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 (54) 탄배(炭焙)와 화후(火候)
숯불을 피우고 그 열기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차 건조

탄배실 내부: 대나무로 만든 배롱에 차가 들어있고, 그 배롱을 숯불 화덕 위에 올려서 홍배를 진행한다.
탄배실 내부: 대나무로 만든 배롱에 차가 들어있고, 그 배롱을 숯불 화덕 위에 올려서 홍배를 진행한다.

 오룡차 품질 특징의 형성은 선엽에 대한 요구사항 이외에도 제조 기술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오룡차 제다 과정은 크게는 위조, 주청, 초청, 유념, 홍건으로 나누어진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주청(做靑) 전후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산화와 함께 반발효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은 오룡차의 품질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그에 더해 제다 과정 전체에서 일어나는 주수현상(走水現象)과 함께 이번에 설명할 탄배(炭焙)라고 할 수 있다.

 탄배의 이야기에 앞서 먼저 홍배(烘焙)의 뜻을 알아야만 한다. 홍배는 연소할 수 있는 물질에 불을 붙여 나오는 열을 통하여 대상 물질을 탈수시켜 말리는 과정을 말한다. 다시 말해 불을 이용해서 차를 건조하는 과정의 총칭이다. 홍배는 차산의 환경, 찻잎의 등급, 외부의 온도와 습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진행해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숯불을 의미하는 탄배(炭焙)는 숯불과 대나무로 만든 배롱(焙籠), 그리고 배롱 안에 담긴 찻잎 이 세 가지 재료 속의 미량원소들이 서로 어우러져 빚어내는 불의 예술이다. 구체적으로 탄배는 숯불을 피우고 그 열기를 이용하여 지속해서 차를 건조하는 것이다. 숯을 피워 그 불길이 정점을 지날 무렵 그 위에 재(灰)를 덮고, 재의 두께로 불의 온도를 조절한다. 탄배는 차의 구감(口感)을 더 뛰어나게 만들어 주고, 저장기간 동안 일어나는 변화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오룡차의 독특한 공예방식은 탄배이고, 탄배는 좋은 숯을 사용하여야 한다.

 하루아침에 연마하는 기술은 없다. 모든 차의 최고봉인 무이암차의 탄배 기술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한평생을 바친 30년 정도의 세월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들이 젊은이들이 탄배를 배우는 것을 외면하게 만들고, 전기 코일과 온도감지 센서를 장비한 기계식 홍배기가 등장하면서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초벌제다를 마친 무이암차의 엽저와 탕색: 엽저는 푸른빛이 강하고, 탕색은 화후가 부족하여 금황색에 가깝다. 향은 품종향이 강렬하게 나오지만, 그 구감은 매우 쓰고 떫다. 

 모든 오룡차의 제다 과정에서 탄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좋은 품질의 오룡차는 반드시 탄배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산지와 품종이 서로 다른 차의 특성에 맞춰 다른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차의 성질이 변화하고, 그 모습은 차의 빛깔이 바뀌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실 과거의 오룡차는 모두 탄배 방식으로 홍배를 진행하였다. 그러다 물질문명이 발달한 근현대로 접어들면서 제다 기술자들도 점차 편리성을 쫓아 가스나 전열기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무이암차의 경우 유명 산지에서 나오는 성숙한 찻잎으로는 전자의 방식을 사용하고, 후자는 보통이거나 낮은 품질의 찻잎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후자의 경우를 좀 더 설명하자면 차나무의 생장 지역이 본래의 산지와 멀리 떨어져 근본적인 차의 맛과 향에서 족탈불급이거나, 채엽시기가 너무 늦어 쇤 잎으로 제다를 하는 경우이다.

 오룡차 제다에서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이 바로 화후(火候)이다. 화후의 본래 뜻은 음식을 조리하거나, 한약을 다릴 적에 불의 세기와 시간의 장단을 이용해서 조리하고자 하는 식재료의 맛과 영양분이 충분히 우러나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송대의 문호 소식(蘇軾)은 돼지고기를 찬미한 <저육송(猪肉頌)>에서 “재촉하지 말고 스스로 익기를 기다리세나, 화후(火候)가 흡족해질 때 가장 맛이 있다네. 待他自熟莫催他, 火候足時他自美.”라고 노래하였다.

 오룡차는 특히 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화후(火候)의 정도에 따라 보여지는 맛과 향이 천차만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화후는 찻잎이 타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온도로 하되, 반대로 온도가 너무 낮아 설익어서도 안 된다. 정암구역이 아닌 지역에서 생산되는 무이암차의 경우 초기형은 높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 동안 화후를 진행하였기에 차를 마시면 불에 탄 냄새가 많이 났었다. 그 후 소비자들이 이를 알아차리자, 201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는 화후를 낮은 온도로 짧게 하는 방식으로 변신하였다. 즉 태워서 고소한 향을 내다가 들키니, 이번에는 설익혀서 향기만 높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얄팍한 상술은 시공을 초월하여 나타나기 일쑤이고 미래에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고 다향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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