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 (59) 굳셈과 부드러움이 같이 있는 강유병제(剛柔竝濟)
천혜 자연환경 더불어 기술적 난도 높은 제다까지 갖춰야

특급 철관음의 외형과 엽저: 건차에서는 ‘잠자리 머리에 개구리 다리’의 형상이 뚜렷하게 보이고, 주청 과정에서 생성된 푸른 잎에 붉은 테두리를 말하는 녹엽홍양변綠葉紅鑲邊)이 보인다. 엽저는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탄력이 있으며, 건차에서 보이던 녹엽홍양변이 그대로 남아있다.
특급 철관음의 외형과 엽저: 건차에서는 ‘잠자리 머리에 개구리 다리’의 형상이 뚜렷하게 보이고, 주청 과정에서 생성된 푸른 잎에 붉은 테두리를 말하는 녹엽홍양변綠葉紅鑲邊)이 보인다. 엽저는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탄력이 있으며, 건차에서 보이던 녹엽홍양변이 그대로 남아있다.

 오룡차에서 철관음과 무이암차의 제다 원리는 서로 비슷하다. 모두 위조와 주청의 과정을 거치면서 촉진된 주수현상은 줄기와 엽맥(葉脈) 속의 유효 성분을 찻잎 세포로 운반해 준다. 이 과정에서 일어난 화학변화는 향과 맛을 내는 물질로 바꿔준다.

 그와 동시에 찻잎의 일부분에서는 폴리페놀 화합물의 산화와 효소에 의한 취합을 촉진 시키며, 이는 초청 과정에 의해 멈추어진다. 최종적으로 홍배 과정을 통해 품질의 변화는 완성된다.

 철관음은 크게는 청향형(淸香型)과 농향형(濃香型)으로 나누어지고 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제조 역사에 따라 변하여 왔다. 그 역사를 살펴보자면 1995년 이전에는 농향형으로 만들어지다가, 복건성과 인접한 대만의 영향을 받아 1995~2000년 사이에는 과도기의 제품이 만들어졌고, 2000년 이후로는 현대식의 청향형 제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인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비자들의 기호도 조금씩 변하여 근년 들어 시장에서는 농향형과 탄배 철관음의 양이 증가하는 추세다.

 각 철관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청향형 철관음: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품이다. 청녹색의 빛깔에 탕색은 맑고, 향기는 뚜렷한 화향이 나오며, 구감은 비교적 맑고 부드러운 편이다. 철관음은 극품이나 특급의 고급품을 제외하고는 그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과하게 마시면 위(胃)가 상하거나 불면증을 유발할 수가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농향형 철관음: 농향형은 철관음의 기본적인 제다에 홍배를 더해 만든 것이다. 빛깔은 짙은 갈색에 탕색은 금황(金黃)이며, 구감은 두텁고, 향은 길게 나온다. 농향형 철관음은 청향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 청향형과 반대로 위를 따뜻하게 해 주는 작용을 한다.

 ▲탄배 철관음: 철관음의 일종으로 완성된 오룡차 품질의 변화를 불러오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청향형 철관음에 목탄을 이용한 홍배 과정을 더 한 것으로, 홍배 횟수나 화후(火候) 등은 제다 기술자의 경험 등에 좌우된다.

사진은 순서대로 4급, 5급, 6급의 철관음이다. 현대식 철관음은 제다를 마치자마자 냉동고로 들어간다. 이를 출시하기 위해 냉동고에서 나왔을 때는 제다 과정에서 홍건을 마친 후의 황녹(黃綠)에 가까운 빛깔이었다가, 약 2시간에 걸쳐 상온으로 돌아오면서 점차 우리에게 익숙한 취록(翠綠)의 빛깔을 되찾기 시작한다. 가장 좋은 철관음 외형의 묘사는 사록유윤(沙綠油潤)이고 이는 ‘윤기 있는 푸른 모래를 뿌려 놓은 듯’의 뜻이다.

 차의 맛과 향은 크게는 두 종류로 구분해야 한다. 등급이 높을수록 맑고 부드러운 정도가 없음에 가까워지는 무미이지(無味而至)가 첫 번째이고, 이는 녹차와 황차에 해당하고 차의 시작이자 기초라고도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굳셈과 부드러움이 같이 있는 강유병제(剛柔竝濟)이다. 모든 차는 무미이지의 기초에서 시작하여 강유병제의 경지에 도달해야 비로소 최고의 차가 된다. 강함과 부드러움 두 가지를 모두 갖춘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는 천혜의 자연환경에 더불어 기술적으로 난도가 높은 훌륭한 제다까지 갖추어야만 한다.

 강유병제를 사람으로 치면 문무를 겸비한 인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역사에서 강유병제에 해당하는 인물로 예를 들면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曹操)를 꼽을 수가 있다. 물론 우리는 소설 삼국연의(三國演義)의 영향으로 한(漢)나라의 혈통을 가진 유비(劉備)를 더 높게 치고 있지만, 소설이 아닌 실제 현실 속 민초들의 처지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동한(東漢) 말년은 십상시의 발호와 함께 관리들의 부패가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이로 인한 황건적의 난부터 시작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군웅할거는 백성들의 눈물과 피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혼란의 역사였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려보면 “누가 되었든 이 기나긴 전쟁을 빨리 종식할 수 있는 사람이 최고의 지도자”였으리라.

 조조의 강(剛)에 해당하는 사건으로는 서기 200년 하남성의 관도(官渡)에서 7만 병력으로 원소(袁紹)의 70만 대군을 격파한 전투는 삼국지 삼대 전투 가운데 하나였다. 이를 통해 조조는 북방의 강자로 올라서게 되었고, 훗날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이어서 유(柔)라고 말할 수 있는 그의 문장 가운데서 단가행(短歌行)의 한 부분을 소개한다.

 달 밝으니 별빛은 희미해지고, 까막까치는 남쪽으로 날아가네.(월명성희 月明星稀, 오작남비 烏鵲南飛)

 나무를 세 바퀴나 돌아도, 어느 가지에 앉을 수 있을까?(요수삼잡 繞樹三匝, 하지가의 何枝可依)

 산은 높은 것을 마다하지 않고, 바다는 깊음을 싫어하지 않는다.(산불혐고 山不厭高, 해불혐심 海不厭深)

 주공이 인재가 찾아오면 먹던 음식도 뱉어내고 맞이했듯이, 나 역시도 천하의 마음을 얻으리니.(주공토포 周公吐哺, 천하귀심 天下歸心)

 이처럼 조조는 가히 시인의 섬세함과 영웅의 기개가 넘치는 강유병제를 갖춘 문무를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차 이야기하다가 잠시 역사의 샛길로 빠져 보았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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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고 다향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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