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가 전남 의대 공모에 불참하는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는 모양새다.
이번주 초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갑)이 순천대의 공모 참여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자 이에 대응하는 다른 국회의원은 언론에 이렇게 밝힌다.
“(전남도 공모 등) 연구 용역은 객관적으로 의뢰 발주하는 주체의 의사와 반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권향엽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순천광양곡성구례을)
순천대의 입장은 이렇다.
“(전남도 공모가) 법적 효력이 없고, 있더라도 전남도의 의사 결정을 신뢰할 수 없다.”(박병희 순천대 의대설립추진단장)
이래서 전남도 공모가 아니라 정부 쪽,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의 루트를 통해 의대 신설을 신청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남도에 대한 불신이다. 전남도가 공모 용역 수행기관(에이터커니코리아·법무법인 지평 컨소시엄)에 어떻게 의중을 반영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돌려 말하면 현 공모는 전남도가 서부권(목포대)에 의대를 설립하려는 과정에 불과하고 순천 쪽을 들러리로 전락시킨다는 의미다. 실제 이런 말이 순천 내부에서 떠돌며 SNS 등 온라인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부권(순천대)의 이런 인식과 논리, 시민의 시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명확한 이해를 위해 그런 인식과 논리, 시각을 그대로 정부 쪽에 적용해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전남 의대 신설에 대해 “전남도가 어디로 할지” 알려주면 추진하겠다고 했고, 대통령뿐 아니라 총리, 관계장관 등 정부 각료가 이를 확인한다.
그런데 동부권은 전남도 주도 공모 과정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전남도 고위 인사의 의중 반영엔 지극히 민감한 반면, 한 나라의 정부 수장과 그의 각료가 잇따라 언급하는 발언과 의중엔 지극히 둔감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대통령과 각료가 이미 “전남도가 어디로 할지”라며 의중을 반복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그 의중은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같은 정부에 별도의 의대 신설을 신청하겠다는 것이다.
전남도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공모를 진행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음에도 이를 불신하고, 정부는 “전남도가 어디로 할지” 알려주면 의대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반복하고 있는데 이마저 불신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남도의 수장 의중을 못 믿고, 동시에 대한민국의 수장 의중도 못 믿는 것이다.
그 불신의 질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동·서부권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후자는 전남에 대한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동부권은 이 모두를 부정한다.
그래서 순천대가 자기모순의 우를 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동부권이 지역 입장에서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반복하지만 현 대통령과 각료가 잇따라 “전남도가 어디로 할지”를 알려주면 추진하겠다고 명제처럼 밝히는데도 동부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 의중이 틀어질 것이라는, 한줄기 빛을 기다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공모가 의뢰하는 기관의 의중이 반영된다고 보는 것은 그 기관의 수장 힘을 믿는 것이며, 그렇다고 한다면 대통령의 “전남도가 어디로 할지”와 각료의 힘은 어떤 연유로 믿지 못하고, 의중이 틀어질 것으로 보는가.
대통령과 정부 부처의 의중이 바뀌고 순천대의 별도 의대 신설 신청이 수용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희망고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동부권은 자기모순의 길을 보여준다. 애초 전남도를 믿을 수 없었다면 의대 설립을 위한 전남도 주도 대정부의 촉구 집회에도 소극적이거나 참여하지 않았어야 한다.
이제 거의 성립단계인 의대 유치를 놓고 동부권으로 오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전남도를 불신하고 정부도 불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름답지 못하다.
의대 신설을 별도로 신청한다면 이를 접수하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대통령의 ‘령’을 어기고, 총리와 장관의 지시를 거스르면서까지 동부권의 의중을 받아들일 것인가.
앞으로 2차 도민공청회가 예정돼 있으며, 의대·병원설립방식선정, 공모 평가기준 및 사전심위원회 구성, 실제 대학 공모접수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순천대가 참여 여부를 결정할 시간이 더 있다는 것이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기자님은 도가 정하라는 부분만 확대해석하시고 의견수렴이라는 민주주의 절차를 부정하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