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고위 관계자들 분향소 찾아 유족에 사죄
“전남도교육청 사과 받으면 장례 절차 들어가”
전남 장성의 한 학교에서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다 온열질환으로 숨진 청년노동자 양준혁(27) 씨에 대해 사측이 약 한 달 만에 사과했다.
원청인 삼성전자와 에어컨 설치업체인 유진테크시스템의 고위 관계자들은 11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 마련된 양 씨의 분향소를 찾아 추모의 뜻을 전하고 유족에게 사죄했다.
삼성전자 오치오 한국총괄 부사장은 “양준혁 님의 죽음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위로를 전한다”며 “이번 사고와 관련해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사고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폭염 대책을 더욱 강화하고 안전 점검과 교육을 철저히 실시해 안전한 현장과 노동자들의 권리를 구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누구보다 큰 슬픔을 겪고 계실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양 씨가 다니던 유진테크시스템의 백일권 대표이사도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사죄했다.
유족들은 이날 사측 관계자들에게 “다신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대한민국에서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잘 세워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켜보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양 씨는 입사한 지 이틀 째였던 지난달 13일 전남 장성의 한 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중 온열질환 증세를 보이며 학교 화단에 쓰러졌다.
함께 있던 사측 담당자는 쓰러진 양 씨를 확인했지만 가족에게 ‘데려가라’고 연락하는 등 신고를 늦췄고 온열질환 발생 후 약 1시간 가량 방치된 양 씨는 뒤늦게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유족들은 원청인 삼성전자와 하청업체인 유진테크시스템, 에어컨 설치 공사 발주처인 전남도교육청에 대해 진정어린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며 한 달 가까이 장례를 미뤄왔다.
유족과 지역 노동단체 등으로 이뤄진 ‘삼성에어컨 설치기사 20대 청년노동자 폭염 사망사고 대책회의’는 지난 3일부터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 분향소를 차려 농성 중이었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전남도교육청의 사과가 이뤄지면 유족들은 분향소 운영을 마치고 미뤄뒀던 양 씨의 장례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진테크시스템의 대표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경찰에 고소하는 한편, 삼성전자 등을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광주노동청에 고발해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