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정기 종합감사 4건 무더기 경고는 처음 사례
"법과 규정 소홀 ... 막무가내 행정의 단면 드러내"
“노관규 시장 대한 상징적, 정치적 책임 물은 것”
순천시가 4년만에 시행하는 전남도 정기감사에서 4건의 기관경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남도가 일선 시군에 대한 감사에서 기관경고 4건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법과 규정을 무시하는 순천시의 막무가내 행정의 단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남도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행정감사규정'제18조 제4항에 따라 4년마다 일선 시.군에 대한 정기 종합감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6월 10일부터 7월2일까지 17일 동안 감사관실 23명이 참여해 순천시에 대한 정기감사를 시행했다.
이번 감사에서 순천시는 ▶행복주택 조성사업의 일방적 취소·변경 부적정 ▶쓰레기 종량제봉투 공급대행업무 부당 처리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과소 부과 ▶캐릭터 조형물 제작 설치 업무 부당 처리 등 모두 4건에 걸쳐 기관경고를 받았다.
행복주택사업 - 돌연 반려동물 놀이터로
우선 행복주택 조성사업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LH와 장천동 일원에 1천 호 이상의 행복주택을 조성안을 세웠다.
행복주택은 지자체가 주로 유휴시설 등 소규모 부지를 이용해서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서민들을 위해 소규모 주택을 지어서 공공 임대하는 사업이다.
2020년 6월에 사업비 176억 원(순천시토지매입비 3억 원과 LH 건축비 173억 원)으로 조곡동 204-2번지 일원(부지면적 3,120㎡)으로 의회 승인을 얻었다. 2022년에는 조성 부지 중 4필지의 국유지를 매입했고 LH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노관규 시장 체제 이후인 2023년 2월에 순천시는 돌연 해당부지에 반려동물 놀이터를 조성하겠다며 부지 사용 계획을 바꿨다. 인근에 들어선 반려동물문화센터와 연계한 반려동물 놀이터를 조성한다는 취지였다.
2023년 8월 4일 개관한 반려동물 문화센터는 24년 5월까지 8개월 여 동안 반려동물은 1.5두에 불과하고 실제 문화센터 내 반려동물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3명에 불과해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던 것으로 전남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번 감사에서 반려동물놀이터가 반값 주택 사업을 대체할 만큼 필요했는지와 이용 예정 인원, 규모 등 사업 추진에 필요한 기초적인 검토조차 없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결국 반려동물놀이터 조성안은 현재 순천시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표류 중이며 자칫 LH로부터 설계공모 등에 들어간 약 2억 원에 대해 손해 배상의 우려를 낳고 있다.
도는 4년간 행복주택을 추진하면서 순천시의 행정력을 낭비하고, 입주를 희망했던 시민들의 신뢰를 훼손 했다며 순천시에 기관경고를 내렸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 - 제작에서 공급까지 총체적 부실
이와 함께 쓰레기 종량제봉투 제작에서부터 공급대행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다가 도 감사에 적발돼 관련 직원 21명을 징계 또는 훈계 조치됐다.
도는 순천시에 대해 '기관경고'와 함께 공금을 유용한 공급대행 사업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하라고 통보했다.
전남도 감사자료에 의하면 순천시는 지난 2011~2024년 종량제봉투 공급대행 용역을 순천 D조합에 맡겨 종량제봉투와 음식물 칩을 판매점에 공급하고 있다.
2020년부터 전남도 종합감사 직전인 2024년 5월까지 종량제봉투 3793만 장, 음식물 칩 408만 개를 제작, 공급대행을 통해 235억 6600만 원의 판매대금을 세입처리했다.
순천시는 종량제봉투 인영 인쇄의 사고, 불법 유출 등을 막기 위한 인쇄 현장 입회 및 감독을 단 한차례도 실시하지 않았고 담당 공무원이 아닌 제작업체가 임의로 검체를 시험기관에 의뢰, 발급된 시험 성적서로 종량제봉투 단체표준 적합 여부를 판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납품받은 종량제봉투는 3793만 장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종량제봉투는 시 물품 출납원이 아닌 종량제봉투 공급대행자가 검수를 하는가 하면 시 담당자의 검수가 없었는데도 검수조서를 허위로 꾸미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는 종량제봉투 판매 위탁을 입찰 방식이 아닌 내부결재만으로 수의계약을 체결, 해당 조합이 14년간 공급대행 사업자로 선정되는 특혜를 제공했다.
특히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순천시 폐기물 조례'에 종량제봉투 공급대행 대상으로 이 조합이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공급대행 사업자로 선정된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시는 3억 2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종량제봉투 보관 전용 창고를 신축하고도 사용치 않고 종량제봉투 제작업체에서 공급대행 사업자에게 바로 납품해 예산만 낭비했다.
순천시는 매년 내부결재를 받아 조합을 공급대행 사업자로 선정하고도 공급대행 위탁 약정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공급대행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이때문에 수납액 연체요율에 대한 배상책임을 포함하지 않아 세외수입으로 부과 고지한 449건 중 85건(46억 6800만 원) 등 18.9%에 이르는 높은 체납률이 발생했는데도 배상책임 요청조차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업자는 2011년부터 2024년 5월까지 3 467건, 총 175억 8000여 만 원 정도를 조합 물류창고 판매대금이나 운용자금으로 유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시는 아무런 조치 없이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수도 원인자 부담금 - 47억원 과소 부과 드러나
또 타행위 사업에 대한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과소 부과 건의 경우 순천시 하수도과가 타행위 사업에 대한 하수도 원인자부담금은 ‘순천시 하수도 조례’에 의거 산정된 단위단가인 562만 3000원/㎥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는데도 2018년, 2022년에 개별건축물 등에 대한 단위단가인 207만 원으로 부적정하게 공고하고 적용했다.
이 때문에 순천만첨단산업단지 개발사업 등 2건의 타행위 사업장에 대해 하수도 원인자부담금에 대해 47억9000여만원을 과소 부과해 시 세수가 줄어들고 업체에 특혜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도 감사실은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부과 업무 담당 공무원 서기 모 씨와 주사보 모 씨에 훈계 조치하고 순천시에 기관경고 조치했다.
시내 3곳 캐릭터 조형물 설치 - 총체적 비위 드러나
특히 순천시는 캐릭터 조형물 제작 설치 사업과 관련 관련 법을 어기고 주먹구구식으로 정책결정과 예산집행, 감독부실 등 총체적 비위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로인해 순천시는 기관경고를 받았고 B모 국장 등 2명의 공무원이 중징계, 1억 4557만 원의 과다지급 공사비 회수, 화순 농공단지 소재 조형물 설치업체 P사에 수사의뢰 들의 조치를 전남도로부터 요구받았다. <본보 19일자 ‘순천시 K-디즈니 조형물 설치 행정 난맥상 무더기 징계 예고’에 상세 내용 보도>
전남도 관계자 A씨는 “일선 시군 감사에서 기관경고가 없는 사례도 있었고 많아야 1~2건 정도의 기관경고가 나온 적은 있다”고 말하고 “순천시의 행정집행 과정에서 다수의 위법과 규정 위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과도한 행정 사례가 유독 많았기 때문에 4건이라는 많은 기관경고가 나온 것이다”고 설명했다.
전직 공무원 B씨를 비롯한 일부 공무원들은 “감사원이나 행안부 등의 중앙 부처 차원의 기관경고는 교부세에서 패널티가 있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상당한 재정적 손실이 발생하지만 전남도의 기관경고는 정치적, 상징적 징계에 불과한 것이 한계”라고 설명하고 “순천시가 4건의 사업으로 기관경고를 받은 것은 실질적으로는 노관규 시장에 대한 징계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군수의 경우 선출직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인사상의 불이익 등의 징계 효력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기관경고라는 수단으로 선언적, 정치적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홍철 기자 city@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