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 (57) 난꽃향 바람에 스치다: 철관음(鐵觀音)
민남 오룡차는 차나무의 품종에 의해서 명명되었다. 오룡 품종으로 만든 찻잎은 오룡이고, 수선 품종으로 만든 것은 수선이라고 한다. 단 몇 종류는 품종과 명칭이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불수(佛手) 품종으로 만든 것은 향연(香櫞)이라 부르고, 황염(黃棪) 품종으로 만든 것은 황금계(黃金桂)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모해(毛蟹)·도인(桃仁)·매점(梅占)·기란(奇蘭)·본산(本山) 등 많은 품종이 있다. 이렇게 서로 혼합되어 만들어진 차들을 통칭하여 “여러 빛깔의 차들이 같이 모여있다”라는 뜻의 색종(色種)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민남 오룡차 가운데서는 철관음(鐵觀音)의 품질이 가장 뛰어나다. 철관음 품종은 무성생식(無性生殖) 계열에 속하며, 복건성 안계현(安溪縣)에서 나오는 차의 품질이 제일 좋다. 이러한 연고로 민남 오룡차는 안계 철관음을 대표로 한다.
철관음은 차의 이름이자 차나무의 품종 이름이기도 하다. 청나라의 건륭제가 이 차의 외형을 자세히 관찰해 보고는 “그 모양은 관음의 얼굴이고, 무겁기는 쇠와 같다”라고 한데서 기인하였다. 철관음은 청나라 건륭제(乾隆帝, 1736~1795) 재위 연간인 18세기 중엽부터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에서 서로 비슷한 차의 외형과 등급을 살펴보자. 다시 이야기하자면 민남의 여러 오룡차 가운데서는 철관음이 가장 맛과 향이 좋으므로 이 차의 엽저만 기억해 놓으면 좋을 것이다.
△특급 철관음: 윗줄 좌측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엽저를 반으로 접었을 때 완벽한 대칭형을 하고 있다. 찻잎 가장자리의 톱니를 보면 높이가 낮고, 간격이 멀다. 부서짐이 없이 거의 완전한 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손으로 엽저를 만져보면 두터우면서도 옥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러운 감촉이 난다.
△특급 황금계: 버드나무 잎처럼 찻잎의 좌우 폭이 좁고, 길이가 긴 형상을 하고 있다. 가장자리의 톱니는 높이가 낮고, 간격이 좁은 것이 특징이다. 특급 철관음과 같이 반으로 접었을 때 대칭형이다.
철관음의 제다 과정은 크게는 쇄청(曬靑) - 주청(做青) - 초청(炒青) - 유념(揉捻) - 초홍(初烘) - 초포유(初包揉) - 부홍(復烘) - 부포유(復包揉) - 홍건(烘乾) - 모차(毛茶)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제다 용어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초청은 녹차의 살청과 같은 의미이고, 초홍은 초벌홍배를 말한다. 초포유 역시 ‘초벌포유’의 줄임말이고, 부홍과 부포유는 ‘재벌홍배’와 ‘재벌포유’라고 보면 된다.
‘잠자리 머리에, 개구리 다리(蜻蜓頭, 靑蛙腿)를 말하는 권곡성조(卷曲成條) 형상을 한 철관음의 외형은 기본적인 유념 이외에도 초포유, 부포유 이렇게 두 번의 포유(包揉) 과정을 더 거친다.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압력과 측면에서 가해지는 압력의 두 가지 작용으로 인하여 찻잎의 덩어리 내부의 압출력에 의해 주름이 생기기 시작한다. 찻잎 주맥 부분은 경도가 커서 주름은 기본적으로 주맥과 평형하게 이루어지고 주맥을 향하여 말려 들어간다. 즉 하나의 찻잎은 한 덩어리에 꼬리가 달린 모양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극품이나 특급의 고급 철관음에서는 반드시 관음운(觀音韻)이 나와야 한다. 여기서 “운(韻)”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차는 철관음의 관음운, 봉황단총과 소종홍차의 산운(山韻), 무이암차의 암운(巖韻) 이렇게 세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서 철관음에서 보여주는 소위 관음운은 향기와 구감의 두 측면에서 여타의 차와 다르다.
먼저 향기는 “살랑이는 봄바람에 스쳐오는 난화향”처럼 살포시 다가와 호흡을 통해서 오래도록 지속되어야 한다. 구감 측면에서는 입안에서 차를 굴려보면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하게 느껴지며, 마신 후에도 회감이 길게 남아있다.
이러한 향기와 구감은 차를 마시는 사람의 심신을 극도의 편안함으로 이끌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고 다향을 내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