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광주드림 자료사진.
무안국제공항. 광주드림 자료사진.

지난 2007년 11월 개항한 무안국제공항은 무안 망운면 피서리 허허벌판에서 외롭게 서 있다.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유령공항이란 별칭도 있지만 언젠가는 왁자지껄하는 국제공항의 위용을 보여주겠다는 듯 버티고 있는 것이다.

“지금 공항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9일 광주 광산구 주민설명회에서 강기정 시장의 발언)

새만금국제공항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두고 한 말인지 정확히 속뜻을 알 수 없다. 어쩌면 광주와 전남 내부의 군공항 이전 충돌을 두고 한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상황은 엄중하다. 현 상황을 고대제국의 대결모드로 번역해보자.

광주제국(광주시)이 전남제국(전남도)을 무력화하고 독립소국(무안군)의 항쟁(군공항 이전 반대)을 허물기 위해 온갖 화력을 쏟아붇고 있는 형국이다.

금력(1조 원 지원)을 동원하고, 내부 질서(군공항반대범대위 지배) 교란을 노려 현지 양파밭으로 가서 일손을 도왔다. 손편지까지 써서 주민 설득작전도 폈다.

하지만 무위에 그치자 이번엔 ‘전남도가 함흥차사’(기다려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뜻)란 말폭탄을 투척, 전남제국의 역린을 건드려 1, 2차에 걸친 경고문(입장문)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광주시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무안군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는가.”(1차 전남도 입장문 중)

“전남도는 지난해 12월 무안군을 스마트 공항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3조 원 규모의 무안 미래 지역발전 비전을 발표했고…광주시도 무안군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획기적인 안을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이다.”(2차 전남도 입장문 중)

광주제국은 지난 9일 휘하 독립소국(광산구)에 이어 12일 또다른 독립소국(서구)으로 이동, 주민설명회를 열어 군공항 이전 상황의 답답함을 호소할 예정이다.

어떤 설전이 오갈지, 전남제국 또한 주목할 터다.

이런 차에 협상교섭단(광주 국회의원들)이 1차로 광주제국 진중에 모여 의견을 모은 뒤 2차로 추석 대명절 직후인 19일 전남제국 진중으로 들어가 입장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협상교섭단의 중재력이 발휘될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자칫 갈등 국면을 악화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시각도 있다.

전남제국과 광주제국의 백성은 관망 중인데, 이들의 속마음을 짚어보는 여론조사의 필요성도 생긴다.

다시 말해 광주제국 백성이 진정으로 민간공항 이전에 반대하는지, 또 전남제국 휘하 독립소국(무안군)인들은 군공항 이전을 어느 정도 반대하는지 다시 한번쯤 조사돼야 할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최근 무안 독립소국인들의 군공항 이전 찬성률이 조금 높아졌다고 한다. 비공개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다. 그렇게만 된다면 찬성률 50%에도 곧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광주제국 수장의 군공항 폐쇄란 깜짝발언, 플랜B 전략 재언급 등으로 강경 대치가 고조되며 일이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나온다.

광주제국이 연말 시한이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놓고 밀어붙이자 전남제국, 무안 독립소국 눈엔 경계감이 급상승한다.

상대를 함락시키기 위해 화력을 최대치로 동원하는 양상을 보이면, 상대 진영도 이에 질세라 대비 태세를 강화할 것은 명약관화다.

물론 상대편을 공격하는 한편엔 내부 이반 단속 또는 인기 상승을 도모해 자리를 영속화하려는 의지(오는 2026년 지방선거 승리)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제국의 수장 속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그러거나 저러거나 무안성곽(국제공항) 주변을 보면 참으로 아름답다. 바다를 끼고 있어 새로운 길이 나고 빌딩이 올라가면, 그리고 외국인 왕래가 잦아지면 그 매력을 더욱 발산할 것은 불문가지다.

저 성곽을 어떻게 통합시킬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비책은 외형(화력)이 아니라 무형(마음)에 있을 것이다. 무안 독립소국인들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들이 필요로 하고, 무안성곽이 온전히 기능하기 위해, 광주제국의 성곽(민간공항)을 먼저 허물어 조건 없이 내어주는 것이다.

과거 준다고 했다가 되돌리는 행위를 반복해선 안 될 것이며, 주지 못했던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하루빨리 넘기는 것이다.

이것을 해내지 못하면 광주제국뿐 아니라 전남제국도 힘들어지고, 외부세력(전북제국과 대구경북제국)에 의해 결국 공멸할 수도 있다.

정진탄
정진탄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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