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축제 30곳 중 29곳 일회용 종이컵 사용” 실정
“조례 있지만 벌칙은 없다” “실효성 있는 대책 시급”
부산에서 진행 중인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움직임에 발맞춰,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다양한 논의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전국 다수의 지자체에서 일회용품 없는 친환경 축제를 추진하는 등 경각심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광주지역 역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일회용품 남용이 여전해 인식 개선과 실천이 긴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전국적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청주시는 ‘일회용품 없는 청주’ 선포식을 열고, 대규모 축제에서 다회용기를 도입하는 등 일회용품 감축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역 축제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하며, 이를 위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남 화순군도 2024년 고인돌 가을꽃 축제에서 다회용기 29만여 개를 공급, 폐기물 16t를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는 온실가스 68t, 미세먼지 472kg를 감축한 것과 같은 효과다.
목포시는 지난달 열린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를 일회용품 없는 친환경 축제로 추진해 8.8t의 폐기물을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열린 광주김치축제에서 다회용기 12만여 개를 지원하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광주 대규모 축제인 충장축제에서도 다회용기를 도입하고, 재활용 무인 회수기 등을 적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어보인다. 광주지역 상당수 공공축제에서 일회용품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
광주광역시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공공기관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별도의 벌칙 규정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광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9월 21일부터 19일까지 한 달 동안 열린 광주 공공축제 30곳의 일회용품 사용 실태 조사 결과, 30곳 중 29곳은 97%가 일회용 종이컵을, 28곳에선 93%가 플라스틱 컵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행사장에 분리배출함이 설치된 곳은 10곳(33%)에 그쳤으며, 일반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가 혼합되는 행사도 절반(67%)이 넘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행사 주관기관은 참여자와 부스 운영자에게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교육을 실시하고, 분리배출함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먹거리 행사는 다회용기 대여 시스템을 활용하고, 부득이 일회용품을 사용할 경우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광주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조례가 있음에도 공공 축제에서는 줄이려는 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제사회는 2022년 5월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을 올해 말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우루과이, 프랑스, 케냐, 캐나다 등에서 네 차례 회의를 거친 후, 마지막 다섯 번째 정부 간 협상위원회가 부산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본회의에서 최종 결과가 승인되면, 내년 외교전권회의서 최종 동의를 거쳐 각국은 자국의 국내법을 제정할 예정이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