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1-0 상황서 스톱…삼성-기아 희비 엇갈려
23일 두 게임 치러야…1차·2차 관람객도 혼란

21일 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진행된 2024 KBO 한국시리즈 1차전. 우천으로 인해 개막 행사가 지연되고 방수포를 까는 모습이다. 기아타이거즈 제공
21일 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진행된 2024 KBO 한국시리즈 1차전. 우천으로 인해 개막 행사가 지연되고 방수포를 까는 모습이다. 기아타이거즈 제공

 기아와 삼성의 2024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가 한국시리즈 사상 첫 서스펜디드(일시중지) 게임으로 선언되면서 향후 경기 일정에 커다란 변수로 등장했다.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한국시리즈 1차전이 6회초 삼성의 공격 도중 폭우로 인해 21시 24분에 경기가 중단됐다. 40여분 간의 기상 상황을 살핀 끝에, 결국 그치지 않는 비로 인해 심판진은 22시 10분, KBO 한국시리즈, 나아가 포스트시즌 역대 최초로 서스펜디드 게임(Suspended Game)을 선언했다. 중단된 1차전 경기는 22일 재개될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인해 23일 오후 4시로 순연됐다.

 KBO는 경기가 우천 취소될 경우, 5회가 끝나기 전이라면 ‘노 게임’을 선언한다. 반면 5회가 끝난 이후 시점에서는 ‘콜드 게임’과 ‘서스펜디드 게임’ 중 하나를 택한다. 직전 이닝까지 동점을 유지하다가 선공팀이 선취점을 내면서, 누적 공격 횟수가 선공팀이 더 많아 양 팀 간의 공격 이닝에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 경기가 재개되지 않는다면 서스펜디드 게임 조건이 성립된다.

 21일 경기 역시 5회 말까지 0-0 동점 상황에서 6회초 김헌곤의 솔로홈런으로 삼성이 선취점을 얻어 1-0이 됐으며, 이후 6회 초 삼성의 공격이 이어지는 도중에 경기가 중단됐고, 조건이 성립돼 한국시리즈 1차전은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유례없는 한국시리즈 최초의 서스펜디드 게임에 대해 양팀 감독의 희비는 엇갈렸다.

 21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삼성의 박진만 감독은 “시즌 중에도 잘 안 일어나는 상황이라 당황스럽다”라면서 “원태인이 투구수도 그렇고 정말 좋은 투구를 펼치고 있었다”, “사실상 더블 헤더나 마찬가지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경기에서 삼성 선발 원태인은 기아 타선을 상대로 5회까지 단 2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고 있었다. 특히 5이닝 동안 투구수 66개로 만약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7회 혹은 그 이상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서스펜디드 선언으로 인해 원태인은 23일 재개되는 경기에 나올 수 없어 사실상 강제적으로 강판됐으며, 삼성은 아낄 수 있었던 중계 투수진들을 조기에 소모해야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6회 초 김헌곤의 홈런 이후 기아 선발 제임스 네일이 장현식으로 교체된 상황에서 무사 1, 2루 찬스로 공격을 이어가던 흐름이 끊긴 부분도 변수로 작용될 수 있어 삼성은 여러모로 아쉽다는 반응이다.

 반면 기아 이범호 감독은 “어떻게 보면 중간에 끊긴 게 우리에겐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시리즈 한 경기를 경험한 것이기에 우리 팀엔 좋은 일”이라면서 기대감을 전했다. 21일 경기에서 기아는 초반부터 서건창과 박찬호가 수비 실책을 범했고, 2회 말 김선빈의 홈런성 타구가 역풍으로 인해 3루타에 그쳐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등 아쉬운 장면이 이어졌다.

 선발 투수 제임스 네일이 주무기인 스위퍼로 5회 초까지 삼성 타선을 침묵시켰으나 6회 초 피홈런을 허용하며 장현식과 교체됐으며, 이후 무사 1, 2루라는 실점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기아 입장에서는 상대측에 이대로 넘어갈 수 있는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호투하던 원태인을 상대하지 않게 돼 싫지 않은 표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서스펜디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들은 바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정상 시즌 중 한 경기가 서스펜디드 선언됐다면 아쉬움 수준에서 그친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그것도 영호남의 31년만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타이틀은 그 의미와 상징성에 있어 차원이 다르다.

 예매 오픈 5분 만에 1차전 전 좌석이 매진됐으며, 온라인상에서 암표는 최소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값이 치솟을 만큼 티켓 확보 경쟁은 치열했다. 이렇게 어렵사리 티켓을 구해 경기장에 입장했지만 우천으로 경기는 40분이 지난 저녁 7시 16분에야 시작했다. 게다가 예보보다 더 많은 비를 맞아가면서도 선수들을 응원한 관중들은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승패를 결정짓지 못한 경기를 뒤로 하고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한 파급효과는 고스란히 23일 경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BO 규정에 따르면, 1차전 티겟을 소지한 관객들은 재예매 없이 그대로 23일 오후 4시에 재개되는 경기에 입장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일과 중인 오후 시간대라는 점과 외지에서 오는 팬들도 있어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재관람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역대 한국시리즈 경기 중 가장 썰렁한 경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의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2차전 관람객도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전 경기 관객 퇴장과 뒷 경기 입장 시간을 고려하여 2차전 경기 시간은 1차전 종료 후 1시간 뒤에 열리게 된다. 재개되는 1차전이 5시 30분 안에 종료된다면 2차전 경기는 6시 30분에 정상 진행될 수 있으나, 5시 30분을 넘어 경기가 장기화 된다면 2차전 시작 시간은 예정보다 늦어지게 된다.

 문제는 1차전에서 9회까지 승부를 결정짓지 못해 무승부가 됐을 때 더 크게 벌어진다.

 22일 KBO는 1차전 경기와 관련 “경기가 9회 종료 시 동점인 경우에는 연장전이 실시된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트시즌은 연장전이 15회까지 진행되게 돼 있는 규정을 적용하면 최악의 경우 15회까지 승부가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2차전의 시작 시간이 저녁 9시가 넘어가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동안 2차전 관객들은 경기장 밖에서 1차전 경기가 끝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려야한다.

 결국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21일 경기를 무리하게 강행한 KBO에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편 23일 재개되는 1차전 경기 종료 후 진행되는 한국시리즈 2차전에 기아는 토종 에이스인 양현종, 삼성 라이온즈는 황동재를 선발로 예고했다.

 최종진 인턴기자 cit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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