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무등의 바위, 날 성장시키는 축복”

지난 2일 광주드림이 주최한 ‘2024 무등산 볼더링 축제’에서 박현민 씨가 U 구역 코스를 오르고 있다.
지난 2일 광주드림이 주최한 ‘2024 무등산 볼더링 축제’에서 박현민 씨가 U 구역 코스를 오르고 있다.

 거친 무등의 바위가 마냥 좋았다. 몸을 밀착해 발 디딜 때면 행복했다. “정상을 향하는 숨죽인 나만의 여정, 볼더링은 축복과 같다”는 박현민 씨. 그에겐 이제 바위 등반은 삶에서 빠질 수 없는 희로애락이다.

 지난 2일 무등산 선비바위 일대에서 열린 ‘2024 무등산 볼더링 축제’에서 볼더링 입문자인 박현민 씨를 만났다.

 박 씨에겐 볼더링은 ‘짜릿한’ 성취감을 주는 행복이다. 몸을 바위에 밀착해 온전히 내 힘으로, 정상을 오르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단단한 바위 틈새에 양 손가락을 끼였다가 중력에 떠밀려 떨어질지언정 다시 오르는 그 과정이 짜릿하다.

 박 씨가 볼더링에 입문하게 된 건 ‘도쿄 하계올림픽’의 영향이 컸다. 어느 날, 브라운관에서 인공암벽에 오르는 클라이밍 선수가 눈에 쏙 들어왔다. 변할 것 같지 않던 일상에 단번에 경종을 울렸다.

 박 씨는 “정상을 향하는 선수를 바라보면서 나도 (클라이밍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생기게 됐고, 자연스레 볼더링 대회까지 접하게 됐다”며 “가까운 암장을 자주 드나들며 건강해지는 제 모습을 어느 순간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무등산 바위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실내서 이뤄지는 클라이밍 시설에는 홀드가 다채롭고, 잡을 수 있는 곳이 명확한 반해, 자연 상태 바위에는 손가락을 넣을 틈조차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날 것 그대로의 무등의 바위는 꼭 올라서야 할 목표이면서도 성장의 토대다.

 박 씨는 “볼더링은 실내와 달리 홀드를 잡을 틈을 스스로 끊임없이 찾아내는 그 과정이 묘미”라면서 “계속 떨어져도 다시 올라서는 내 모습을 발견하면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게 볼더링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 씨는 N구역 ‘보릿고개’ 코스에서도 끊임없이 떨어졌지만, 그 과정조차 재미지다고 했다. 조금은 더디더라도, 바위를 넘어서기 위해 하산 시간이 다가와도 계속 그 자리를 지켰다.

 한편으론, 볼더링은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스포츠란 점에서 더욱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박 씨는 확언한다. ‘루트 파인딩’이 바로 대표적이다.

 박 씨는 “바위 완등을 하려면 길을 찾아내는 루트 파인딩이 꼭 필요한데, 함께 참가한 루트 세터들이 길을 개척하고, 이를 토대로 문제를 푸는 그 과정이 재미있어 볼더링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다”며 “함께 취미를 나누는 동료들이 많아 무등산을 앞으로도 계속 찾고 싶다”고 말했다.

 무등산 볼더링 대회 외에 다른 대회에 참가한 적이 없는 입문자이지만, 누구보다 ‘끈기 있게’ 볼더링 대회에 참여하고 싶다고 박 씨는 강조했다.

 그는 “성취감은 결국, 나만이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조금은 더디어도 계속 무등산을 찾아 코스 하나하나를 정복하는 게 목표”라면서 “성장하는 제 모습을 보기 위해 무등산을 계속 찾을테니 주시해달라”고 말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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