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동 여관촌 성매매 현장 잠입하다

올해 창간 20주년 특집 중 하나로 광주드림은 역대 취재기·뒷얘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그때’ 광주드림에 실려 지역사회 큰 파장을 일으켰던 기사들이 어떻게 작성됐는지 이면을 알려주는 읽을 거리입니다. 독자들에게 제공된 정제된 기록으로서 기사가 아닌 ‘비사’라 할 수 있는 정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한 편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해당 기자들이 감당한 수고의 일단도 느껴볼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 관점에서 정리한 기록은 2018년 본보가 출간한 ‘호랑이똥은 멧돼지를 쫓았을까-광주드림 취재기’ 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모텔 앞 좁은 골목에서 서성거리는 남자. 곰 같은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누군가 붙잡아달라는 듯한 간절함을 숨길 수 없는 배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드디어 목적 달성.

 “놀다 가!” 너무도 기다렸던 한마디가 귀에 꽂혔다. “미시도 있고 아가씨도 있어”라는 여관 주인을 따라 은밀한 입성에 성공했다. 건너편 옥상에선 누군가 이 장면을 쉴새없이 찍고 있었다.

 2009년 2월 ‘송정동 여관촌 성매매 온상’이라는 보도는 두 사람의 위장 잠입으로 이뤄낸 작품이었다. 글쓴이 박준배, 찍은이 임문철.

 2~3년 전 송정역 주변 성매매업소 화재와 인명 피해로 단속 철퇴를 맞아 사라진 줄 알았던 매매춘이 여전하다는 게 생생하게 고발됐다.

 박 기자의 위장잠입을 부추긴 제보는 뜻밖의 사건으로부터 비롯됐다.

 앞서 박 기자는 첨단지구 한 공원에서 불법으로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보훈단체를 고발하는 기사를 썼다. 이후 가스통 폭발 협박과 ‘죽이네 살리네’ 하는 폭언이 빗발쳤다.

 “만나서 얘기하자. 안 그러면 신문사로 쫓아가겠다”는 통첩에, 박 기자 홀로 호랑이굴로 들어갔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정도였죠. 그래도 믿는 구석이 하나 있긴 했어요. 아버지가 베트남전 파병 군인 출신 보훈 대상자로, 그들과 비슷한 이력이었거든요.”

 맹수 우리에 던져진 한 마리 양처럼 위협에 시달리던 박 기자가 ‘믿는 구석’ 아버지를 팔면서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나서 분위기는 급반전. 해당 단체 지부장이 뜻밖의 고발을 해왔다.

 “우리 같이 국가를 위해 파병하고 부상당해 고통 받는 보훈단체 때리지 말고, 진짜 나쁜 놈들 잡으라”면서.

 “내가 송정리 사는데. 밤에 송정역 주변에서 성매매 호객행위 판친다니까. 고등학생이고 뭐고 남자들이라면 다 붙잡어. 제발 이것들이나 고발해.”

 이 같은 제보는 편집국에 보고됐고, 곧 잠입 취재로 실태를 알리자고 결정됐다.

 이렇게 해서 박 기자는 잠입 취재비 2만 원을 받고, 송정역 근처 모텔촌을 배회하다 드디어 낚임을 당한 것이다.

 “실제 성매매가 이뤄지는 방안으로 들어간 거죠. 한 여성이 들어왔고요. 그 여성에게 신분을 밝히고, 그냥 얘기만 나누고 가겠다. 실태를 말해달라고 한 것이죠.”

 잠입을 통해 작성한 기사는 몇 차례 수정 요구를 받았다.

 “너무 리얼하게 묘사했다는 지적을 받았어요. 옐로 페이퍼도 아니고…. 이렇게는 실을 수 없다고요.“

 <경상도 출신으로 2006년 겨울 이 곳에 왔다는 A씨(35)에 따르면, 송정역 여관촌에서 활동중인 여성은 20여 명. 대개 30대에서 40대로 미혼이나 이혼 여성이다. 이들은 매춘 여성을 제공하는 이른바 ‘보도방’ 소속. 매춘 여성을 제공하는 포주와 여성, 그리고 여관측이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다. 화대 2만 원 중 1만 원은 업주 측에서 갖고 매춘 여성들은 1만 원을 받는다. 1시간 10만 원을 끊을 경우는 여성이 6만 원, 여관 측이 4만 원을 챙긴다. >

 몇 차례 수정 끝 보도된 내용의 일부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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