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청사 내 다회용 컵 세척기 등 추가 설치
이용률 저조… 시민 인식 개선 없인 ‘무용지물’
청사내 카페 공유 텀블러 등 활용·안내에 뒷전
광주시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 컵 사용 확산을 위한 세척기 등을 추가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일회용 컵을 줄이기 위한 실효성있는 제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설물을 통해 개인컵·다회용기 사용 문화 확산을 기대하고 있지만 살균세척기가 없어 다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닌 규제 및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시민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및 홍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
22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9일 시청 등 5개 기관에 다회용 컵 살균세척기 11대를 추가 설치했다.
컵 내장형 세척기 5대, 다회용 컵(텀블러) 세척기 6대 등으로 이로써 기존 8대에서 총 19대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다회용 컵 살균세척기가 설치된 기관은 광주시청, 광주시 인재교육원, 역사민속박물관, 광주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 광주소방학교 등이다.
공공기관을 방문한 시민들이 일회용 컵 사용이 아닌 다회용 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광주시청사에는 기존 8개의 살균기 및 세척기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에 3개를 더 추가해 총 11대가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텀블러 세척기는 총 2대로 ‘친환경 무인카페’, ‘행복 회의실 앞’ 에 위치한다.
청사에서 일회용품 사용 절감을 유도하기 위한 시설은 늘어가고 있지만, 앞서 인식 변화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광주환경운동연합이 3일간 광주시 청사 내 일회용 컵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점심시간 총 출입자 1729명 가운데 일회용 컵 사용자는 257명, 텀블러 사용자는 3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의 경우, 전체 253건의 음료 주문 중 184건이 일회용 컵을 사용했으며, 텀블러 이용은 5건에 불과했다.
광주시청사내 카페는 공유 텀블러인 광주리컵을 권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권하지 않아 이용률이 떨어졌다. 시청사가 최근 카페에서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이른바 ‘열린 청사’가 되면서 카페 매장 내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회용컵 사용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본보가 22일 방문한 광주시청사 곳곳 쉼터에서도 일회용 컵이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청사 내에서는 일회용품 대신 ‘광주리컵’이라는 재사용 컵도 사용할 수 있지만, 공무원이 아닌 청사 이용객이 사용 가능한지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개인 텀블러 이용객을 위한 세척기도 위치에 대한 정보 등도 충분하지 않아 시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열린 청사 쉼터 공간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마시고 있던 한 시민은 “텀블러를 따로 가지고 오지는 않았는데 다회용 컵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몰랐다”면서 “카페에서 안내는 따로 받지 못했는데 어차피 여기(열린쉼터)에서 마시고 갈 거였으면 다회용 컵을 이용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시청사 내 카페 바로 인근에 텀블러 세척기가 설치돼 있음에도 카페 내 직원에게 “개인 텀블러를 세척할 수 있는 공간이 있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는 등 설치돼 있는 시설물에 대한 안내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회용품 사용 절감 및 청사 내 시설물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강화 및 독려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은정 광주환경운동연합 홍보국장은 “지난달 실태 조사 당시를 살펴보면 광주시가 광주리컵을 도입해 실행은 하고 있지만 실제 그 컵을 사용하는 비율이 정말 적었다”면서 “그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홍보가 되지 않는 것으로 시청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다회용 컵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카페 측에서도 광주리컵을 사용하도록 권유하거나 홍보하지 않았다”면서 “선제적으로 공무원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하며, 다회용 컵을 사용할 수 있는 홍보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회용 컵 세척기 등 편의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전에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홍보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지자체장이 의지를 가지고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부족하다면 단순히 시설물 만으로는 일회용품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는 공공기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실천을 위해 청사 내 회의, 행사에 다회용기 대여, 일회용품 없는 축제, 행사 시범운영, 시청 1층에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무인카페 공간 조성 등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광주시는 2019년 전국 최초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 조례를 제정했으며, 공공기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실천을 위해 청사 내 회의·행사에 다회용기 대여, 일회용품 없는 축제, 행사 시범운영, 시청 1층에 친환경 무인카페 공간 조성 등의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