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순의 호남의 명산] 완도 백운산(483.1m)
벼랑 따라 걷는 금머리갯길 3.5km 트레킹 구간 새로운 매력

학서암.
학서암.

 한 해를 정리하며 쉼이 있는 조용한 산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전라남도 완도군 생일면 생일도에 있는 백운산(白雲山·483,1m)을 추천하고 싶다. 생일도는 완도항에서 동쪽으로 약 18km 떨어져 있는 생일면은 완도군에서 막내둥이다. 해안선 길이도 23km로 짧고 면적과 인구도 가장 적다.

 1896년 가장 늦게 군에 편입되었지만 완도군에서는 상황봉(644m) 다음으로 높은 백운산을 안고 있다. 예로부터 섬 주민들이 갓 태어난 아기처럼 맑고 정이 많다 하여 날 생(生)과 날 일(日)자를 붙여 생일도라 이름 붙였다는 설이 있다.

 약초로 유명한 약산도(藥山島)에 버금갈 정도로 각종 약초가 많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한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섬에 사는 주민들은 친절하고 인심도 넉넉하다. 면사무소와 생일면 청년회에서는 매년 1월 1일이면 백운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떡국을 대접하기도 한다.

 생일도 한가운데 우뚝 솟은 백운산에서는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볼 수 있다. 고금도, 약산도, 금일도, 청산도에 둘러싸여 있어 다도해를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듯한 황홀경이다. 게다가 주 능선에는 사람 키를 넘지 않는 관목들이 자라기에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어디서나 빼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생일도 대형 케이크.
생일도 대형 케이크.

 주 능선에서 사방으로 조망 트여

 백운산은 ‘투명산’ 또는 ‘신비의 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2008년 SBS ‘신동엽의 있다! 없다?’에 방영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두 봉우리가 마치 한 개의 산처럼 앞산 속으로 능선의 윤곽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 신비한 광경은 북동쪽에 있는 평일도에서 백운산을 바라보면 확인할 수 있으며, 해질녘이면 더욱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백운산은 등산로가 크게 가파르지 않으며 산허리에 임도가 연결되어 있어 산행을 하다가 힘들면 그냥 편한 길로 내려서면 그만이다. 이러한 이유로 백운산은 실제 산행시간은 길지 않고 임도와 둘레길을 걷는 시간이 더 많다.

 빡세게 산을 타야 하는 이들이라면 조금 부족할 것이나 망망대해와 섬들을 배경으로 걷다 보면 ‘과연 이곳이 명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서성항은 생일도의 관문으로 면사무소, 파출소 등의 모든 공공기관이 들어서 있는 섬의 중심지다. 여객대합실 앞에는 생일도란 이름에 착안해 섬의 상징으로 삼은 대형 4단 케이크 모형이 설치되어 있어 인증사진 찍는 장소로 많이 사용된다.

 또한, 서성항 언덕에 있는 200년 된 소나무 생일송이 눈에 띈다. 속리산 정2품송처럼 수형이 반듯한고 우람하다. 백운산 들머리는 금일중학교 분교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백운봉까지 2.0km 거리다.

암릉지대.
암릉지대.

 학서암은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암자다. 1719년(숙종 45) 천관사의 승려 화식이 창건해 30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생일도, 금일도, 평일도를 통틀어 유일한 문화재급 사찰이어서 주변 섬 신도들이 불공을 드리러 모이기도 한다.

 학서암에서 포장길을 따르면 ‘백운봉 1.0km’ 이정표와 만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정상으로 향한다. 도중에 만나는 너럭바위는 최고의 뷰포인트다. 발아래 소등처럼 부드러운 능선 속에 학서암이 자리한 모습은 학이 날개를 접고 쉬고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등산로 주변은 소사나무를 비롯해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등 난대수목이 주종을 이룬다. 백운산은 볼게나무 군락지이기도 한데, 볼게나무는 일명 헛개나무, 지구자나무로도 불리며 피로회복과 간에 좋다고 한다.

 주상절리 형태의 암릉지대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는 다도해의 선경(仙境)이 양쪽으로 펼쳐져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산불감시탑이 있는 암벽 정상에 서면 장흥 천관산을 비롯해 해남 두륜산, 고흥 팔영산이 바라다보이며 날이 좋은 날엔 제주도도 볼 수 있다.

 발아래 바다에는 은비늘처럼 반짝이는 무수한 섬들의 유영이 펼쳐진다. 정상에서 작은 돌탑까지 10여 분은 이른바 ‘힐링의 길’이다. 구릉처럼 편안하며 섬 산행이 보여 주는 모든 매력과 섬마을의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작은 돌탑에 이르면 고도가 뚝 떨어지며 모정이 있는 전망데크까지 10여 분간 급경사를 내려가지만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조망쉼터.
조망쉼터.

 해안절벽이 생일도의 숨은 보석으로

 쉼터가 있는 모정 전망데크에서 우측 방향으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용출전망대 이정표’까지는 임도를 걷는다. 이정표 갈림길에서 임도를 따라 계속 직진하면 금곡리해수욕장으로 곧장 연결된다. 용출봉 갈림길에서 용출봉(351.6m)까지는 경사가 심하지 않아 10분 정도면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용출봉 전망데크에서는 백운산의 유연한 줄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 쪽으로는 도룡낭도, 소룡낭도 등 해식절벽의 모습이 아름다움을 뽐낸다. 바다를 앞두고 하산하는 길은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전망데크에서 15분 정도면 ‘금머리 갯길’ 이정표에 닿는다. 밭마다 보이는 녹색 그물망은 다시마를 말리는 도구다.

 생일도는 전국에서 손꼽는 다시마 생산지이기도 하다. ‘금머리갯길’은 느긋하게 걷기 좋은 생일도의 또 다른 명소다. 편안한 복장과 옷차림으로도 걷기에 부담이 없다.

서성항 조망.
서성항 조망.

 벼랑길을 따라가는 경치가 워낙 빼어나기도 하지만 사진찍기에 좋은 조형물들이 곳곳에 있어 발길이 자주 먼추게 된다. ‘금머리갯길’은 용출리 몽돌해변에서 출발해 금곡해수욕장까지 3.5km 거리를 잇는다. 쉬엄쉬엄 걸으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길 곳곳에 벤치가 설치되어 있고 약수터와 너덜구간도 있다. 벼랑 너머에는 푸른 바다에 걸터앉은 소덕우도, 덕우도, 구도 등은 한폭의 명화를 보는듯한 절경이다.

 용출리 앞에 있는 도룡낭도는 용이 승천했다는 작은 섬으로 빼놓지 말아야 할 명소다. 80m 높이인 섬의 정상엔 수직으로 커다란 굴이 뚫려 있다. 이 굴은 섬의 옆면에 뚫린 바다동굴과 이어져 있다. 섬의 꼭대기와 바다가 ‘ㄴ’자 터널로 연결된 특이한 형태다. 배시간이 여유있다면, 금머리갯길과 이어지는 해안갯돌밭을 지나 서성항까지도 걷는것도 추천한다.

완도 생일도 백운산 개념도.
완도 생일도 백운산 개념도.

 ▲산행 길잡이

 서성항~생영초교~학서암~백운산 정상~용출봉 갈림길~용출봉~금머리갯길~ 금곡해수욕장-금곡리 <11km, 약 4시간 30분 소요>

 ▲교통(지역번호 061)

 유스퀘어광주버스터미널에서 완도 당목항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직행버스가 하루 4번(04:50, 12:10, 15:45, 17:40) 운행하며 2시간 50분 소요된다. 요금 1만 5000원. 당목항에서 서성항까지는 철부선을 타고 30분 정도 걸린다. 배편은 많은 편이다. 06:30, 07:40, 08:00, 09:40, 11:40, 13:40, 15:40, 17:30. 나오는 배는 서성항 07:00, 08:40, 10:40, 12:20, 14:20, 16:40, 18:00 요금은 일반인 3300원.

 ▲숙식(지역번호 061)

 금곡해수욕장에는 객실 15개를 갖춘 골드벨리 리조트(553-4155)가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해변가에 있어 깨끗하고 전망이 좋다. 서상항에 있는 월드식당(010-4165-0683)은 평점이 가장 좋은 밥집이다. 완도 해조류음식 요리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내공이 있다. 백반 1만 원, 국밥 1만 원, 매운탕 5만 원.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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