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 (55) 봄차는 부드러움 가을차는 향기 춘탕추향(春湯秋香)

대만 아리산차 봄차와 가을차의 외형과 엽저: 건차 외형상으로 봤을 때 봄차의 형상이 고르고 가지런하다. 엽저 역시도 봄차가 가을차에 비하여 튼실하고 매끄럽다. 이와 비슷한 모양의 안계 철관음 역시도 춘차와 추차의 차이는 동일하다.
대만 아리산차 봄차와 가을차의 외형과 엽저: 건차 외형상으로 봤을 때 봄차의 형상이 고르고 가지런하다. 엽저 역시도 봄차가 가을차에 비하여 튼실하고 매끄럽다. 이와 비슷한 모양의 안계 철관음 역시도 춘차와 추차의 차이는 동일하다.

 오룡차를 이야기할 때 중국에서는 춘탕추향(春湯秋香), 한국에서는 춘수추향(春水秋香)이라고 말한다. 이를 풀어보자면, 봄차는 부드러운 구감이 일품이고, 가을차는 향이 좋다는 말이다. 춘차는 겨우내 자연의 정기를 비축했다 틔워낸 새싹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기운으로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특징이 있고, 가을차는 햇볕을 많이 받은 찻잎이라 그 향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사람의 기호는 제각각이어서 혹자는 춘수(春水) 쪽으로 기울기도 하고, 혹자는 추향(秋香)이 제일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 자신의 기호나 감정을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차를 가르치는 사람이 학생들을 향해 “춘차가 향이 높기에 그 품질이 춘차보다 더 뛰어나다”라고 이야기한다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잘못된 지식은 늪과도 같아서 오도된 지식으로 공부한 이들은 그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춘차와 추차의 품질에 대한 평가를 가격으로 끝냈다. 즉 춘차가 추차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다는 말이다. 이 말은 대륙에서 나오는 차뿐만 아니라 대만에서 나오는 차까지 모든 차에 해당하는 불변의 진리이다. 만일 “추차가 더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나 개인의 취향”이라는 전제를 달아야만 한다. 개인의 취향과 품질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족을 달자면, 내가 만들지 못한다고 해서, 그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가 모른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산외유산(山外有山), 인외유인(人外有人)이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직역하면 ‘산 밖에 또 다른 산이 있고, 이 사람 말고 또 다른 사람이 있다.’이지만 의역하면 ‘세상은 넓고 넓어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존재하기에 늘 자만하지 말라.’는 뜻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춘차와 추차의 구별에 대한 방법 가운데 비교적 쉬운 구분 방법을 하나 알려 주겠다.

탄배의 정도에 따른 오룡차 색택의 변화. 각각의 차마다 각각의 방식으로 탄배를 진행한다. 각양각색이다. 좌충우돌 중국차 18회의 간차주차(看茶做茶)를 참고하시라.

 대량으로 차를 취급하는 중국의 도매시장에 가서 오룡차를 고를 적에 두 차의 크기가 비슷해 보인다면, 양손으로 한 줌씩 차를 집어서 그 무게를 비교해 보기를 권한다. 같은 부피라도 찻잎이 튼실한 춘차가 더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은? 불문가지이다. 이는 소비자가 ‘호갱’이 되는 것을 어느 정도는 막아 줄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동일한 품종의 차로써 동일한 차산에서 생산된 것에 한정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서로 다른 품종이나, 생산지가 다른 차를 비교해서는 춘차와 추차를 정확히 가려낼 수 없다는 것이다.

 내친김에 좀 더 알아두면 좋은 사항이 있다. 풀 비린내와 쓰고 떫음인 청고삽(靑苦澁), 향기롭고 달콤함을 말하는 ☞향감첨(香甘甛)은 모두가 차의 본성(本性)이다. 전자는 좋지 않은 요소이고, 후자는 좋은 요소이다. “오룡차를 왜 만드는가?”라고 질문을 한다면 전자의 좋지 않은 요소들인 풀 비린내는 없애주고, 쓴맛은 감소시켜 주며, 떫은맛은 최대치로 낮춰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전제하에 향은 깨워주고, 단맛은 남겨 주는 것이다.

 ☞감첨(甘甛): 감(甘)과 첨(甛)의 두 글자 모두 단맛을 지칭한다. 다만 구체적인 면에서 서로 다른 형태로 보여준다. 감(甘)은 앞서 틀 잡기에서 설명한 바가 있다. 쓴맛이 입안으로 들어가 침샘을 자극하여 침이 나오는 것을 도와주고, 그 침이 혀끝으로 돌아 들어가 느껴지는 단맛을 의미한다. 차에서는 이를 회감(回甘)이라고 표현한다. 대표적인 성어로는 고진감래(苦盡甘來)가 있다. 또 하나의 단맛을 뜻하는 첨(甛)은 혀끝에서 느껴지는 직접적인 단맛을 의미한다. 우리의 혀끝에는 단맛을 느끼는 세포가 있어 설탕이나 꿀 등에서 나오는 맛을 혀끝으로 맛보면 바로 그 맛이 나온다.

 이 점은 차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쓰고 떫은 의미의 고삽(苦澁)과 함께 단맛의 표현인 감첨(甘甛)을 알아두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쓴맛은 회감으로(苦→甘)’, ‘떫은맛은 혀끝에서 바로 느끼는 단맛으로(澁→甛)’ 나오거나, 혹은 발효의 과정을 통하여 변화해야만 한다. 이 두 종류의 단맛이 같이 나오는 대표적인 차로는 오랜 시간 동안 자연진화가 이루어진 무이암차나 보이차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고 다향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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