국립의대 설립방식선정을 위한 1차 도민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전남 의대·병원설립방식선정과 관련 1차 도민공청회가 지역민의 뜨거운 참여 열기 속에서 끝났다.

7~9일 중부권, 서부권, 동부권을 순회했고 이달 중순께 역순으로 다시 한번 공청회가 마련된다.

대체로 예상되는 발언이 나왔다. 동·서부권이 각 지역으로 의대가 오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밝혔다.

동부권은 산단과 인구밀집지, 서부권은 응급의료 취약지 환경의 절박감을 호소했다.

의대 공모 용역기관인 에이티커니코리아 측은 의대·병원설립방식과 관련 단일 의대와 단일 병원, 단일 의대와 복수 병원(신설 또는 위탁) 방식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의대가 가지 않는 곳엔 버금가는 의료 완결성을 위한 노력이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공모는 오는 10월 말, 늦어도 11월 정부에 의대 추천 대학을 보고하면 종결된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것인가 고민할 것이고, 받아들이면 전남지역 숙원사업 하나가 해결된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한 말, 즉 “전남도가 의대를 어디로 할지”를 알려주면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어길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런데 만에 하나 어긴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공모에 불참한 순천대가 별도로 교육부에 의대 신설을 신청하면 성공할까.

교육부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뒤집고, 그러니까 “전남도가 의대를 어디로 할지”에 따른 추천 대학을 받아들이지 않고 순천대 신청을 받아들이면 전남도는 물론 지역민이 순순히 수긍하겠는가.

지금 순천시민이 전남도 주도 공모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대정부 성토가 있을 것은 불문가지다.

지극히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그렇다. 윤 대통령 스스로 입장을 번복하고 순천대 쪽의 말을 듣고 의대 신청을 수용하겠는가.

언급한 대로 공모 결과 대학이 추천되면 정부로선 이를 받아들일지 심의하고 결정하면 끝나는 것이다.

전남 동부권, 서부권의 각기 속사정과 목소리를 일일이 다시 듣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정당한, 정해진 절차에 의해 추천 대학이 보고되면 결론만 내린다는 말이다.

만일 동부권의 공모 거부 목소리가 커서 용산 대통령실에까지 들리거나 어떤 다른 이유로 인해 정부가 공모 진행에 흠을 잡고 전남 의대 신설 보류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장은 의대를 어디로 할지 추진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결정을 내리고 좀 더 의견 접근을 해보라는 조건을 내걸면서다.

그렇지 않으면 공모에 순천대가 불참해 아쉽긴 하지만, 의대 추천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이 확보된 것으로 여기고 공모에 응한 대학의 적격성을 판단해 의대 정원을 배정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를 제치고 순천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러니까 별도로 정부에 신청해 의대를 가져갈 가능성이 있겠는가.

대통령-총리-관계장관의 전남도 주도권 인정 발언을 뒤집는 이런 경우는 지극히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정말이지 순천대의 입장에서 전략을 잘 짜야 할 것이다.

과거 행정 및 공공기관이 서부권으로 대거 흡수됐다면, 그래서 이번에는 기필코 의대만큼은 동부권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결의한다면 용역기관을 상대로 입장을 적극 설명하고 공략하는 편이 현명하다.

다시 말해 링 안으로 들어가서 싸우는 것이다. 링 밖에서 아무리 이길 수 있다고 외쳐본들 경기 주최, 진행자는 그 선수의 손을 들어줄 리 만무하다.

경기 주최 측은 다시 매치를 성사시키라고 승부를 보류하거나 링 안에 있는 선수가 자격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면 그를 승자로 결정,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그러지 않는가.

정부 각료들은 지역 국회의원의 의대 신설 추궁에 전남도에서 보다 신속히 추천 대학을 보고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정리해보자.

선수가 링 밖에서 경기 규칙과 진행(외부 용역기관)이 편파적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경기에 응하지 않겠다고 하면, 경기 주최 측(대통령·정부)이 애초 경기를 위임한 곳(전남도)을 패싱하고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설령 링 밖 선수의 말이 100% 맞다고 하더라도 경기 주최 측은 경기를 무산시키는 이상의 혜택, 즉 링 밖의 선수에게 승리의 기쁨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아니면 그런 주장에 신뢰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경기 규정과 절차대로 최종 승자를 가릴 것이다.

간단히 말해보자.

윤 대통령 자신이 한 말이 있는데, 즉 “전남도가 의대를 어디로 할지” 알려주면 신설하겠다 했는데, 이를 어기고 순천대 쪽의 입장을 수용해 이쪽으로 의대 신설을 결정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연목구어에 가깝다.

순천대가 잘 판단해야 한다.

정진탄
정진탄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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