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삭감 용기, 구단 정상화 책임질 지혜로

‘김피디의 비하인드캠’은 유튜브 ‘광주축구’, 광주FC 다큐 ‘2024 옐로스피릿’ 제작자 김태관 PD가 광주FC에 관한 생생한 현장 소식과 그라운드 너머의 흥미진진 뒷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만국 공통어 ‘축구’가 빚어내는 다채로운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전석 매진된 광주FC의 시즌 최종전

 시즌 폐막전이 열린 지난 24일 전북과의 홈 경기. 모처럼 광주축구전용구장이 전석 매진됐다.

 구단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팬들은 묵묵히 경기장을 찾았다. 어느 팬이 말하길, 개막전에는 객석에 어두운 옷 입은 팬들이 많았는데, 폐막전에는 노란색 의상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팬들이 유니폼을 구매하고 “나의 팀”을 응원하는 문화에 동참하게 됐다는 뜻이다.

 경기 시작 전부터, 풍성한 장내외 이벤트로 경기장 안팎이 북적북적했다. 시 관계자와 그 풍경을 함께 보면서 “와, 무에서 유가 창조됐네요”라고 했더니, “그러니까요, 그런데 왜 개선된 부분은 이야기 안 하고, 질책만 하느냐”로 하소연 섞여 말했다. 겸연쩍었다. “미안하다”고 했다.

 2024시즌 ‘장족(長足)의 발전’

 대체나, 지난 1년을 돌이켜보니, 이런저런 사건도 많았지만, 구단도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강등권에서 허덕이는 팀은 어느새 상위 스플릿에 오르지 못해 아쉬운 팀이 됐다.

 어느 고교생 서포터즈가 그런다.

 “부모님이 뭐 하러 남들이 축구하는 거 보러 가냐”고 했는데, 지금은 “안전하게만 다녀오라”고 한다고.

 그러면서 “노을지는 순간, 함께 응원하는 이 순간, 축구장에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낭만”이라고 덧붙인다.

 그 뿐 아니다. N(응원)석에 가면, 유명 가수 노라조 조빈 씨가 늘상 자리에 있다. 팬들이 사진 찍자는 말도 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우리의 일부가 됐다. 그리고, 구단과 팬들이 제각각 만든 풍성한 MD 상품이 출시되고 있고, 매주 라커룸 영상을 올리는 구단이 됐고, 곧 2번째 시즌 다큐와 서포터즈를 소재로 한 단편 영화도 공개된다. 지난 2년 사이 벌어진 일이다.

 그게 누구 하나의 힘으로 된 것도 아니지만, 곳곳에서 헌신한 분들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돌아가는 것. 그 평범한 일상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밤새 전광판에 송출할 시즌 회고 영상을 만들고, 경기 끝난 후 그 영상을 멀찌감치 뒤에서 지켜보는데, 괜히 마음이 뭉클했다. 희로애락 모든 순간이 너무나 생생하게 주마등처럼 스쳤다. 점점 좋은 팀이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게다가, 언젠가는 우승을 바라보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감독도 있다. 그 감독은 해외 리그에서도 러브콜이 오고, 축구 팬들은 차기 국대 감독감이라고 추켜세운다.

 이 모든 게 광주FC가 만든 기적 같은 결과물이다. 사흘 후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잔디가 좋은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ACLE 5차전이 펼쳐진다. 그 경기를 이기면 16강에 진출하게 된다.

 우여곡절 많지만 성장 그래프는 ‘右상향’

 이렇게 많은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며 구단 정상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고, 지금도 그 험난한 과정을 지나고 있다.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는 말이 있다.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도 좋아한다. 다사다난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구단을 사랑하는 낭만파들이 있다.

 냉정히 따져봐도, 입장 수입과 MD 상품 등 부대 수익이 200% 가까이 늘어나는 등 구단의 성장 그래프는 우상향을 그리고 있고, 연 20회 이상 5000명이 찾는 시민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게다가 매 경기는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ACLE에 나감으로써 얻을 수 있는 도시(스폰서) 홍보 효과가 300억 대라는 연구 결과도 있나보다. (2015년, 전북 현대의 ACL 진출로 인한 스폰서 노출 효과 분석 결과)

 심지어 광주광역시는 365일 활력 넘치는 ‘스포츠관광도시’라고 해서 이정효 감독을 다섯 명의 대표 모델 중의 한 명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 재정 100억 투입 시책 대한 관심·책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FC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심지어 시의회 교문위 질의에 나선 의원들은 리그 명칭도 정확히 모르면서, “구단 해체”를 의미하는 듯한 뉘앙스로 발언을 이어갔다. 아무리 시와 구단의 행정이 미숙하고, 절차적 흠결이 있더라도, 사후 파장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고 사전 조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와 구단에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다. 이전 글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지속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또한, 면밀하게 구단 현황을 파악하고 관계자들의 이야기도 청취했어야 했다. 최소한, 축구장에 단 한 번이라도 찾아와 팬들과 선수들을 살펴봤어야 하는 거 아닐까.

 이것은 단지 축구를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100억 이상의 시의 재정이 투입되는 주요 시책에 관한 관심과 책임감의 문제다.

 그래서, 말씀드린다. 예산을 전액 삭감할 용기로, 구단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지혜를 발휘해 주시라.

 김태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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