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박사의 남도 풀꽃나무](57) 자연약국, 용담
기후위기 맞선 용담의 생존전략은 자연의 지혜

용담.
용담.

 가을이 깊어지고 서리가 내릴 무렵, 대부분 꽃은 자취를 감춘다. 이때쯤 종소리를 울릴 것 같은 모양의 진한 보라색 꽃이 피어난다. 바로 용담꽃이다. 꽃봉오리가 피기 시작하면서 나팔꽃 모양으로 위쪽을 향해 부풀면서 핀다. 용담꽃은 화려한 단풍들 사이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더욱더 강렬한 청보랏빛으로 매력을 발산한다. 가을이면 대부분 사라지는 벌과 나비들을 유혹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용담은 용의 쓸개보다 더 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굵은 수염뿌리는 쓴맛이 강한데 위를 튼튼하게 하는 한약재로 사랑받은 약초식물이다. 인도의 아유르베다 대체의학에서도 허브요법의 중요한 식물로 사용하고 있다. 용의 쓸개보다 더 쓰다고 하니 정작 용을 만난 적도 먹어본 적도 없으니 알 수는 없다. 자연약국에서 용담의 쓰임새는 그만큼 귀하게 여겨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식물은 용담과에 속하며 해외에 잎 한 장 반출 못 하는 국외반출 승인대상이다.

용담.
용담.

 생태적 특징은 뿌리줄기는 짧고, 수염뿌리가 많다. 잎은 마주나고 잎 가장자리와 잎줄 위에 잔돌기가 있어 까칠까칠하다. 잎 앞면은 자주색을 띠고, 뒷면은 연한 녹색이다. 잎자루는 없다. 꽃은 8~10월에 피는데 줄기 끝과 위쪽 잎겨드랑이에서 1개 또는 몇 개가 달리며, 보라색 또는 드물게 흰색이다. 꽃자루는 없다. 꽃받침은 종 모양, 5갈래로 갈라진다. 산지 숲 가장자리의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초가을부터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꽃이 피고 우리나라 거의 모든 지역에서 사는 용담의 키는 20-60cm 정도이다.

 가을에 피는 꽃들은 봄부터 서서히 꽃피울 준비를 한다. 대부분 식물은 뿌리와 줄기, 잎들과 같은 영양기관이 완전히 자라고 나면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을 준비를 한다. 그러나 영양기관이 다 자랐다고 해서 아무 때나 꽃을 피우지는 않는다. 계절별로 보면 여름에 약 70%, 가을에는 약 14.5%가 핀다. 용담은 해가 날마다 조금씩 기울어 짧아지고 온도가 서늘해지기 시작하면 ‘아차 겨울이 다가오고 있잖아’라며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가을꽃 중의 하나다. 오직 제때에 꽃을 피우면서 자기를 드러내는 데 소홀함이 없다.

과남풀.
과남풀.

 큰용담이라고 일컫는 과남풀은 용담과는 사촌지간이다. 용담과 함께 피는 과남풀은 대표적인 보랏빛의 꽃이다. 다만 용담은 꽃잎을 활짝 벌리고 과남풀은 무엇이 부끄러운지 늘 오므리고 있다. 가끔 햇살이 너무 좋을 때는 약간 벌리기도 하지만 항상 ‘덜 피웠나’ 하는 궁금한 마음이 든다. 이들 식물을 제대로 구분한다면 꽃받침이 수평으로 젖혀지면 용담꽃이고 딱 붙으면 과남풀이다. 이전에는 과남풀을 칼잎용담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과남풀이 정식 식물명이다. 용담과는 엇비슷하여 헷갈릴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의 아름다운 시처럼 식물 하나하나의 이름과 생태를 알아간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가을날, 용담과 과남풀을 구별할 줄 안다면 관심으로 시작되는 사랑일게다. 그러니 넘 외로워 마시라. 자연은 그대의 진정한 친구가 될 것이다.

 자연에는 이유 없이 생기는 일은 없다. 용담은 달맞이꽃 또는 나팔꽃처럼 통꽃을 밤에는 오므렸다가 낮에는 활짝 피우는 것을 반복한다. 마치 살아 있는 동물들처럼 신비로운 능력이다. 이는 빛과 온도에 따라서 꽃잎의 수분을 조절하여 열기와 닫기를 반복한다. 특히 가을꽃은 아침저녁으로 기온 차이가 나거나 갑자기 한파가 몰려오는 경우를 대비해서 수분조절이 중요하다. 이는 갑자기 얼어 죽을 수가 있기 때문에 체내 수분균형(아쿠아포린이 담당)을 맞추는 나름대로 자연에 오랫동안 적응해온 식물들의 생존전략이다. 이러한 생리적인 활동을 통해 식물들은 가뭄이나 한파, 홍수 등의 환경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기후위기를 대비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올여름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 홍수 등으로 힘들게 보낸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용담의 생존전략이 자연의 지혜이다.

과남풀.
과남풀.

 금년 여름은 광주전남 폭염일수가 26.4일로 역대 최다 기록을 남겼다. 이제 에어콘이 없는 집이나 사무실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가족들이 모이는 추석날까지 더울 줄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약 10년 전에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에어콘을 단체에 기증하였다. 그 이후 선풍기로 열대야를 이길 수 있다면서 매년 가족들을 설득했다. ‘나 하나쯤이야’ 가 아니라 ‘나라도’라는 환경의식을 지키려고 했던 노력이 이제는 무색할 지경에 이르렀다. 올여름 장기폭염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무너졌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우리의 일상생활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변화를 21세기 세계보건에 가장 큰 위협요소라고 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심속의 에어콘을 설치하는 방법은 탄소흡수원(숲과 습지) 확보와 하천부지를 30% 보호지역으로 확보하는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백만평광주숲 조성과 영산강과 황룡강의 바람길을 확보하는 것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빠른 지름길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마음이 간절해진다.

 ▲참고문헌

 https://species.nibr.go.kr/index.do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http://www.nature.go.kr/kpni/index.do/ 국가표준식물목록

 글·사진= 김영선

 환경생태학 박사

 광주전남녹색연합 상임대표

 한국환경생태학회 부회장

 부산대학교 겸임교수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