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유치전 광주 3표(?)의 진실

올해 창간 20주년 특집 중 하나로 광주드림은 역대 취재기·뒷얘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그때’ 광주드림에 실려 지역사회 큰 파장을 일으켰던 기사들이 어떻게 작성됐는지 이면을 알려주는 읽을 거리입니다. 독자들에게 제공된 정제된 기록으로서 기사가 아닌 ‘비사’라 할 수 있는 정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한 편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해당 기자들이 감당한 수고의 일단도 느껴볼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 관점에서 정리한 기록은 2018년 본보가 출간한 ‘호랑이똥은 멧돼지를 쫓았을까-광주드림 취재기’ 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러시아의 한 언론이 FISU 집행위원 투표에서 카잔이 20표를 득표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러시아의 한 언론이 FISU 집행위원 투표에서 카잔이 20표를 득표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러시아어 할 줄 아는 사람 없어?”

 편집국을 뒤흔든 목청의 주인공은 박중재 기자였다.

 간절한 외침에도 묵묵부답, 메아리 없는 울림이 공허했다. 애석하게도 드림엔 러시아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갑자기 웬 러시아어?” 박 기자 포함 일단의 기자들 눈이 꽂혀 있는 컴퓨터 화면엔 대체나 러시아어가 가득했다.

 “일단 각자 러시아어 가능한 사람을 수배해 봅시다.” 기자들 인적 네트워크가 가동됐다.

 박 기자가 러시아 포털서 검색해 찾은 기사를 해석하는 게 주어진 과제였다. 당시 검색 키워드는 ‘카잔(KAZAN)’.

 카잔은 2013년 하계U대회 유치를 위해 광주시와 경쟁한 러시아의 도시다. 이외 스페인 비고를 포함, 3파전으로 진행된 2013년 U대회 유치전 최종 승자는 러시아 카잔으로 돌아갔다.

 박 기자는 대회 유치에 실패한 광주시의 득표 수가 궁금했다.

 “아슬아슬한 표차로 탈락했다”는 광주시 발표의 진위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2013년 U대회 개최지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위원 27명이 투표한 결과로 결정됐다. 당시 FISU는 후보 도시별 득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입을 닫았다. 그럼에도 광주가 비교적(?) 선전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시가 표 분석을 통해 줄곧 광주와 러시아 카잔과의 2차 투표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장담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싱거웠다. 카잔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어 개최를 확정지은 것이다. 이후에도 시는 “광주가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자위해왔다.

 도대체 몇 표를 얻은 거야? 박 기자는 승자인 러시아쪽 언론을 탐색했고, 마침내 실마리를 붙든 것이었다.

 지역 대학에서 러시아를 전공하는 학생이 투입됐다.

 그를 통해 해석한 바, 박 기자가 찾아낸 건 러시아 관영통신 리아 노보스찌의 보도였다. 그리고 그 곳에 박 기자가 갈구해온 사실이 기록돼 있었다.

 “카잔이 FISU(세계대학스포츠연맹) 위원이 투표한 27표 중 20표를 얻어 스페인 비고와 대한민국의 광주에 완벽하게 승리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광주는 나머지 7표를 스페인 비고와 나눠 가졌을 것이라는 결론일 터. 아무리 많이 잡아도 6표 이상은 불가능하지 않았겠는가.

 앞서 국내 한 인터넷매체는 고위관계자 말을 근거로 카잔 20표, 비고 3표, 광주 4표라는 결과를 기사화한 적 있는데, 박 기자가 찾은 러시아발 정보의 맥락도 이와 다르지 않아 신뢰도를 높였다.

 이게 사실이라면? 기업 후원금 59억 원을 포함해 유치전에 총 106억을 쏟아부은 광주시의 성적치곤 너무 초라한 것이어서 실망감이 컸다.

 물론 광주시는 이 같은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발끈하고 나선 것.

 “FISU가 후보 도시별 득표상황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러시아 언론이 자국의 득표수를 공개한 것 자체가 신뢰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FISU의 공식발표가 없어 사실 확인은 불가능했지만, 광주시의 득표는 이후로도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광주시는 절치부심, 2015년 하계U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하계U대회 광주 몇 표 얻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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