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곰순의 귀촌일기] (95) 대치의 명물 ‘부뚜막 보리밥’

곰돌곰순은 한재골로 바람을 쐬러 가다 대치 마을에 매료되었다. 어머님이 다니실 성당이랑 농협, 우체국, 파출소, 마트 등을 발견하고는 2018년 여름 이사했다.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마당에 작물도 키우고 동네 5일장(3, 8일)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막걸리에 국수 한 그릇으로 웃음꽃을 피우면서 살고 있다. 지나 보내기 아까운 것들을 조금씩 메모하고 사진 찍으며 서로 이야기하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 싶어 연재를 하게 되었다. 우리쌀 100% 담양 막걸리, 비교 불가 대치국수가 생각나시면 대치장으로 놀러 오세요 ~ 편집자주.

‘부뚜막 보리밥’ 한상차림.
‘부뚜막 보리밥’ 한상차림.

 “우와, 이거 반찬이 몇 가지나 되는 거야?”

 “오~메, 먼~ 일이래~.”, “음, 잘 나오네.”

 모두 한마디씩 하는데, 음식 나오는 걸 가만히 지켜보시던 어머님도 열무 한 잎을 뜯어내시더니 젓갈에 찍어 맛을 보시고는 한 말씀 하십니다.

 “으응~, 이거 멸젓이구만.” 어머님의 멸젓 사랑은 못 말립니다.

 이번 여름 어머님 생신 때 온 가족이 대치 집에 모였습니다. 곰돌곰순은 모이는 날 저녁 식사를 집앞 보리밥집으로 정하고 2주 전 사장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보통 점심만 하시는데, 이른 시간에도 마감이 되는 걸 아는 터라, 부탁을 드릴 때 조심스러웠습니다. 어머님 생신을 맞아 온 가족이 모이는데, 저녁 식사를 이곳에서 하고 싶다고 했더니, 감사하게도 그렇게 준비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가족이 나물 반찬들이 하나같이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고. “우리 어머니도 옛날에는 이렇게 해 주셨는디~.”, “아~따, 지금은, 내가 허겄냐. 여기서 묵어야제.” 하시는 어머니 말씀에 모두 웃습니다. 꽁보리밥만 먹던 시절 이야기도 나오고, 보리밥만 먹다 보니 늘 배가 얼른 꺼졌다고도, 보리밥 먹으면 방귀가 잘 나오는데, 냄새만으로도 보리밥 먹은 줄 안다는 이야기까지 끝이 없습니다.

 사장님께서 어머님이 오셨다고 식사 전에 특별히 부추전을 해 주시더니, 식사가 끝날 때쯤 늦게 도착하신 셋째 형님이 오실 때는 계란 후라이를 하나 더 해 주십니다. 식사 후에 온 가족이 모두 너무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합니다. 어머님도 사장님을 부둥켜안으시고, 정말 고맙소, 고마워, 어머님, 늘 건강하세요, 까지 서로 주고받는 인사가 끝나지를 않습니다.

‘부뚜막 보리밥’ 식당 들어오는 길.
‘부뚜막 보리밥’ 식당 들어오는 길.

  아침 6시부터 11시까지 준비하는 나물 반찬

  곰돌곰순이네 집 앞에 개업한 지 1년 된 식당이 있는데, 요즘 대치의 ‘핫 플레이스’인, ‘부뚜막 보리밥’ 식당입니다. 사장님과 직원이 친절하고, 음식은 맛이 좋고, ‘나물 반찬’은 형형색색에, 가짓수가 많고, 나물 반찬만 먹으면 영양이 부족할 수 있으니, 단백질 보충 ‘고등어구이’에, 따뜻하게 드시라는 ‘계란찜’에, 식사 후에는 ‘수정과’나 ‘단술’까지,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점심에는 손님들로 식당이 꽉 찹니다. 어떨 때는 밖에서 기다리기도 합니다. 늦은 점심을 먹을라치면 ‘재료 소진 오늘 마감’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걸 아는 손님들이 또 일찍 가면, 지금 나물 반찬 만들고 있다고 좀 기다리시라고 해서, 밖에서 기다리기도 합니다. 혼자도 가능한데 달라지는 건 계란찜 대신 계란 후라이가 나옵니다.

 식당이 쉬는 월요일 사장님을 찾아 뵙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부뚜막 보리밥’집은 2023년 6월에 개업했으니 이제 1년이 좀 넘었습니다. 점심과 저녁 식사까지, 손님이 오실 때까지 받는다지만, 주로 점심에 손님들이 많고, 그래서 점심에 나물 반찬이 소진되어 ‘오늘 마감’이 되기도 합니다. 손님들은 광주에서 왔소, 어디에서 왔소, 하시는데, 가끔 저 멀리 해남에서 왔소, 하신 분도 있으시답니다. 멀리서 오셨는데, ‘오늘 마감’ 되었다는 말씀에 서운해 하시면서 돌아서는 분들을 뵐 때는 그렇게 죄송할 수가 없답니다.

 사장님은 날마다 아침 6시에 나와 열 가지가 넘는 채소와 나물들을 직접 씻고, 삶고, 무치고, 볶고 하시는데, 11시쯤 끝납니다. 개업해서 지금까지 월요일(휴무)만 빼고 똑같이 이어지는 루틴입니다. 아이고, 그럼, 아침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못 먹지요. 반찬을 다 만들고 나면 보통 손님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세요. 아니, 사장님, 그러다 쓰러지세요, 그러면 안 되시는데. 그래서 그런가, 살이 좀 빠졌어요.

사장님이 날마다 정성스레 만드는 나물 반찬들.
사장님이 날마다 정성스레 만드는 나물 반찬들.

 이틀마다 채소를 대주는 곳이 있는데, 어떤 날은 들어온 채소가 싱싱하지 않으면 바로 반품을 시키고 직접 장을 보러 농산물 시장을 찾습니다. 사장님이 요리를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색’인데, 싱싱하지 않으면 그 ‘색’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에? 보통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요?

 “‘맛’은 당연히 좋아야죠. 근디, 우리가 볼 때, 깔끔하고, 먹고 싶게 나와야 손이 가잖아요, 그니까 ‘색’이 좋아야죠. 오전에 나물 반찬들을 다 해 놓는다고 했잖아요. 어떨 때는, 제가 요리를 했어도, 맛은 좋은데, 색이 별로면 그냥 버리기도 해요. 손님이 드실 거니까.”

 그래서인지, 어쩔 수 없는 ‘애로사항’이 생기기도 한답니다. 손님들이 식사하시다가 더 드시고 싶을 때는 ‘셀프반찬코너’를 이용하는데, 어떤 손님들은 정말 맛있다며, 특정 반찬들을 네다섯 번씩 가져가서 드시기도 한다고. 그럼 뒤의 손님들이 이용할 반찬들이 일찍 떨어지기도 한다고. 그런 손님들에게 부탁 말씀을 드리기도 좀 머한 게, 맛있다고 하시니 말씀을 못 드리겠다고.

 곰돌곰순도 식사하다 그런 광경을 몇 번 목격하기도 했답니다. 손님이 셀프코너에 가서 돌아섰을 때 나물 반찬을 수북이 쌓아 가져가는 모습을. 곰돌이 나서려고 했을 때, 곰순이 말리기도 했고. 사장님이 나서지 않는데, 손님이 나서면, 괜히 그 일로 손님들끼리 다투기라도 하면, 의도하지 않게 ‘영업 방해’가 된다고. 손님이 떨어지게 되면, 사장님께 민폐를 끼치게 되는 거라고. 어휴, 그런 진상 손님들이 없어야 할 텐데요.

  “우리가 좀,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요.”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이 감사하지요. 멀리서 오시기까지 하싱께. 글고, 가시는 분들마다 “참, 잘 먹고 가요”, “참, 좋소.”, “진짜 맛있소, 고생허시오.” 하고, 그냥 가시는 분이 없응께요.”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요? 많지요.” 하시며 사장님이 풀어놓으시는데, 듣기만 해도 영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몇 사람만 추려서 에피소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에피소드 1.

 한재골 올라가는 길에 ‘부뚜막 보리밥’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어느 날 현수막이 없어졌는데, 면에서 철거했는지, 다른 곳에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현수막이 다시 걸렸습니다. 사장님이 걸지 않은 거라, 누가 걸었는지 몰랐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식사를 하시던 한 남자분이 내가 그랬다고 하셨답니다.

 광주 첨단에 있는 ○○ 사장님이시라고. 보리밥을 먹어 보고는 너무 맛있어서 계속 오고 싶은데, 식당이 사라지면 안 될 거 같으니까, 내가 머라도 해야 되겠다 싶은데, 어떻게 하면 사람들한테 알릴까 고민하다, 현수막을 의뢰해서 직접 걸어 놓았다고. 누가 뜯으면 안 되니까, 자주 와 봤다고.

  에피소드 2.

 중년의 부부가 몇 번 찾아오더니, 어느 날 점심도 끝나가고 손님들이 한가할 때쯤 사장님께 이야기를 건네셨답니다. 우리도 식당을 하고 있는데, 음식이 정말 맛있다고, 근데, 밥을 먹으면서 직원이랑 둘이서 일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우리가 머라도 좀, 도와주고 싶다고. 우리가 고추장을 잘 담그는데 그 비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괜찮으시냐고.

 알고 보니, 망월동에서 오랫동안 맛집으로 소문난 ○○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랍니다. 그 뒤로 당신들 식당 영업이 끝나는 늦은 밤에 뒷정리를 마치고 이곳에 와서 며칠 동안 밤 늦은 시간까지 고추장 담그는 비법을 전수해 주셨다고.

비법을 전수받아 만드신 고추장.
비법을 전수받아 만드신 고추장.

  에피소드 3.

 젊은 손님들이 자주 찾아오더니, 어느 날 유튜브에 먹망 프로그램을 찍고 있는데, 너무 맛있어서 올리고 싶다고 했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해서 허락을 해 주었답니다. 그런데 멀리서 오셨다는 분들이 대게 소문 듣고 왔소, 누구 소개로 왔소 하시는데, 영상을 찍은 후로는 유튜브 보고 온 사람들도 생기고 있답니다. 앞의 해남에서 왔다는 분도, 유튜브 보고 왔소, 그랬다고. 

 사장님이 식당 운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무얼까 궁금해졌습니다. “손님들이 기분 안 나쁘게 식사하시고 가시면 좋겠어요.” 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답이 아니어서, 좀 더 들어보았습니다. “식사를 맛있게 드시고 가셔야 하는데, 저나 직원이 불친절하거나, 서비스가 안 좋거나, 그러믄, 그분들이, 좀, 속상해서 가시잖아요. 일부러 식사하러 오셨는데.” 울림이 있는 말씀이라, 곰돌이 다음 질문으로 쉽게 넘어가지 못했답니다.

 곰돌이 그동안 가슴 한 켠에 담아 두었던 말을 어렵게 꺼내보았습니다. 아내랑 와서 식사를 할 때마다 이야기한다고, 진짜, 이 가격으로, 이 음식들을 먹어도 되나, 하고. 그래서 혼자도 오긴 하지만, 그럴 때는 더 미안하다고. 사장님이, 손님들마다 가격 이야기를 하신다고, 좀 올려도 된다고. 그때마다 그냥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린답니다.

 한참이 지나니 ‘속 이야기’를 하셨답니다. 실은, 채소값도 오르고, 요즘 채소값이 진짜 너무 올랐지요, 물가도 오르고 해서 점점 부담이 되고 있다고. 그래도 어렵게 찾아주시는 손님들인데, 아직까지는 올리고 싶지 않다고. 우리 집이니 월세 안 나가고, 직원도 한 명만 쓰고, 음식 준비에서 요리까지 힘이 좀 들긴 해도, 제가 다 하면 되니까, 아직은 해 볼 수 있다고. 설마, 채소값이 언제까지 오르기만 하겠냐고.

 음식 ‘색’과 ‘맛’을 중시하시는 분. 찾아준 손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 주려는 분. 그 마음이 고이 담긴, 선명하니, 정성 가득한 식단에, 손님을 향한 배려와 겸손 가득한 말씀과 행동까지, 이 모든 걸 찾아오는 손님들이 모두 아는 거 같습니다. 그러니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손님마다 잊지 않고 한마디씩 하는 거겠지요. 그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습니다. 그 소리를, 많은 사람이, ‘적정한 가격’에, 오랫동안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음식이, 참~말로, 맛있소. 진~짜, 잘 먹고 가요.”

 곰돌 백청일(논술학원장)·곰순 오숙희(전북과학대학교 간호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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