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의과대. 뉴스1
지역대학 의과대. 뉴스1

‘의대가 세긴 셌다.’

서로 자기 이익을 위해 치킨게임 하듯 전남 동부와 서부가 극단적 대결 양상을 벌이다가 마침내 통합의대란 한길을 달리고 있다. 의대의 마력이다.

목포대와 순천대, 순천대와 목포대가 전남지역의 대학 역사, 특히 통합과 상생의 새 역사를 썼다.

무엇이 막판에 하나의 대학으로 통합시키게 했는지, 흔히 하는 말로 ‘연구대상’으로 떠올랐다.

자칫 누구도 의대를 가져가지 못하고 날려버리는 사태를 우려했는데, 떡하니 ‘최고의 선’을 연출한 것이다.

아마 암묵적으로 30여 년 숙원, 메디컬 칼리지(medical college)를 이번에 유치하지 못하면 당대인은 물론, 후세인들에게 못할 짓이라고 양 대학인들이 여긴 모양이다.

이번에 통합의대가 나오기까지 공헌한 이는 많이 있을 거다.

우선 말하기 쉽게, 두 대학 총장과 실무협의자,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전남지사, 관계 당국자들이다.

또 용역을 맡아 공모를 대행한 용역기관 에이티커니코리아와 법무법인 지평의 컨소시엄도 비록 공모를 진행하긴 했지만, 수차례 도민공청회 등을 진행하며 전라도 사투리로 ‘욕봤다.’

용역기관은 전남 의대의 필요성과 절차, 의료 환경을 환기하는 작지 않은 역할을 수행했다.

갈등을 반복해온 지역민들도 결국 하나로 뭉쳐 의대를 성취하자고 협력과 연대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아름답다.

그리고 지난 3월 “의대를 어디로 할지 전남도에서 의견 수렴해 알려주면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의료개혁 담화를 발표한 국무총리, 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전남 의료 배려 발언 등은 2026년 의대 설립과 개교, 이후에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다.

기자는 여기서 통합의대의 성공까지 독특하게 보려는 한 가지 ‘관점’이 있다.

순천대와 순천시 등 동부권의 의대 공모 반대 ‘몽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산고 끝에 통합의대를 낳게 한 힘이 컸다고 여긴다.

순천대가 순순히 공모에 참여했다면 목포대와 대학통합이란 ‘부수적 대어’를 낚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런데 이유야 어찌 됐든 통합국립대의 의대를 출범시키게 됐고, 정부의 1도 1국립대 체제로의 개편을 선도하게 됐다.

사실 목포대가 단독으로 공모에 참여해 의대를 거머쥔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었던 건 아니다. 통합의대는 정부가 거부하기 어렵게 의대 신설 가능성을 한층 올려놓았다.

목포대든 순천대든 한쪽이 의대 설립에 성공해도 전남은 아물기 어려운 상처를 안을 뻔했다.

그 치료는 오직 의대 설립만으로 가능했을 법한데, 이번 순천대와 목포대는 손을 잡고 통합의대란 옥동자를 낳은 것이다.

물론 아직 산고가 다 끝난 것은 아니다.

22일 정부에 전달하는 통합의대 추천서가 받아들여지고, 다음 달 대학통합 신청서가 교육부에서 승인돼야 한다.

또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에 이어 의대 정원 배정을 받아야 하는 엄중한 절차가 남아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절차가 완료되고, 통합국립대가 개교하면 의대본부를 어디로 할지, 그러니까 통합의대 목포캠퍼스일지 순천캠퍼스일지 하는 문제가 있다.

통합국립대란 동일대학이어도 목포와 순천, 순천과 목포는 절대 한개의 지역이 아니므로 어느 쪽으로든 의료시설과 교육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로부터 파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와 갈등이 다시 나올 소지는 여전하다.

이런 우려를 난쟁이로 만드는 것은 이제 통합하는 두 대학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남 국립의대란 큰 배를 띄운 만큼 의대 운영과 시설, 교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논란이 배가 산으로 가게 하는 우를 기필코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

이에 대해 통합하는 두 대학의 ‘공동추진위원회’와 ‘통합국립대학위원회’ 등에서 잘 대처할 것이라고 하니 지역민은 우선 믿고 지켜볼 일이다.

전남 동부와 서부가 의대 설립으로 하나가 되고 뭉치게 된 것은 생각할수록 참 멋진 일이다.

이런 기분 좋은 소식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행정 경계를 넘어 광주지역으로도 번져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서로가 각을 세우고 있는 군공항 및 민간공항 이전사업이 이번 의대 대타협의 역사처럼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정진탄
정진탄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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