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 전경. 목포대 제공.
목포대 전경. 목포대 제공.

19일 지인과 통화에서 전남 의대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올 상반기 의대 공모 착수 전후 현장에서 취재하며 지켜보니 현 상황을 간단히 정의하기 어려워 한 말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공동의대(통합의대 혼용)→공모→통합의대 과정을 거치고 있고, 정부도 똑 부러지게 전남 의대 설립을 확정하지 않아서다. (다만 대통령의 말과 정부의 의료개혁 담화, 관계장관의 발언이 전남 의대를 확인한다.)

게다가 의대 추진 과정에서 한목소리를 냈던 순천대와 순천시 등 동부권이 공모는 불가하다며 단독 의대 신청을 결정하지 않았는가.

공모는 이제 한 발 뒤로 물러나 ‘플랜B’로 여겨진다.

전남도가 목포대와 순천대가 통합하고, 통합의대로 가면 이를 전폭 밀고 가겠다는 입장이어서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목포대와 순천대가 대학통합에 적극 나설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시점에선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여 혼란스럽다는 거다.

지난주 전남도가 대학 통합이 큰 틀에서 합의됐다며 통합의대를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으나 불협화음이 즉각 새어 나왔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대학 통합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했고, 이어 목포대가 통합 논의에 나서지만 공모 유지를 바라는 쪽, 순천대는 공모보다는 대학 통합을 중시하는 쪽으로 각각 보도자료 또는 입장문을 냈다.(기자는 이 지점에서 일부 지역언론도 반성할 점이 있다고 본다. 두 대학이 대학 통합에 공감한 정도를 ‘합의했다’는 식으로 너무 앞서 나가 보도했기 때문이다.)

목포대는 지난 15일자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적시한다. “국립목포대는 양 대학(목포대와 순천대)과 전남도가 대학통합과 의대 신설에 대한 쟁점들을 검토해 양 대학이 모든 내용을 수용할 수 있을 때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확정하지 않으면 이 (대학통합)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논의의 결과는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기한을 정해 협의하면서 공모는 공모대로 진행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순천대 대학본부. 광주드림 DB
순천대 대학본부. 광주드림 DB

그러면 순천대는?

18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대학 구성원을 비롯한 지역사회 등 많은 분의 고심 끝에 통합의대가 대안으로 부상했고, 우리 대학은 이러한 상생의 소중한 기회를 살리기 위해 직접 당사자들과 이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목포대와 순천대는 대학통합을 큰 틀에서 반대하지 않지만, 속 시원하게 합의하고 있는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왜? 우선 대학 구성원의 내부 합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어떻게 해서 대학통합에 ‘느슨하게’ 합의해도 의대가 과연 자기 대학으로 올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어서다.

순천대 입장문은 통합의대로 할 때 의대 한 곳을 세우겠다는 것인지, 목포대와 순천대 캠퍼스에 각각 세우겠다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물론 이는 정부의 방침과 승인이 필요한 일이므로 먼저 밝힐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여하튼 순천대는 목포대와 순천대 캠퍼스에 각각 의대를 두는 방식을 원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의대 정원 200명이 확정되면 각각 100명씩 목포대와 순천대에 나눠 교육하자는 방안으로 보이는 데 가능할지 미지수다.

공동의대처럼 보여서다. 정부는 공동의대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목포대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학통합까지 시한이 촉박하고, 대학통합 관련 법령도 정비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있어 공모는 공모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 목포대는 공모에 찬성하며 참여하겠다는 입장이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전남 의대가 어떻게 될 것인지, 장담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이며 어디이겠는가.

전남도는 애초 10월 말에 공모를 끝내고 정부에 신설 의대 추천을 보고할 예정이었다.

이미 물 건너 간듯하고, 다음달 중순까지 대학통합이든 공모이든 결판낼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도 그때 가봐야 하지 않겠나 할 정도다.

어떻게든 올해 안에 의대 문제를 일단락시켜야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배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의대가 한 곳이 될지, 두 곳 형태가 될지, 대학통합이 될지, 무산이 될지, 공모가 원활히 진행될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게 없다.

더더군다나 의대 선정 작업을 마치고 정부에 보고할 때, 그런 일은 없겠지만, 정부가 의대 승인을 즉각 해줄지, 아니면 보류할지도 불분명하다.

요는 의대 선정 과정을 빨리 마치고 의대 정원 배정을 위해 도민이 하나로 뭉쳐 나가야 하고, 그 시기가 야속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해당 주체인 목포대와 순천대, 전남도가 지혜로운 결론을 내야 하는 이유다.

"올해가 아니면 의대 세울 기회가 오기 어려울 수 있음"(김영록 지사)을 다시금 새겨야 할 때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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