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박사의 남도 풀꽃나무] (56)가을과 겨울 경계에 서다. 산국
흐드러지게 피는 가을 걷기 좋은 계절 알려

산국.
산국.

 황금색 빛깔의 꽃이 가던 길을 멈추고 반겨준다. 앙증맞는 꽃은 산국이다. 꽃향기가 그윽하여 들국화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 다른 국화에 비해 꽃이 가장 작고 새 가지 끝에서 옹기종기 무리 지어 핀다. 이 꽃이 필 때 즈음이면 장마철과 태풍 부는 한여름을 지나 가을과 겨울 그 사이 경계이다. 열매를 맺는 성숙의 계절을 맞이한 가운데 꽃을 피우니 그 향기가 진하게 자극적이다. 붉은 단풍빛깔보다 샛노란 꽃이 사람들을 더욱 설레게 하니 벌이나 나비 입장이라면 찾기가 더 쉽지 않을까 싶다.

 산국은 산에 피는 국화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가을이면 전국 숲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들국화로 ‘개국화’라고도 부른다. 흔하다고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나 함께 가꾸고 보전해야 한다. 산국은 국화과에 속하며 해외에 잎 한 장 반출 못 하는 국외반출 승인대상이다.

 생태적 특징은 줄기는 곧추서며, 위쪽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높이 1~1.5m다. 잎은 어긋나며, 잎자루가 짧다. 줄기 아래쪽 잎은 넓은 난형으로 5갈래로 깊게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거치가 있다. 꽃은 9~11월에 피는데 줄기와 가지 끝에서 꽃이 노란색으로 모여서 피우며, 향기가 좋다. 산지의 숲 가장자리에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나며, 중국, 일본 등에 분포한다.

산국.
산국.

 산국을 이야기하자면 감국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같은 시기에 피는데 생김새와 빛깔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혼동하기 쉽다. 산국은 감국에 비해서 줄기는 항상 곧추서며, 꽃이 조금 작다. 그래서 구별이 쉽고 꽃들이 모여 있는 모양도 감국에 비해 뭉쳐서 피는 경향이 있는데 벌과 나비가 수분할 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그들만의 생존전략이다. 이처럼 식물은 끊임없이 수분매개자인 곤충들과 함께 공진화를 통해 꽃과 열매를 환경에 적응해왔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꽃과 열매라고 부르기까지 억겁의 시간을 거쳐 눈물겹게 아름다운 본연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산국이 흐드러지게 피는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아름다운 숲길이나 물길을 산책할 때, 정서적인 안정감, 스트레스 완화 및 집중력을 회복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이를 자연치유 또는 그린테라피라고도 한다. 그린테라피 하기 좋은 곳을 추천하자면 가까운 무등산국립공원, 내장산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이 있다. 또한 습지는 평두메습지, 장록습지, 영산강, 황룡강, 광주천이 있다. 저 멀리는 월출산국립공원,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변산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있고 고창의 운곡습지, 정읍의 월영습지, 곡성의 섬진강 침실습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지역이 많다. 이들 모두 남도 지역의 우수한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곳이다. 자연이 살아야 인간의 몸과 마음도 건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만평 광주숲 추진위원 기념사진.
백만평 광주숲 추진위원 기념사진.

 최근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백만평광주숲 추진위원회는 광주군공항 이전부지에 ‘백만평광주숲 조성을 위한 걷기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은 2024년 9월 28일 오전 10시로 딱 걷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사실, 백만평광주숲은 군공항 이전부지 중 100만 평을 도시숲으로 조성하여 광주의 부족한 녹지 문제를 해결하고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숲은 광주시민의 건강복지와 쾌적한 삶을 제공하며 나아가 생물다양성 확보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2030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의 30x30 목표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광주광역시의 핵심 보호지역이다.

 지금으로부터 167년 전(1857년),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는 뉴욕 센트럴파크를 조성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지금 이곳(센트럴파크)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공공복지를 위한 공원의 사회적 가치와 이의 구현이 얼마나 절실하게 도시생활에 필요한가를 언급했다. 특히 공원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젊은이와 노인, 포악한 사람과 고결한 사람 모두에게 건강한 오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기후위기와 자연환경, 인권문제는 따로 생각할 수 없는 인류생존의 중요한 핵심의제이다.

뉴욕 센트럴파크.
뉴욕 센트럴파크.

 함께 꿈꾸면 이루어진다.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장록습지가 국가습지로 평두메습지가 국제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이 모든 과정은 광주시민들이 교육/세미나/워크샵 등을 통해 함께 미리 꿈꾸고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광주시민들이 이루어낸 그 역사를 알기에 또 그 희망찬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광주공항 이전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단체를 결성하고 활동하는 것은 백만평광주숲 조성에 대한 광주시민의 염원과 의지를 모아 군공항 이전 결정 후, 현실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행정 주도의 도시공원 형식의 숲 조성을 지양하고 시민을 위한 ‘백만평광주숲’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하는 데 있다. 특히 ‘백만송이클럽’으로 1백만원의 기부와 자원봉사로 시민이 원하는 작은 묘목을 심어 큰나무공원을 조성하는 전국 최초의 평지형 공원을 조성하는데 그 의미와 가치가 있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대응과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한 보호지역 확대와 시민건강과 복지를 위해서 백만평광주숲이 조성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산국이 피는 가을날, 백만평광주숲 조성 걷기대회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참고 문헌: https://species.nibr.go.kr/index.do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http://www.nature.go.kr/kpni/index.do/ 국가표준식물목록

 글·사진= 김영선

 환경생태학 박사

 광주전남녹색연합 상임대표

 한국환경생태학회 부회장

 부산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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