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 만난 사람] 조윤정 조국혁신당 최고위원
“광주·전남 지역 정치도 경쟁 필요”
22대 총선에서 호남지역 돌풍을 일으키고, 지난달 전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재편한 조국혁신당이 지난 5일 지명직 최고위원에 조윤정(49) (사)여성비전네트워크 이사장을 임명했다.
일순간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인물이 됐는데, ‘광주 출신’, ‘여성’, ‘40대’라는 키워드 외 알려진 게 많지 않아 “조윤정이 누구?”하며 탐구심을 발동한 이들이 많았다.
그는 본보에 ‘조윤정의 세상만사’라는 코너를 연재한 바 있는데, 이같은 이력을 눈여겨본 몇몇 지인들은 ‘조윤정 씨가 어떤 사람이냐?’는 필자에게 답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래 잘됐다’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요즘 당무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터라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주말을 이용해 지난 24일 광주에서 만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축하 인사를 건넨 뒤 가장 먼저 물은 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그것, “조윤정은 누구인가?” 였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 해소 차원만은 아니다. ‘살아온 이력을 알아야 쓰임새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지론인데, 연장선상에서 꼭 필요한 호구조사였다.
“공감 능력이 제 최대 장점”
그는 대학에서 가족 상담을 전공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한 심리·복지 전문가다. “가족 상담을 전공한 두 아이의 엄마”라는 대목에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공감 능력”이라고 말했다.
“상담 일선에서 늘 위기에 처한 이들을 만납니다. 눈을 맞추고 감정이입하지 않으면 불행을 돌이키기 힘들거든요.”
전공과 훈련 덕분일 수도 있지만 타고난 천성이 그러하지 못했다면 다른 이들의 삶을 듣고 보듬는 일이 가당키나 했을까?
맡은 바 책임은 어떻게든 완수하는 이른바 '악바리' 근성, 배움을 멈추지 않는 '평생 학습형' 인간도 조 최고위원의 이력서에 빠져선 안된 특기다.
게다가 그는 스타트업 세대이기도 하다. 10여 전 직접 창업에 뛰어들어 거의 성공할 뻔(?) 했더랬다. 모듈형 펫하우스 제작·판매에 나선 것인데, 정부지원사업에 힘입어 창업까지 진행했다.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빛났다. 이를 구현한 디자인 역시 괄목할만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유명한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을 정도. 그와 함께 작업했던 디자이너의 실력이 그만큼 빼어났다는 것으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전문 디자이너의 콜라보가 빛을 발한 시기였다. 하지만 해당 제품의 사업화까진 성공하지 못했다.
“해외 수출을 겨냥했는데, 물류비·단가 등을 계산해보니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었어요.”
‘성공이냐 실패냐’보다 중요한 건 지나온 길에 남은 흔적일 터. 이게 다른 길의 유도 선이 됨 또한 세상 묘미다.
창업과 함께 시작한 SNS 활동이 조 최고위원에게 남은 ‘다른 길’이었다. “사업을 본격화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회사와 제품을 알리는 수단으로 페이스북 활동을 권유하는 이들이 있었어요. 그렇게 SNS를 시작했는데, 그게 제 적성에 딱 맞았던 것 같아요.”
SNS에 자신의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페친이 5000명 이상 늘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데, 정부 실책을 따지고 사법 권력 개혁 등 정치·사회적 이슈를 거침없이 업로드한 결과였다.
“국가가 바로 서야 시민의 삶이 안전하고 건강해진다는 것을 알았죠. 시민적 열망을 글에 많이 담았던 것 같아요. ”
많은 양의 독서와 특유의 친화력에 기반한 전문가들과의 교류로 다져진 내공이 활자로 빛을 발한 것이다.
최고위원 메시지 위해 꼼꼼한 취재
이같은 활동은 현재까지 이어져 이른바 인플루언서의 반열에 올라 있다. 조국혁신당 최고위원 발탁 역시 이와 같이 영향력 있는 글, 곁들인 활동의 결과물로 여겨진다.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해달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원래 관심사이기도 하고, 꾸준히 이와 같은 활동을 해왔기에 감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신의 영입을 제안하는 자리, 조국 대표가 그에게 주문한 내용이다.
지난 3월 창당대회 전 조국혁신당에 입당해 조용히 활동해온 조 씨를 눈여겨본 조 대표는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신인인데다, 늘 시민의 대변자 역에 충실했던 그를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했다.
자신의 발탁 배경을 잘 아는 그는 스스로 ‘시민’ 최고위원이라 칭하고, 그에 걸맞은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최고위원 회의가 일주일에 3번 있거든요. 그때마다 주어진 발언 시간이 5분쯤 됩니다. 언론에 공개되는 메시지라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로 효과적이죠. 그 발언을 준비하는데 많은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광주·전남 지역민을 포함해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사는 국민이 전체의 50%입니다. 중소도시에 사는 소시민들,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는 청년·여성·중장년들의 삶과 현실을 정치권에 전달하고픈 거예요.”
현역 의원이라면 발언문 작성 등 활동에 보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조 최고위원은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발언 준비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일이 취재다. 농부·상인·노동자·수산업자·소시민 등의 삶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발언할 주제를 정하면 그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탐색해 전화 인터뷰를 합니다. 하다보면 1시간 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최고위원회 조윤정 발언록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중략) 무안에 귀농해서 20년째 농사짓는 분이 말씀하십니다. 지금은 논농사 면적을 4분의 1로 확 줄일 수밖에 없었답니다. 윤정부에서 도저히 논농사해서는 먹고 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랍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농민이 안중에 없는 정권은 처음이다, 농업에 의지가 없구나’ 라고 하십니다. 구체적으로 비교해 주셨습니다. 10년, 20년 전 농사짓는데 인건비가 6, 7만 원, 지금 13만 원입니다. 콤바인 대여비가 3만 5000원이었던 게, 지금은 6, 7만 원, 딱 두 배입니다. 도시에서는 돈 있으면 벤츠를 사지만, 시골서는 돈이 있으나, 없으나 트렉터가 필요합니다. 그 돈이 최하 1억 5000만 원, 빚내서라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농약 값도 두 배로 올랐습니다. 예전에 비해 친환경저농약을 쓰다 보니, 농약도 두 번 쳐야 한답니다. 전기세, 물값도 많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쌀값은 갈수록 떨어지니 어찌 농사를 짓겠냐 ?’라고 포효하십니다.(…)” <8월 26일 최고위원회 발언 일부>
“선의의 경쟁해야 민주당도 변화”
상담 전문가인 그는 ‘가족’을 만나는 일이 많아 관심사는 늘 ‘사람’이고 ‘사랑’이었다. 때문에 그는 ‘사람을 살리는 말과 글, 그리고 시선’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정치에 뛰어들고보니 이같은 태도가 더 중요함을 깨닫는다. 핵심가치를 ‘진정성’에 두고 활동하겠다고 다짐하는 그다.
조국혁신당 입당도 그와 같은 자세의 연장선이었다고 한다. “선명하고 진정성 있는 인물이 상대적으로 많더라”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호감도는 높은데 지지자는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새로 생긴 당이라는 가변성과 불안감 때문일 겁니다. 그렇기에 역으로 가능성이 더 큰 정당입니다. 정치적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선명하게, 더 세게 치고 나가지 않습니까?”
조국혁신당의 외연 확장 여부의 가늠자가 될 무대가 10월 16일 예정된 재선거다.
전남 곡성·영광군수 재선거가 이날 치러진다. 조국혁신당은 이미 총력전을 선포한 상태. 곡성군수 후보로 박웅두 곡성군치유농업협의회 대표를 영입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영광군수도 복수의 후보가 경쟁 중인데, 조 최고위원은 “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을 주문하고 있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에서 군수를 배출할 수 있을까? 조국혁신당의 행보는 적극적이다. 29∼30일 영광에서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워크숍이 열리고 30일에는 곡성에서 당원 간담회를 갖는다.
이 대목에서 조 최고위원은은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위해 조국혁신당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광주·전남지역은 특정당으로 고착화돼 경쟁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그 결과가 어떠한지는 시도민 여러분이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제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겁니다. 조국혁신당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되면 민주당의 변화도 이끌어낼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영광과 곡성에서 얻은 득표율은 각각 39.46%, 39.88%로, 민주당 주도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1%p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