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 중단 ‘강수’ 강수훈 광주시의원
“대충대충 자료·얼렁뚱땅 답변” 분노
“지금 이 순간만 모면하면 되는 것이냐” 광주시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광주시의원들은 현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각종 허위·부실 자료 제출이 이어진데 따른 재발방지와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하자 행정사무감사 중단까지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감사중단을 요구한 강수훈 광주시의원은 “조작된 자료 제출과 허위 답변은 참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12일 본보와 만난 강 의원은 행정사무감사를 중단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행정사무감사는 지방의회가 집행기관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정치행위로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행정의 잘못된 부분을 적발하고, 시정 요구를 할 수 있게 지적하는 것이다”며 “또한 각종 현안 사업들의 적정성을 검토해 시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여졌는지 점검하기 때문에 ‘의정활동의 꽃’이라고도 불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시와 시 산하기관 등이 제출한 자료는 부실한 수준을 넘어섰지만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행정사무감사는 ‘의정 활동의 꽃’
강 의원은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기 위해 집행부가 제출한 자료를 들여다보니 중학교 수행평가 보고서 보다 못한 수준이었는데, 기관의 예산 절감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물으니 느닷없이 기관 명칭을 변경하겠다는 답변서가 왔다”며 “의회에서 요구한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동문서답’ 답변서를 보면서 정말 황당했고, 본인들이 일하는 기관의 근무 인원은 몇 명인지, 급여가 얼마인지도 정확히 파악을 못하고 있었는데 답변을 하면 할수록 스스로의 무능을 증명하는 듯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 물으면 ‘다음에 개별적으로 찾아 뵙고 설명드리겠다’라는 답변을 습관적으로 했다”며 “어떻게 해서든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되는 그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 때 발휘하는 고도의 전략을 내세웠다”고 질타했다.
이에 조작된 자료 제출과 허위 답변을 참을 수 없어 행정사무감사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언급했다.
강 의원은 “공직자에게는 정직한 행동이 요구된다. 특히 공직자들은 행정사무감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겠다는 선서식까지 진행한다”며 “그런데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하면서 의회를 속이기 위한 조작된 자료를 발견했고, 계속된 허위 답변을 들으면서 더 이상 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광주시가 외부적으로는 혁신을 외치던 사이에 내부적으로는 불신 행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발 방지를 위해 사과를 요구했지만 고광완 행정부시장이 “감사 중단까지 할 사안은 아니다”며 사과를 거부하면서 집행부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강 의원은 “‘잘못은 했는데, 사과는 어렵다’ 행정부시장이 산업건설위원회에 와서 했던 발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내용이었는데 이것은 ‘술은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다’처럼 들렸다”며 “행정부시장의 답변에서 행정 쇄신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였고, 시 집행부가 이번 행정사무감사 대응에 대한 부족함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사과하면서 ‘이번 일을 매우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의회의 감사 중단을 계기로 직원들에게 행정사무감사에 더욱 충실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겠다’고 답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대응은 향후 진행될 예산 편성까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부실한 자료 제출시 인사고과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한 자료 대응 인사고과 반영해야”
강수훈 광주시의원은 “부실한 자료 대응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허위 증거 제출 또는 답변에 대해서 보다 강한 처벌규정이 있다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재 허위·부실 자료 제출 사태는 이른바 레임덕(권력누수)으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 의원은 “9대 의회 전반기 행정사무감사 때와는 확연히 다른 시 집행부의 대응을 보면서 ‘이런 상황을 레임덕이라고 하는구나’라고 느끼기도 했다”며 “근본적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의원 스스로 실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고,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계기로 더 날카롭고 더 정확하게 의정활동에 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